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성에게 다저스행은 지옥행 열차일 수 있다[초점]

스포츠한국 2024-12-24 05:30:00

[스포츠한국 이정철 기자] 김하성(29)의 LA 다저스행이 떠오르고 있다. 다저스가 우타자 보강을 위해 김하성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소식이다. 하지만 김하성에게 다저스행은 재앙같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자칫 잘못하면 벤치 멤버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 매체 ‘디 애슬레틱’은 지난 22일 “다저스가 팀의 핵심타자인 테오스카 에르난데스와의 재계약에 난항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다저스가 에르난데스와 계약하지 못할 경우, 김하성에게 관심을 나타낼 수 있다고 보도했다.

김하성(왼쪽)·무키 베츠. ⓒAFPBBNews = News1 김하성(왼쪽)·무키 베츠. ⓒAFPBBNews = News1

2021시즌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유니폼을 입으며 빅리그에 입성한 김하성은 메이저리그 4시즌 통산 타율 0.242 80홈런 200타점 OPS(장타율+출루율) 0.706을 기록했다. 2023시즌엔 타율 0.260 17홈런 OPS 0.749로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냈다.

김하성은 특히 2023시즌 유틸리티 내야수로서 뛰어난 수비 능력을 보여주며 내셔널리그 유틸리티 야수 부문 골드글러브를 수상하기도 했다.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의 일이었다. 2024시즌엔 멀티포지션 대신 유격수로 고정돼 안정적인 수비력을 뽐냈고 타석에서는 타율 0.233 11홈런 47타점 OPS 0.7을 기록했다.

준수한 타격과 주루, 안정적인 수비 능력과 함께 멀티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김하성은 이번 FA 시장서 내야수 최대어 중 한 명으로 꼽혔다. 하지만 현재까지 김하성을 향해 뜨겁게 러브콜을 보내는 구단이 없다. 시즌 막판 김하성이 어깨 부상을 당한 여파로 분석된다.

김하성은 지난 8월 어깨 부상을 당했고 시즌을 조기에 마감한 뒤 어깨 수술을 결정했다. 이로 인해 2025시즌 5월에나 복귀할 것으로 전망된다. 어깨 수술로 인한 송구 능력 저하도 의심되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생각보다 많은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2024시즌 월드시리즈 우승팀 다저스가 김하성에게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는 소식이 나왔다. 메이저리그 정보에 있어 가장 정통한 기자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 켄 로젠탈의 소식이기에 많은 이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오타니 쇼헤이(왼쪽)·김하성. ⓒAFPBBNews = News1 오타니 쇼헤이(왼쪽)·김하성. ⓒAFPBBNews = News1

다저스는 현재 중심타자 에르난데스와 재계약 협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결별 가능성도 점차 커지는 분위기다. 에르난데스와의 결별은 우타자가 부족한 다저스에게 큰 전력 손실을 안길 수 있다. 다저스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에르난데스와 결별시 김하성 등 우타자 보강을 노린다는 것이다.

전혀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다. 다저스는 월드시리즈 우승을 노리는 팀이고 이미 토미 현수 에드먼 등 유틸리티 자원을 영입하며 2024시즌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뤄낸 바 있다. 김하성이 뛰어난 타자는 아니지만 좌투수에게 강점을 보이는 우타자임에는 분명하다. 더불어 2루수, 유격수, 3루수도 모두 소화 가능하다. 영입만 한다면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는 선수다. 다저스가 김하성에게 관심을 보일 수 있는 이유다.

하지만 김하성에게 다저스행은 위험천만한 길이다. 우선 다저스는 김하성에게 장기계약 혹은 대형계약을 안길 가능성이 적다. 기본적으로 다저스는 3루수 맥시 먼시, 유격수 무키 베츠, 2루수 가빈 럭스를 보유 중이다. 여기에 중견수로 포지션 변경한 에드먼도 언제든 내야로 돌아올 수 있다. 우타자 김하성이 있으면 좋지만 꼭 보유해야할 자원은 아니다. 이런 김하성에게 큰 계약을 안길리 만무하다.

더불어 다저스는 김하성을 아예 플래툰시스템 속에 갇히게 만들 수 있다. 이럴 경우 김하성은 왼손투수가 나왔을 때만 기용하는 우타자로 전락하게 된다. 좌투수가 우투수보다 현저히 적은 메이저리그 특성상 벤치 멤버로 떨어지는 것이나 다름없다.

물론 다저스가 베츠를 다시 외야수로 돌리거나, 럭스를 트레이드하고 김하성에게 한 자리를 만들어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이런 경우에도 김하성이 2025시즌 초반 부진하다면, 언제든 다저스는 유틸리티 플레이어 에드먼으로 김하성의 자리를 메울 수 있다. 한마디로 김하성이 다저스에 갈 경우 엄청난 활약을 펼쳐야만 주전 자리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 현재 부상 회복 중인 선수에게는 쉽지 않은 과제다.

김하성. ⓒAFPBBNews = News1 김하성. ⓒAFPBBNews = News1

냉랭한 FA 시장을 마주하며 위기에 몰린 김하성. 다저스행이 새로운 선택지로 떠올랐다. 하지만 다저스는 김하성에게 대형 계약을 안길 가능성이 적다. 더불어 김하성이 ‘FA 재수’를 선택하기에도 불안한 팀이다. 언제든 김하성의 기회를 뺏을 수 있는 팀이기 때문이다. 김하성의 다저스행은 우승할 수 있는 강팀으로 가는 것 외에 전혀 매력적이지 않다. 오히려 지옥행 열차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