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못하면 안되는’ 전북, 다시 ‘한계에 맞서는’ 이정효[초점]

스포츠한국 2024-12-25 05:30:00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결국 전북 현대와 이정효 광주FC 감독은 이번 겨울 다른 길을 가게 됐다.

전북은 의문을 아직 많이 안고 있지만 ‘이름값’만은 역대급인 사령탑을 새로 앉히며 ‘못할 명분을 겉으로 찾기 힘든 팀’이 됐다. 반면 이정효 감독은 ‘난파선’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광주에서 또다른 도전에 직면하게 됐다.

전북 현대의 홈구장인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의 이정효 광주FC 감독. ⓒ프로축구연맹 전북 현대의 홈구장인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의 이정효 광주FC 감독. ⓒ프로축구연맹

24일 전북과 광주 구단이 각자 공식 발표를 냈다. 전북은 거스 포옛 신임 감독 선임 소식, 광주는 이정효 감독과 2025년 역시 동행한다는 얘기를 전했다.

이정효 감독은 2부 강등을 겨우 면한 전북의 차기 감독으로 올 겨울 유력하게 여겨졌다. 심지어 모 매체는 계약이 합의했다고 보도했을 정도. 축구계에서도 이런 소문은 파다했다.

납득이 됐다. 광주의 열악한 지원과 환경, 2023시즌 광주에서 리그 3위-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진출을 이루며 이미 정점을 찍은 듯한 이정효 감독의 상황, 그리고 역사상 최악의 시즌을 보낸 전북이 '클래스가 다르다'고 표현될 정도로 인정받고 있는 이정효 감독을 영입한다는 건 어울리는 선택으로 보였다. 전북은 광주와는 정반대로 국내 최고시설, 막대한 영입자금과 국가대표급 선수단을 지녔기에, 이미 시민구단에서 정점을 찍은 이정효 감독이 이제 대형 기업구단에서 자신을 증명한다는 건 당연한 수순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전북의 선택은 거스 포옛이었고, 이정효 감독은 광주에 최종 잔류하게 됐다. 전북이 이정효를 원하지 않았다, 이정효 감독이 전북보다 광주 잔류를 택했다는 등 진실은 이후에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전북 현대 ⓒ전북 현대

중요한 건 이 선택이 당장의 관점에서는 양측 모두에게 이상하고 기묘하다는 것이다. 전북 입장에서는 이정효 감독처럼 선수단 장악과 전술적 완성도에서 증명된 감독을 영입하지 않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선택이다. 아직도 자신들이 어떤 위기에 놓였는지 모르는 게 아닌가하는 우려가 나올 정도.

외국인 감독을 영입할 시 이미 12월말인 상황에서 선수단 파악만하다 동계훈련을 마칠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했는데 실제로 외국인 감독이 왔다. 이미 직전 단 페트레스쿠 감독을 데려왔다 선수단도, 전술도 어떤 것도 파악하지 못한 채 부진한 성적에 경질시킨 바 있다. 실제로 전북을 잘 아는 축구 관계자도 강등을 겨우 면할 정도로 어려운 전북의 현 상황에서 외국인 감독의 부임이 선수단 파악과 장악에 효과적일지 의문 부호를 품기도 했다. K리그에서 외국인 감독의 성공사례보다 실패사례가 더 많은 건 덤.

하지만 전북은 아무리 과거라고 해도 세계 양대 축구리그로 불리는 EPL과 라리가에서 모두 감독직을 지낸 인물을 새 사령탑으로 앉혔다. 포옛은 브라이튼(잉글랜드-EFL 챔피언십)에서 감독직을 시작한 포옛은 선덜랜드(잉글랜드-EPL) 등 잉글랜드를 비롯해 AEK 아테네(그리스-슈퍼리그), 레알 베티스(스페인-라리가), 보르도(프랑스-리그1) 등 다양한 리그와 클럽에서 경험을 쌓았으며 최근에는 그리스 국가대표팀(2022~2024)에서 감독으로 활약했다. 결국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던 ‘EPL 감독 출신’이라는 포옛의 이름값을 보면, 전북에게 다시 K리그1 우승을 안기는 것이 당연하게 느껴지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포옛이 실제 한국 무대에서 보여줄 역량은 미지수지만 지금까지의 배경을 생각하면 최소 전북의 상위권 복귀가 본전인 셈이다.

힌편 이정효 감독 입장에서도 고향도 아니고, 선수 시절도 보내지 않고, 단지 자신에게 '처음으로 감독을 시켜준' 광주가 열악한 인프라, 자금 문제 등을 계속 보이는데 잔류한다는 건 쉽지 않은 도전이다. 게다가 지난 시즌 3위를 했지만 올 시즌 아시아 무대 병행 등으로 9위로 겨우 강등권을 면할 정도로 하락세도 있었다는 점에서, 없는 살림에 팀을 반등까지 시켜야하는 상황까지 얹힌 것.

물론 위험 부담이 크다. 하지만 이정효 감독이 1부리그에서도 최저의 선수단 예산을 쓰며, 자신이 키운 애제자들을 다른 팀에 보낼 가능성이 높은 광주에서 한 번 더 기적을 쓴다면 더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ACLE 동아시아 리그 스테이지에서 12팀 중 8팀이 16강에 올라가는데, 광주가 무려 4승1무1패(승점 13)으로 1위 요코하마(일본)와 승점 같은 2위다. 고작 2경기만 남은 상황에서 광주의 16강 진출 가능성은 높다. 광주 잔류를 결정한 이 감독이 순항 중인 아시아 무대에서 주목할만한 성적을 낸다면 아시아 무대에서 충분히 통한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다. ‘하이 리스크’를 안은 결정의 ‘하이 리턴’이 되는 것이다.

광주FC와 2025시즌에도 동행하게 된 이정효 감독.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광주FC와 2025시즌에도 동행하게 된 이정효 감독.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올 겨울 강하게 연결됐다가 결국 다른 길을 가게 된 전북과 이정효 감독. 전북은 자신들의 이름보다 더 큰 이름을 사령탑에 앉히며 이젠 정말 표면적으로 ‘못하면 안 되는 팀’이 됐고, 이정효 감독은 또다시 많은 이들의 우려와 정면으로 맞서 싸워 이기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