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정관이 배제한 제도 요구 못해…청구 사실 은닉은 자본시장법 위반 논란"
(서울=연합뉴스) 김태균 기자 = 고려아연[010130] 경영권을 두고 분쟁 중인 사모펀드(PEF) MBK파트너스는 '집중투표제 방식으로 이사를 선임하자'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의 주주제안이 불법이라고 24일 주장했다.
MBK는 이날 입장문에서 "최윤범 회장 일가가 소유한 유미개발이 다음 달 고려아연 임시주총의 안건으로 제안한 내용은 상법과 자본시장법 위반이라는 것이 법조계의 의견"이라며 이처럼 지적했다.
상법은 고려아연처럼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인 회사에서는 정관에서 다르게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주주가 집중투표로 이사를 선임할 것을 청구할 수 있다고 명시한다.
그러나 고려아연은 애초 정관에 집중투표제를 배제하는 규정이 있어, '정관에서 다르게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면'이란 조건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 MBK의 지적이다.
상법은 이렇게 집중투표 방법의 이사 선임을 요청하려면 주주총회일 6주 전까지 청구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으나, 유미개발은 이 기한도 지키지 않았다고 MBK는 강조했다.
MBK는 또 임시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주주를 정하는 기한인 이번 달 20일까지 고려아연 측이 유미개발의 주주제안을 숨겼던 것이 법적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MBK는 "주주들이 집중투표제 도입 안건과 집중투표 방식의 이사 선임 안건이 주총에서 다뤄진다는 것을 몰랐기 때문에 주주 판단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고 주주권 행사도 제약받게 됐다"고 지적했다.
MBK는 이어 "유미개발을 포함한 최윤범 회장 및 그 특수관계인이 집중투표제 안건의 상정 사실을 미리 숨기고 지분을 매집했으면 다른 투자자에게 공개하지 않은 중대한 정보를 본인만 인지한 상태에서 거래한 것이 된다"며 "이는 자본시장법상 시장질서 교란행위 등의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MBK는 고려아연 1대 주주인 영풍[000670]과 함께 최 회장에게서 경영권을 빼앗기 위해 다음 달 23일 임시주총에서 이사회 제도 개편 등의 핵심 안건을 두고 최 회장 측과 표 대결을 벌일 예정이다.
유미개발은 최 회장 일가가 88% 이상의 지분을 가진 업체로 고려아연의 주주다. 이 회사가 제안한 집중투표제 기반의 이사 선임은 MBK·영풍보다 지분율이 적은 최 회장에게 유리한 방안으로 풀이된다.
집중투표제는 애초 지배주주의 독주를 막기 위한 제도로, 우호 지분과 특수관계인으로 지분이 잘게 쪼개져 있는 최 회장 측의 경우 1대 주주인 MBK·영풍과 달리 의결권이 더 커지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MBK는 "최 회장 측이 표 대결에서 불리한 상황에서 주주 간 분쟁을 지속시키고 자기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집중투표제를 악용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MBK·영풍은 의결권 기준으로 46.7%의 지분을 갖고 있다. 최 회장 측 지분은 39∼40%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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