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 종합선수권 단식 첫 우승 이상수 "족보에 올려 기쁘다"

연합뉴스 2024-12-24 08:00:06

결승서 팀 후배 조대성 3-2로 꺾고 종합선수권 단식 첫 정상

종합선수권 남자단식 첫 우승을 이룬 이상수

(삼척=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 "종합선수권대회에서는 단식 우승과 유독 인연이 없었는데, 족보에 우승을 올렸다는 것만으로도 기쁩니다."

한국 남자탁구의 '맏형' 이상수(34·삼성생명)는 23일 강원도 삼척시민체육관에서 열린 제78회 애경케미칼 전국남녀종합선수권대회 남자단식 결승에서 팀 후배 조대성을 3-2로 꺾고 우승을 확정한 뒤 농담을 곁들인 소감을 전했다.

종합탁구선수권 남자단식에서 우승한 이상수(오른쪽)와 준우승자 조대성

그도 그럴 것이 한국 남자 선수 중 세계랭킹이 가장 높은 6위까지 오르기도 했던 이상수가 국내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종합선수권에서는 단식 우승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2009년 실업 무대 데뷔 후 16년 가까이 여섯 차례 단식 3등을 한 게 전부였고, 결승 진출도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는 다만 종합선수권 혼합복식에서는 세 차례 우승했다.

이상수는 2013년 파리 세계선수권대회 때 박영숙(은퇴)과 혼합복식 은메달을 따내며 한국 남자대표팀의 주축으로 활약해왔다.

한국 탁구가 세계선수권 개인전에서 은메달 이상의 성적을 낸 건 2003년 파리 세계선수권대회 때 주세혁의 남자단식 은메달 이후 10년 만의 일이었다.

파리 세계선수권은 이상수에게 '평생의 짝'을 찾아준 대회이기도 하다.

이상수는 이 대회 이후 박영숙과 계속 복식조를 이뤄 호흡을 맞췄고 결국 둘은 2018년 부부의 연까지 맺었다.

이후에도 세계선수권 등 국제대회에서 꾸준한 성과를 낸 이상수는 2017년 뒤셀도르프 세계선수권에서 정영식과 짝을 이뤄 출전한 남자 복식과 단식에서 각각 동메달을 따냈다.

또 2021년 아시아선수권 때는 남자단식 결승에서 대만의 좡즈위안을 3-2로 꺾고 대회 출전 사상 한국 선수 첫 개인전 우승 기쁨을 누렸다.

올해 안방에서 처음 개최된 부산 세계선수권에도 대표로 출전해 남자단체전 동메달을 사냥했다.

이번 종합선수권 남자단식에선 32강에서 안재현(한국거래소)을 3-1로 꺾었고, 4강에서 박규현(미래에셋증권)도 3-1로 돌려세우고 결승에 올라 팀 후배 조대성과 만났다.

둘은 이번 대회 남자복식에 콤비로 출전했고, 다음 날 열리는 남자단체전에는 결승에 진출해 한국수자원공사와 우승 다툼을 앞두고 있다.

이철승 삼성생명 감독은 같은 팀 선수끼리 결승 대결이라서 벤치를 보지 않았다.

이상수는 껄끄러운 상대인 왼손잡이 조대성과 첫 세트 대결에서 11-9로 이기며 기선을 잡았다.

이상수의 경기 장면

1세트 9-4로 여유 있게 앞서고도 조대성의 거센 추격에 휘말려 9-9 동점을 허용하고도 날카로운 드라이브 공세로 11-9로 이긴 게 결정적인 승부처였다.

이상수는 2세트를 내준 뒤 3세트를 따내고 다시 4세트를 잃어 승부는 결국 최종 5세트로 넘어갔다.

우승 생각은 하지 않고 오히려 마음을 내려놓은 그에게 행운이 따라줬다.

조대성의 실수가 나오는가 하면 테이블을 벗어나는 듯하던 공도 에지가 되는 등 행운이 겹치면서 결국 5세트를 11-5의 큰 점수 차로 이겨 첫 우승 기쁨을 누렸다.

그는 우승 확정 후 "우승하겠다는 생각 없이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한다는 생각으로 임했는데 운도 따라줬던 것 같다"면서 "16년 동안 종합선수권 단식 우승이 없었는데, 좋은 결과를 얻어 기쁘다"고 말했다.

이철승 삼성생명 감독은 이상수에 대해 "이전에는 힘으로만 밀어붙여 컨디션이 좋을 때 세계 정상급 선수를 꺾고도 페이스가 안 좋을 때와 기복 차이가 심했다"면서 "지금은 경기 완급 조절하는 능력이 생겨 연결력이 좋아진 게 우승 원동력이 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chil881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