닻 오른 1기신도시 재건축…주민들은 ‘기대반 우려반’

데일리한국 2024-12-25 07:30:00
경기도 고양시 일산 신도시 일대. 사진=연합뉴스 경기도 고양시 일산 신도시 일대.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김하수 기자] 정부의 1기 신도시 선도지구(분당·일산·평촌·중동·산본) 지정 이후 재건축 기대감이 커지면서 해당 지역 내 집값 상승세가 뚜렷하다. 그러나 최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는 등 정국 혼란이 불가피해지면서 윤 대통령의 주요 정책인 1기 신도시 재건축사업 진행에 차질을 빚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지난달 선정된 1기 신도시 선도지구 재건축 단지들은 지난 8월 시행된 ‘노후 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적용받는다. 선도지구 13곳의 총 주택 수는 3만5897가구(△분당 1만948가구 △일산 8912가구 △평촌 5460가구 △중동 5957가구 △산본 4620가구)로, 1기 신도시 전체 주택(39만2000가구)의 9.2% 수준이다.

정부는 내년 특별정비구역 지정에 이어 2026년 관리처분계획 인가 등을 거쳐 2027년 착공, 2030년 입주를 목표로 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1기 신도시 재건축이 윤 대통령의 대표적인 주택 공급 사업이었던 만큼 정부와 지자체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착공 시기를 윤 대통령의 임기 내인 3년 후로 당겨 잡았다.

정부의 선도지구 발표 이후 이 일대 아파트값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25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등에 따르면 선도지구로 선정된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시범우성아파트 193.99㎡는 지난해 10월 19억5000만원에 거래가 이뤄졌으나 지난달 동일 면적이 25억원에 팔려 신고가를 기록했다. 1년여만에 무려 5억5000만원이 뛴 것이다. 샛별마을 라이프단지도 126㎡ 매물이 지난 9월 14억5000만원에 손바뀜됐으나 현재 호가는 최고 20억원으로 5억5000만원 올랐다.

다른 1기 신도시에서도 아파트값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후곡3단지 현대아파트 119㎡는 지난해 12월 6억3000만원에 거래됐지만 선도지구 선정 공모 직후인 지난 8월 7억4000만원에 손바뀜했다.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평촌 꿈마을 금호아파트 123㎡는 지난해 11월 8억원에 거래됐으나 현재 호가는 14억~14억5000만원으로 6억원 가량 높게 책정됐다.

재건축 이후 집값 상승 기대감에 주민들이 내놓은 매물을 거두거나 호가를 올리고 있다는 게 인근 공인중개업소의 설명이다.

그러나 선도지구 발표로부터 엿새 후인 지난 3일 돌발적인 비상계엄 사태가 발생하고, 계엄을 지시한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정국이 안갯속에 빠졌다. 정비업계 일각에선 재건축·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 전반이 정권 교체기마다 변곡점을 맞았던 만큼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분당의 한 재건축추진위원회 관계자는 “소유주 다수가 정권이 바뀔 경우 재건축 속도가 느려지는 것은 물론 용적률 등 각종 특례 적용도 불확실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면서 “정권이 바뀌더라도 정부와 지자체는 흔들림 없이 사업을 추진해 주민들의 걱정을 덜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불투명한 사업성도 1기신도시 재건축사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재개발·재건축 기간 최대 3년 단축과 용적률 상향을 위한 특례법 제정안·재건축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 폐지법률안 등이 계류돼 있다. 특히 재초환은 분양가상한제·안전진단과 함께 정비사업 3대 규제로 꼽히며 폐지 논의가 이뤄졌지만 야당의 반대가 컸던 정책이기에 정권이 교체될 경우 폐기될 가능성이 높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가 폐지되고 각종 규제 완화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1기신도시 재건축 사업성 확보가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1기 신도시 노후화는 시간이 지날수록 심해지는 만큼 더 늦추면 공급 부족 등 사회 문제로 확대될 것”이라며 “혼란기일수록 국토부가 중심을 잡고 기존 정책을 추진하고, 정치권에서도 부동산 시장 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협조해 시장 불확실성을 줄여나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