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희 에세이 '나는 파리의 한국문학 전도사'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 미시마 유키오의 편지교실 = 미시마 유키오 지음. 최혜수 옮김.
'탐미문학의 거장'으로 불리는 일본 소설가 미시마 유키오(1925∼1970)는 편지를 어떻게 쓸까?
'미시마 유키오의 편지교실'은 작가가 1966년 여성 주간지에 연재한 서간문 형식의 연애소설이다. 20대와 40대 총 다섯 명의 주인공이 서로에게 보낸 편지들을 담았다.
작가는 도입부에 "다섯 명의 등장인물이 번갈아 쓴 편지를 보여드리고, 그 편지가 그대로 예문이 되고 본보기로도 쓰이도록 써나갈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이 설명대로 각 편지는 그 자체로 훌륭한 편지의 예시가 된다. 인물들은 누군가에게 보낼 편지를 어떻게 쓸지, 또는 누군가에게 받은 편지를 어떻게 해석하면 좋을지 서로 조언을 주고받기도 하는데, 독자는 이를 흥미롭게 읽는 것만으로도 편지 쓰는 법을 공부하게 된다.
한국 독자들에게 미시마 유키오는 소설가 신경숙이 표절했다는 논란이 일었던 '우국'의 저자로, 말년기 극우 활동한 이력으로 익숙하지만, 일본에서는 뛰어난 문학성으로 명성이 높은 작가다.
'금각사'와 '우국' 등 어둡고 무거운 색채의 작품으로 강한 인상을 남긴 미시마 유키오는 의외로 '파도소리'와 같은 건강미 넘치는 순수한 연애소설도 펴낸 바 있다.
현대문학. 272쪽.
▲ 나는 파리의 한국문학 전도사 = 임영희 지음.
25년 동안 프랑스에 250여권의 한국 문학 작품을 번역하고 소개해온 임영희씨가 번역가의 길로 들어서고 성장하게 된 과정을 솔직하게 담아낸 에세이다.
1988년 프랑스로 유학을 떠난 저자는 교육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나 직업시장의 높은 벽을 넘지 못하고 낙담한다. 이에 저자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모국을 프랑스에 알리는 일을 하기로 결심하고, 자연스레 한국 문학을 번역하는 일에 눈을 돌리게 된다.
저자는 1999년 문예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조정래의 소설집 '유형의 땅'을 번역해 출간하는 데 성공하며 번역가로 데뷔하고, 이후 저자가 번역한 김진경·김재홍의 그림책 '고양이 학교'가 2006년 프랑스 앵코럽티블 문학상(Prix des Incorruptibles)을 받는다.
저자가 번역한 작품들이 성공을 거두자 프랑스 출판사는 한국문학 컬렉션 기획을 맡아달라고 제안하고, 이로 인해 저자는 차츰 번역가로서 입지를 다진다.
외국에서 한국 문학의 위상이 어느때보다 높아졌으나 여전히 번역가로서 살아가는 것은 쉽지 않다고 한다. 저자는 현실적인 고충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번역가를 꿈꾸는 이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모든 예술 분야가 그렇듯 문학 번역 역시 열정으로 하는 작업이다. 이걸로 먹고살 수 있거나 적어도 최저 기본 생활을 할 수 있다면 전업 번역가로 거의 성공한 케이스라고 볼 수 있다. 돈을 벌어 경제적인 풍요를 누리고 싶다면 다른 직업을 선택하라고 권하고 싶다."
자음과모음. 232쪽.
jae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