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문 통과하는 순례자는 '잠벌 사면' 전대사 은총 받아
(바티칸=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프란치스코 교황이 24일(현지시간)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의 성문을 여는 예식으로 25년마다 돌아오는 정기 희년의 개막을 선포한다.
희년(禧年·jubilee)은 가톨릭교회에서 신자에게 특별한 영적 은혜를 베푸는 성스러운 해를 뜻한다. 다른 말로 성년(聖年)이라고도 부른다.
이날부터 2026년 1월6일 희년이 끝날 때까지 개방되는 이 성문을 통과하는 순례자는 교황청 내사원이 발표한 교령에 따라 잠벌(이 세상이나 연옥에서 잠시 받는 벌)을 사해주는 전대사의 은총을 받을 수 있다.
내사원은 "이전에 수여된 다른 모든 대사는 2025년 정기 희년 동안에 여전히 유효하다"며 "진정으로 뉘우치고, 죄의 어떤 영향도 멀리하며, 애덕의 영에 이끌리고, 성년 동안에 참회 성사로 정화되고 영성체로 회복돼 교황 성화 지향에 따라 기도하는 모든 신자는 전대사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교황청과 이탈리아 당국은 전 세계에서 약 3천200만명의 순례자가 바티칸을 방문해 성문을 통과할 것으로 예상한다.
교황청은 인터넷을 통해 성문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도 시작한다. 이에 대해 교황청은 직접 순례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성문에 대한 상징적 접근을 제공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희년은 일반적으로 25년에 한 번씩 열리지만, 2016년 자비의 해나 2013년 신앙의 해와 같이 교황이 특별 희년을 선포할 수 있다.
이번 2025년 희년은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2000년 대희년을 기념한 이후 처음으로 맞는 정기 희년이다.
희년은 구약성경에서 유래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모세의 법에 따라 50년마다 한 번씩 축제를 거행했는데, 이때 모든 빚을 탕감하고 노예를 해방하라는 규정이 있었다.
가톨릭교회에서는 1300년 보니파시오 8세 교황이 이 축제에서 유래한 희년을 선포했고, 5번째 희년부터 성문을 여는 예식이 시작됐다고 한다. 이후 모든 세대가 최소한 한 번 희년의 은총을 누릴 수 있도록 1475년부터 25년마다 거행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12일 발표한 희년 메시지에서 국제사회에 가난한 나라들의 부채 탕감과 사형제 폐지를 요청한 것도 희년만이 갖는 용서와 해방의 정신 때문이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도 2000년 대희년을 맞아 세계 주요 채권국에 대해 최빈국들이 진 부채를 탕감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바티칸을 낀 로마시는 손님맞이 준비에 만전을 기했다. 로마시는 40억유로(약 5조9천억원)를 들여 바티칸 주변 낡은 도로와 교통시설물을 전면 보수하고 보행자 공간을 확충하는 등 순례객을 맞이할 채비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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