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대행, 특검법·헌법재판관 문제에 '여야 타협안' 요구
野의원들, 韓대행 발언에 의총서 격앙…이후 지도부가 숨고르기 결정
野, 모레 헌법재판관 임명 요구…與 "野, 국정 혼란 가중" 반발
(서울=연합뉴스) 류미나 한혜원 기자 = 정치권이 24일 쌍특검법과 헌법재판관 임명,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 문제 등을 놓고 하루 종일 요동쳤다.
한 권한대행은 이날 내란·김건희 여사 특검법 처리와 헌법재판관 임명 문제를 두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정반대 방향으로 압박을 가하자 여야 협상을 통해 타협안을 만들어달라고 밝혔다.
앞서 민주당은 이날까지 쌍특검법을 공포하지 않으면 탄핵 절차를 밟겠다고 한 권한대행에게 경고 메시지를 보냈으나, 한 권한대행은 특검법을 국무회의에 상정하지 않은 채 사실상 국회로 공을 넘겼다.
그러자 격분한 민주당은 탄핵소추안 발의 직전까지 갔고, 우원식 국회의장까지 나서서 한 권한대행을 성토했다. 국민의힘은 야당이 초유의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하자 강하게 반발했다.
◇ 韓대행, 특검법 공포 않고 국회로 공 넘겨…정부, 거부권 시사
한 권한대행은 이날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특검법 처리나 헌법재판관 임명처럼 법리 해석과 정치적 견해가 충돌하는 현안을 현명하게 처리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여야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며 "여야가 타협안을 갖고 토론하고 협상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쌍특검법을 공포하라는 민주당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정치권이 협상을 통해 새 대안을 만들어달라고 한 셈이다. 여기에는 야당이 본회의에서 처리했던 특검법에 변화가 없다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는 의중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서울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쌍특검법을 위헌으로 판단하느냐는 질문에 "그런 요소가 있다. 그동안 국무회의에서 재의요구할 때 여러 번 말씀드린 흠결이 전혀 수정되고 있지 않다"며 거부권을 시사했다.
◇ 격분한 野, 탄핵안 발의하려다 일단 보류…우의장도 韓대행 성토
애초 민주당은 한 권한대행 탄핵안을 발의할지를 두고 고민하는 모습이었다.
특히 지도부 내에서는 탄핵 카드를 꺼내기 전에 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임명, 특검법 즉시 공포 등의 요구사항이 수용되는 지를 며칠 더 지켜보자는 의견에 힘이 실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한 권한대행이 특검법과 헌법재판관 임명 문제를 두고 '여야 타협'을 강조한 발언이 전해지자 탄핵 추진을 신속하게 진행하는 쪽으로 무게가 급격하게 기운 것으로 알려졌다.
우 의장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특검법 재의요구를 하든, 수용하든 권한대행이 판단할 일"이라며 "한 권한대행이 그 판단을 미루기 위해 (여야의) '견해 충돌'이라고 표현한 것은 온당치 못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한 대행 발언은 묵과할 수 없다는 데 뜻이 모였다"고 말했다.
의원들의 격앙된 반응에 지도부가 애초 기류와는 달리 이날 즉각 발의를 결정하는 모양새가 만들어진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결정은 다시 두 시간도 안 돼 뒤집혔다. 탄핵안 국회 제출 예정 시간이 10여분 지난 오후 5시 40분께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발의를 유보하겠다고 밝혔다.
◇野, 韓대행에 헌법재판관 임명 요구…"尹 탄핵심판이 급선무"
민주당 박 원내대표는 탄핵안 발의 보류와 관련해 "오는 26일 본회의에서 헌법재판관 3인의 임명동의가 이뤄졌을 때 즉시 임명하는 절차까지 지켜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당내에서는 애초 지도부가 고려한 대로 헌법재판관 임명을 최대한 빨리 끌어내는 데 초점을 맞춰서 지도부가 전략을 선회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통화에서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이 최대한 정상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당의 급선무"라며 "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임명 의사를 밝히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한 권한대행 탄핵안 국회 통과로 직무가 정지됐을 때 최상목 경제부총리가 권한대행을 맡게 되는 등 국정 혼란의 책임을 둘러싼 역풍 가능성을 고려해 숨고르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일각에선 총리실이 헌법재판관 임명과 관련한 긍정적 신호를 보내온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다.
그러나 박 원내대표는 '총리실에서 헌법재판관 임명을 하겠다는 시그널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기자 질문에 "아니다. 국민의 명령에 따라, 간절한 기대를 가지고 인내하면서 내린 결정"이라고 부인했다.
◇與 "野, 국정혼란 가중" 반발…27일 탄핵안 보고·30일 표결 가능성
국민의힘은 야당의 한 권한대행 탄핵 추진을 "국정 초토화 선언"으로 규정한 뒤 "민주당이 국정 혼란을 가중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권성동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한 권한대행을 탄핵한다면 이후 민주당은 경제부총리, 교육부총리 등 차기 권한대행의 지위에 있는 국무위원을 겁박하고 차례차례 탄핵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여야는 오는 26일과 31일에 본회의를 열기로 합의했으나, 야당은 운영위 단독 의결을 통해 27일·30일 본회의 일정을 추가한 상태다.
결국 한 권한대행이 민주당의 헌법재판관 임명 요구를 거부해 민주당이 27일 탄핵안을 본회의에 보고하면 표결은 30일 이뤄질 전망이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민주당이 한 권한대행 탄핵안 처리를 강행할 경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 청구,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으로 대응하는 방안이 거론됐지만, 현재 원내지도부는 이런 방안을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권 권한대행은 간담회에서 한 권한대행이 대통령에 준하는 지위를 가진다면서 "국회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없으면 한 권한대행은 직무를 수행하면 되고, 그에 대해서는 민주당이 법적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내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대통령의 직무를 수행하고 있는 한 권한대행에게 총리 탄핵 가결 기준(과반 찬성)을 적용하려 한다면 정부도 그 효력을 인정하기 어렵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hye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