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최용구 기자] 2024년은 국내 전력기기 업체들이 한껏 세를 넓힌 한 해였다.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전력 수급 이슈가 부각되면서 송배전 인프라 개선·확대의 필요성이 커졌고, 기업들은 생산능력 확충을 비롯해 소재부터 케이블에 이르는 전 공정 수직계열화에 나서며 발빠르게 대응했다.
최대 실적을 경신하는 등 성장 가도를 달렸지만, 미래 전력망 기술로 평가받는 HVDC(전압형 초고압 직류송전) 케이블 시장에서 경쟁이 과열되며 법적 분쟁이 야기되기도 했다.
◇ 부유식 해양풍력 수요 기대감
바다 위에 뜨는 부유식 해상풍력발전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LS전선은 지난해 66㎸(킬로볼트)급 ‘부유식 해상풍력발전용 다이내믹 케이블’을 개발한 데 이어 올해 132㎸급에도 도전했다. 대한전선도 70㎸급 개발에 뛰어들었다. 양사는 시장 상황을 지켜보면서 제품군 다양화도 추진한다.
한국전력 서울본부 배전운용부 직원들이 서울 종로구의 한 주택가에서 변압기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친환경 식물유 변압기 보급 확대
친환경 바람을 타고 식물유 변압기 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올해도 이어졌다. LS일렉트릭, 효성중공업, HD현대일렉트릭 등은 국내외 수요처를 확보하며 공급 확대 방안을 마련하는 데 주력했다.
변압기 내부의 절연 및 냉각을 위해선 오일이 필요하다. 과거엔 광물성 오일을 사용했지만 탄소중립 등 환경 이슈 때문에 식물유로 대체 중이다.
LS일렉트릭 부산사업장 전경. 사진=LS일렉트릭 제공◇ 생산능력 확충
LS일렉트릭은 지난 8월 부산사업장에 대한 추가 투자 계획을 밝혔다. 총 1008억원을 투자해 공장을 신축하고 진공건조 설비, 조립장 등을 갖출 계획이다. 내년 9월 완공 예정이다.
5월에는 중소 변압기 제조기업 KOC전기의 인수를 결정했다. 유입식 배전변압기와 선박용 변압기 등 기술을 보유한 회사를 인수해 생산력 증가 등 시너지를 꾀하고 초고압 변압기 생산능력을 2배 이상 늘릴 계획이다.
◇ 투자세액공제 ‘날개’
LS전선 미국 해저사업 자회사 LS그린링크는 지난 4월 미국 에너지부(IRA)로부터 9906만달러(약 1365억원)의 투자세액공제를 받게 됐다. LS전선은 세액공제를 발판 삼아 미국 해저사업(해저케이블, HVDC)에 투자할 방침이다.
7월에는 미국 해저케이블 공장 건립에 관한 1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는 데, 버지니아 주정부와 미국 에너지부로부터 확보한 총 1억4700만달러(약 2027억원)의 지원금을 활용한다.
LS전선 미국 자회사 LS그린링크의 미국 버지니아주 공장 조감도. 사진=LS전선 제공◇ 수직계열화 속도
LS전선의 자회사 LS마린솔루션은 지난 8월 LS빌드윈 지분 100%를 인수했다. 지중 케이블 공사를 주력으로 하는 LS빌드윈을 확보함으로써 해저와 지중 케이블 시공 역량을 모두 갖추게 됐다.
9월에는 가온전선을 통한 수직계열화를 단행했다. LS전선 자회사 가온전선은 LS전선의 지앤피 지분 100%를 인수, 소재부터 케이블에 이르는 전 공정 수직계열화를 구축했다. LS전선은 고부가가치 제품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확대할 수 있는 기반을 공고히 했다.
가온전선은 지난달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 위치한 배전케이블 생산법인 LSCUS의 지분 100%를 확보하기도 했다. LSCUS는 LS전선과 가온전선이 각각 82%와 18%의 지분을 보유했던 합작법인이다. 가온전선은 이번 인수를 통해 미국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고 LS전선과 협업해 초고압 케이블 역량을 강화한다.
◇ 수주 릴레이
LS전선은 지난 6월 강원도 동해시 해저케이블 공장 증설에 관한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또 벨기에 전력업체 엘리아(ELIA)와 2800억원 규모 해저케이블 공급 계약을 맺었다. 7월에는 미국 송전망 운영사 LS파워그리드 캘리포니아와 계약(1000억원)했다.
10월에는 대한전선이 잭팟을 터트렸다. 싱가포르 전력청으로부터 8400억원 규모의 초고압 지중케이블 설치 계약을 수주했다. 지난달에는 미국 동·서부지역에 대한 케이블 계약을 따내며 미국에서만 올해 7200억원 이상을 수주, 북미 진출 이래 최대 실적(2022년 4000억원)을 갈아치웠다. 이번달 10일에는 스웨덴 국영전력청과도 1100억원 규모의 초고압 케이블 계약을 체결했다.
◇ 기술 유출 수사 갈등
해저케이블 기술 유출 의혹을 둘러싼 LS전선과 대한전선의 갈등은 증폭됐다. 경찰은 대한전선을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혐의로 피의자 전환하고 지난 7월 압수수색을 진행하는 등 수사를 진행 중이다.
LS전선은 해저케이블 제조 설비 도면과 레이아웃 등을 대한전선이 탈취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기술 탈취는 없었으며 경쟁업체의 시장 진입을 막기 위한 과도한 견제 행위라는 게 대한전선 입장이다.
HD현대일렉트릭 변압기 조립 현장. 사진=HD현대일렉트릭 제공◇ 10조원·10억불 대기록
효성중공업은 국내 중전기기(변압기, 차단기 등) 업체 최초로 올해 차단기 누적 생산 10조원을 돌파했다. 차단기는 송전선로, 변전소 등에서 고장 또는 이상 전류가 발생할 경우 전류를 차단해 안전사고를 방지하는 전력기기다.
HD현대일렉트릭은 국내 전력기기 업계 최초로 10억불 수출탑을 수상했다.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수출액 총 12억451만달러를 기록했다.
LS일렉트릭은 9억불 수출탑을 수상했다. 지난해 7억불에 이어 1년 만에 9억불을 돌파했다. 자회사 LS메탈도 1억불 수출고를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