[이런말저런글] 몹쓸 것들

연합뉴스 2024-12-26 06:00:05

악독하고 고약한 언행을 일삼는 사람들을 보면 몹쓸 사람들이라고 할까요? 아닙니다. '몹쓸 것들' 합니다. 그렇게 내뱉어야 후련하기 때문일 테지요.

'몹쓸'은 관형사입니다. 우리말에 품사는 아홉 가지가 있습니다. 그중 관형사는 명사, 대명사, 수사 등의 앞에 놓여 그들 명사(류)가 나타내는 의미를 한정합니다. 어휘 숫자가 적을 뿐 아니라 조사와 어미가 붙지 않습니다.

'새 책'의 새, '이 건물' 할 때 '이', '어느 것'에서 '어느'가 대표적입니다. '악독하고 고약한'이라는 뜻인 몹쓸도 이들과 비슷합니다. 활용하지 못하고 명사 앞에 놓여서 그 명사가 악독하고 고약하다는 의미만 보여줍니다.

기본형이 '못쓰다'인 동사로 넘어갑니다. ['못쓰게' 꼴로 쓰여 얼굴이나 몸이 축나다]라는 뜻을 가집니다. <과로에 시달려 얼굴이 못쓰게 상했다> <그는 병으로 하루하루 못쓰게 돼 갔다>처럼 쓰입니다. 두번째로 [주로 '-으면', '-어서'와 함께 쓰여서 옳지 않다. 또는 바람직한 상태가 아니다]라는 의미를 전합니다. <거짓말 하면 못써> <무엇이든 지나치면 못쓴다> <그는 너무 게을러서 못쓰겠다>처럼 말입니다.

국립한글박물관

한 칸 거리를 두고 동사 앞에 쓰여서 동사가 나타내는 동작을 할 수 없다거나 상태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부정의 뜻을 나타내는 '못'도 있습니다. 부사 '못'입니다. <지금 거기 못 가니?>와 같이 쓰입니다. 이 문장은 <지금 거기 가지 못하니?>와 등가입니다. <어제 짐을 못 찾았다>는 <어제 짐을 찾지 못했다>와 같고요.

능력과 효율을 따질 때 쓰는 동사 '못하다'는 따로 분류합니다. [그 사람 참 노래 못하네] 하면 노래 실력이 떨어진다는 말이지, 하느니 마느니 하는 차원에서 동사 '하다'를 부정하는 것과는 무관합니다. [나, 지금은 노래 못 해]와 차이를 눈치챘나요? 여기서 부사 '못'은 동사 '해'를 부정하고 있습니다. '나'는 '그 사람'과 달리 노래 실력이 출중할지도 모릅니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KBS한국어진흥원, 『한국어 필수 어휘 해설』, 형설출판사, 2008

2. 국립국어원,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문법1(체계 편)』, 2011

3.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온라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