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손에 선물·케이크…"새해엔 나라 안정되고 경기 풀렸으면"
(서울=연합뉴스) 장보인 최윤선 기자 = 크리스마스를 하루 앞둔 24일 오후 서울 곳곳은 성탄과 연말 분위기를 즐기려는 시민들로 붐볐다.
오후 5시께 광화문 광장은 가족, 친구, 연인 등과 저녁 시간을 보내는 인파로 가득 찼다.
시민들은 광장에 설치된 크리스마스 마켓을 둘러보거나 반짝이는 대형 트리를 배경으로 인증사진을 남겼다. 입김이 나오는 추운 날씨에도 얼굴엔 웃음이 가득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의 여파로 정국이 어수선하지만, 연말에는 송년 분위기를 만끽하겠다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이곳에서 만난 피헌재(23)씨는 "시국이 많이 혼란스럽지만 각자의 일상도 잘 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즐길 건 즐기려고 한다"고 말했다.
친구들과 모임을 하러 온 최모(48)씨는 "연말 분위기가 나지 않는 것 같았는데, 그래도 트리를 보니 좋다"며 "정신없는 한 해를 보내고 많이 지쳐서 남은 연말은 푹 쉬면서 보내고 싶다"고 했다.
화려한 조명으로 물든 중구 명동 거리도 인파로 넘실댔다.
양손 가득 케이크와 선물을 들고 발걸음을 옮기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외국인 관광객들도 설레는 표정으로 크리스마스 전야를 보냈다.
캐나다 에드먼턴에서 서울로 여행 온 켈리(31)씨는 "캐나다에서는 크리스마스에 가족들과 집에서 음식을 만들어 먹고 시간을 보내는데 한국은 시내가 북적여 이색적"이라면서 "정치적 혼란을 걱정하면서 왔는데 예상한 분위기와 다르다"고 말했다.
성탄 전야를 맞아 명동성당을 찾기도 했다. 경기 용인시에서 부인과 함께 온 박근상(61)씨는 "젊은 시절 아내와 데이트하던 명동을 찾으니 감회가 새롭다"며 "어려운 시국임에도 사람들 표정이 밝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고 미소를 지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명동성당을 찾아 시민들에게 안부를 전했다. 오 시장은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며 가족들과 함께 즐겁고 행복한 성탄절을 보내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일부 시민은 불경기와 계엄 여파로 가라앉은 상황이 나아지길 희망했다.
명동에서 만두를 파는 상인 김모(66)씨는 "계엄 때문에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줄고 날도 추워 사람들이 음식을 잘 안 사 먹는다"며 "새해에는 나라가 안정을 되찾아 경기도 좋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광화문에서 만난 이은서(23)씨는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 줄도 모르고 있었는데 트리와 마켓을 보니 이제야 느낌이 나는 것 같다"며 "연말과 새해에는 시국도 안정되고 개인적으로도 잘 풀렸으면 하는 마음"이라며 웃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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