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시나리오 작업…"사후세계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만든 신파극"
"'무빙' 시즌2 구상 중…전혀 예상하지 못한 이야기 될 것"
(서울=연합뉴스) 오명언 기자 = "극본 작업은 아직도 너무 낯설고 어려운데, '무빙' 이후로 배짱이 좀 생겼어요. 남들과 다르게 만들어도 잘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좀 생겼달까요."
'순정만화', '바보', '무빙', '조명가게' 등 많은 히트작을 탄생시키며 웹툰 시대를 이끈 만화가 강풀은 고유의 감성이 뚜렷한 이야기꾼이다. 캐릭터 한 명 한 명의 서사를 풀어내며 전개를 차근차근 쌓아 올리다가, 결국에는 착한 사람이 이기는 이야기로 끝난다.
그의 만화를 토대로 만든 드라마도 원작의 색깔을 고스란히 살려낸다. 휘몰아치는 전개를 내세우는 요즘 드라마 문법과는 사뭇 다른데도 특유의 만화적인 이야기가 시청자들의 가슴을 울린다.
24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만난 강풀은 "드라마 극본을 쓰기 시작한 후로는 부담감에 자주 밤잠을 설친다"며 "요즘에는 매일 아침 작품에 대한 반응을 검색하느라 바쁘다"고 웃어 보였다.
최근 강풀은 13년 전 연재했던 동명의 웹툰을 직접 시나리오로 옮긴 디즈니+ 새 시리즈 '조명가게'를 선보였다. 총 8부작으로 제작됐으며, 지난 18일 최종회를 공개했다.
강풀은 "'무빙' 극본 작업을 끝내자마자 다음 작품으로 '조명가게'를 드라마화하겠다고 마음을 굳혔다"며 "'조명가게'는 이상하게 애착을 많이 가진 작품"이라고 꼽았다.
그는 "원작에서 다 못 했던 이야기를 꼭 드라마로 풀어내고 싶었는데, 결과물을 보니 아쉬움은 없다"고 했다.
'조명가게'는 삶과 죽음, 그 중간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하루 종일 불이 꺼지지 않는 의문의 조명가게를 배경으로 그곳을 찾아오는 수상한 사람들의 사연을 풀어낸다.
강풀은 "'조명가게'는 전개 방식이 친절하지 않고, 본격적인 이야기가 극 중후반부부터 나오기 시작해 요즘 유행하는 드라마와 다른 위험한 도전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초반부 전개로 인해 시청자들이 떨어져 나갈까 봐 걱정도 많았지만, 전체적인 이야기의 완결성을 위해 초반부를 각 캐릭터의 사연을 하나씩 짚는 데 할애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조명가게'는 흔히들 말하는 '신파극'이에요. 저는 잘 만든 신파는 그 어떤 이야기보다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시청자들을 울리기 위해서는 등장인물들의 사연에 대해 충분히 먼저 이해시켜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후반부에 주인공들이 우는 이유를 납득시키려면 그들의 사연을 먼저 보여줘야 했죠."
드라마는 4회를 기점으로 공포에서 감동으로 장르를 전환한다. 강풀은 등장인물들의 숨은 사연을 풀어내고, 이를 하나의 사건으로 엮어 감동적인 이야기로 빚어낸다.
강풀은 "사후세계가 어떤 형식으로든 있었으면 좋겠고, 그곳이 우리가 사는 세상과 똑같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이런 이야기를 창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후세계 인물들도 사람답게 묘사하고 싶다는 생각이 확실했기 때문에, 귀신처럼 보이는 존재를 연출할 때도 절대 혐오스럽게 표현하지는 말아 달라고 감독님께 주문했다"고 덧붙였다.
'조명가게'는 강풀의 다른 작품과도 세계관을 공유한다. 드라마에는 강풀의 웹툰 '아파트', '어게인'에 나오는 양 형사, 웹툰 '타이밍'의 주인공 김영탁 등이 등장한다.
강풀은 "흔히들 '강풀 유니버스'라고 말씀해주시는데, 고작 만화 두 개를 드라마로 만든 신인 작가에게 '유니버스'라는 수식어는 거창한 것 같다"고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이어 "드라마는 만화와 달리 제가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면서도 "제가 그렸던 만화를 하나씩 드라마로 만들고 싶은 마음은 있다"고 포부를 밝혔다.
지난해 디즈니+ '무빙'을 흥행시킨 강풀은 현재 시즌2를 구상하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그는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면서도 "'무빙' 시즌2는 만화로 그린 적 없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이야기가 펼쳐질 것 같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조명가게' 시즌2도 언젠가 나올 수도 있겠죠. 저는 제가 그려낸 이야기 속 캐릭터에 대한 애착이 매우 커요. 이 인물을 또 보고 싶은 욕심이 생기다 보니 다음 이야기를 만들게 되고, 그렇게 점점 세계관을 키우게 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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