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기묘하다. 2024 K리그1 올해의 감독상으로 대한민국 축구 최고 감독으로 인정받은 윤정환 감독이 자신이 지도한 준우승팀 강원FC를 떠나 2부인 K리그2로 강등된 인천 유나이티드 지휘봉을 잡았다.
그리고 무성한 이적설이 돌던 광주FC 이정효 감독이 결국 전북 현대로 가지 않고 광주에 남을 것으로 보인다.
굳이 더 나은 조건이 아님에도 더 상황이 좋지 않은 팀으로 가거나 남는 이상한 선택을 한 두 감독이다.
인천은 22일 윤정환 감독 선임을 공식발표했다.
윤정환 감독은 얼마전 있었던 K리그 시상식에서 올해의 감독상을 받으며 한국 최고 감독으로 인정받았다. 이미 일본 J리그에서도 올해의 감독상을 받은바 있기에 사상 최초의 K리그-J리그에서 모두 올해의 감독상을 받은 인물이 됐다. 지난시즌 강등권에 있던 강원을 구단 역사상 최고 성적인 준우승으로 이끈 공 때문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윤 감독과 강원은 재계약을 하지 않았다. 강원 측에서는 연봉인상을 포함한 재계약을 제시했지만 윤 감독 쪽에서 더 많은 금액과 권한을 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감독을 잡지 못한 강원은 결국 수석코치였던 정경호를 감독으로 승격시켰다.
준우승팀의 제의를 거절할 정도면 더 좋은 제의 혹은 좋은 팀을 가야 납득이 된다. 하지만 윤 감독의 선택은 최하위로 2부로 강등된 인천이었다. 강원과 인천이 어디가 우월하다는게 아닌 단순히 성적만 놓고보면 K리그1 준우승팀 강원과 최하위로 강등된 인천은 분명 차이가 있다.
팀을 낮춰갔다면 연봉이라도 높아야한다. 하지만 2부로 강등된 인천 사정상 확연히 더 나은 제의를 하기도 힘들었다는게 축구계의 시각. 이외에 감독 이적을 고려할 요소인 확실한 투자, 선수단 퀄리티 등 어떤 면에서도 인천이 강원을 우월하게 앞서기 힘들다. 축구계에서는 12월중순이면 70% 이상의 이적이 이뤄진다고 본다. 이미 동계훈련을 시작한 팀이 있을 정도로 늦은 부임과 이적시장에서의 늦은 참전은 윤 감독에게 선수단 구성에 차질이 클 수밖에 없다.
오히려 2부로 강등된 인천을 곧바로 재승격시켜야한다는 부담감만 크다. 인천 입장에서는 ‘승격이 아니면 실패’일 수밖에 없는 2025시즌인데 1부에서도 상위권 예산을 쓰던 수원 삼성마저 올시즌 강등 후 2부에서 플레이오프조차 가지 못할 정도로 K리그2는 결코 만만한 곳이 아니다. 강원은 차라리 더 큰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무대에 나갈 수 있고 2위를 못하더라도 이미 전시즌 자신이 이뤄놓은 업적이 있기에 양해를 받을 수 있다.
물론 감독 이적에는 이외에 다른 요소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숨겨진 요소가 아니라면 윤 감독의 강원에서 인천 이적은 이상하다는 표현이 모자라지 않을 정도로 기묘하다.
이정효 광주 감독을 둘러싼 문제 역시 비슷하다. 이정효 감독은 2부 강등을 겨우 면한 전북의 차기 감독으로 유력하게 여겨졌다. 심지어 모 매체는 계약이 합의했다고 보도했을 정도. 축구계에서도 이런 소문은 파다했다.
납득이 됐다. 광주의 열악한 지원과 환경, 광주에서 이미 정점을 찍은듯한 이정효 감독의 상황, 그리고 역사상 최악의 시즌을 보낸 전북이 ‘클래스가 다르다’고 표현될 정도로 인정받고 있는 이정효 감독을 영입한다는건 어울리는 선택으로 보였다. 전북은 광주와는 정반대로 국내 최고시설, 막대한 영입자금과 국가대표급 선수단이기에 이미 시민구단에서 정점을 찍은 이정효 감독이 이제 대형 기업구단에서 자신을 증명한다는건 당연한 수순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여러 설왕설래 끝에 이정효 감독은 광주에 잔류하는 것으로 보인다. 말은 많다. 전북이 이정효를 원하지 않았다, 이정효 감독이 전북보다 광주 잔류를 택했다는 등 진실은 이후에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중요한건 이 선택이 당장의 관점에서는 양측 모두에게 이상하고 기묘하다는 것이다. 전북 입장에서는 이정효 감독처럼 선수단 장악과 전술적으로 완성된 감독을 영입하지 않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선택이다. 아직도 자신들이 어떤 위기에 놓였는지 모르는게 아닌가하는 우려가 나올정도.
외국인 감독을 영입한다면 이미 12월말인 상황에서 선수단 파악만하다 동계훈련을 마칠 수 있다. 이미 직전 단 페스테레스쿠 감독을 데려왔다 선수단도, 전술도 어떤 것도 파악하지 못한채 경질시킨 바 있다. K리그에서 외국인 감독의 성공사례보다 실패사례가 더 많은건 덤.
이정효 감독 입장에서도 고향도 아니고 선수 시절도 보내지 않고 단지 ‘처음으로 감독을 시켜준’ 광주가 자신은 아무리 노력해도 나아지지 않는 환경 개선, 자금 문제 등을 보이는데 잔류한다는건 이해하기 쉽지 않다. 게다가 지난시즌 3위를 했지만 올시즌 아시아 무대 병행 등으로 9위로 겨우 강등권을 면할 정도로 하락세도 있었다는 점에서 또 없는 살림에 팀은 반등까지 시켜야하는 상황까지 얹혔다.
단순히 금전적으로도 전북이라면 더 많은 연봉을 이정효 감독에게 안길 수 있는 팀이다. 물론 광주에 많은 정이 들고 팬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지만 이정효같은 전술가가 자신이 원하는 축구를 더 비싼 연봉의 선수들로 구현한다면 어떤 모습을 보일지 궁금한 팬들도 많다.
물론 윤정환 감독이든 이정효 감독이든 이적과 잔류에는 각자의 사정이 있을 것이며 밝히기 힘든 부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외부의 시선에서는 두 감독의 선택은 이해하기 힘든 기묘함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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