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간 학과운영·행정업무 관여 안 해…증거 부족"
(서울=연합뉴스) 한주홍 기자 = 대학원생 조교 앞으로 나오는 인건비를 유용한 혐의로 1심에서 벌금형이 선고된 전직 서울대 교수에게 2심이 무죄를 선고했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9부(이성복 부장판사)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서울대 전직 교수 A씨에게 1심의 벌금 500만원을 깨고 최근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같은 과 전·현직 교수 5명과 공모해 2014년부터 2018년까지 강의조교를 허위등록한 뒤 대학 연구지원금 등 명목의 인건비 5천700여만원을 챙겨 학과 운영경비로 쓴 혐의로 기소됐다.
법원은 검찰 청구를 받아들여 2021년 10월 이들에게 벌금 1천만원의 약식명령을 선고했는데, A씨만 불복해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A씨는 다른 교수들과 공모한 적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지만, 1심은 교수회의에서 범행 논의가 있었으므로 휴직 기간을 빼고 항상 논의에 참석한 A씨가 이를 몰랐을 리 없다고 봤다.
하지만 2심은 검찰 증거들만으로는 A씨가 허위로 조교 등의 장학금을 신청·수령하고, 이 장학금이 학과 경비로 사용된 것을 인식했다는 점이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공소사실에는 2010년경 교수회의에서 장학금의 허위 신청·수령, 학과 경비 명목의 일괄 관리·사용 등에 관해 구체적 공모가 있었다는 취지로 기재돼 있다"면서 "하지만 구체적인 합의가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는 회의 자료 등은 찾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A씨는 1998년부터 2000년까지 학과장을 역임한 후 2000년부터 2012년까지 교내 성폭력상담소에서 상근하며 부소장 및 소장을 역임했다"며 "2000년부터 2012년경까지 장기간 학과 운영이나 행정 업무에 실질적으로 관여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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