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12·3 비상계엄'에 따른 내란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이 수사보다는 탄핵심판절차가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조수사본부(공조본)와 검찰 등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 여부가 결정 나기 전까지 내란죄 수사에 응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윤 대통령의 변호인단 구성 등에 조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석동현(사법연수원 15기) 변호사는 23일 자신의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처럼 (헌재의 파면 결정으로) 대통령 신분을 상실한 상태에서 수사가 이뤄지고 있는 게 아니다"며 "대통령은 수사보다 탄핵심판절차가 우선돼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석 변호사는 윤 대통령의 '40년 친구'로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이날 윤 대통령이 대통령의 신분을 유지한 상태에서 수사기관에 출석해 피의자 조사를 받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석 변호사는 "윤 대통령은 권한 정지만 됐을 뿐, 대통령의 신분"이라면서 "비상계엄을 수사하려면 대통령이 그런 결정을 하게 된 국정 난맥 상황 전반을 다 이야기해야 하는데, 수사기관이 그런 준비가 돼 있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석 변호사는 '탄핵 심판이 마무리되면 수사에 임하겠다는 뜻이냐'는 질문에도 "주된 공론화 무대는 결국 헌법재판관 참여하에 진행되는 공개된 탄핵 법정이 돼야 한다"면서 "단순히 형사처벌을 받고 안 받고의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탄핵 심판을 우선시한다는 것은 시간 순서 상이 아니라 중요도의 의미도 있다"며 "(탄핵 심판이) 국가 장래에 어떤 형태로든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앞으로의 헌정 체계에서 중요한 시금석이 될 수 있는 심판인데, 이 절차를 당사자인 윤 대통령이 충실히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석 변호사는 윤 대통령이 변호인단 선임을 미루면서 의도적으로 시간을 끌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데 대해 반박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2일 대국민담화를 통해 '12·3 비상계엄' 선포에 따른 수사와 탄핵에 당당히 맞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이달 14일 국회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통과됐지만, 아직 수사 변호인단과 탄핵 심판 대리인단 구성은 마무리되지 않았다.
석 변호사는 "너무 성급하다. (국회에서) 탄핵소추가 이뤄진 지 아직 열흘도 안 됐다"며 "절대 시간을 끌겠다거나 피하겠다는 생각이 아니라 충실한 탄핵 심판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현재 대통령의) 스탠스(입장)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헌법재판소에 대한 답변서 제출과 오는 27일 첫 변론준비기일 출석 여부에 대해선 "탄핵 심판을 피하지는 않는다"면서도 "소추 열흘 만에 입장을 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12·3 비상계엄 사태'로 수사와 탄핵심판을 받게 된 윤석열 대통령의 변호인단 구성에 참여한 석동현 변호사가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앞에서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2024.12.19) 사진=연합뉴스한편 석 변호사는 더불어민주당이 자신을 내란 선전 혐의로 고발한 데 대해 이재명 민주당 대표 등을 무고 혐의로 맞고소했다.
석 변호사는 이날 오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페이스북을 통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제출한 이 대표와 김윤석 민주당 사무총장에 대한 고소장 일부를 공개했다.
석 변호사는 지난 19일 서울고검 청사 앞에서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두고 "예고하는 내란이 어딨냐, 내란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윤 대통령의 계엄령은 헌법적 근거와 절차에 따른 행위로서 내란죄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자 민주당은 다음날인 20일 최고위원회의를 거쳐 "내란 행위를 글과 기자회견으로 정당화하는 것은 명백한 내란 선전"이라고 비판하면서 석 변호사를 내란 선동·선전죄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고발했다.
석 변호사는 고소장에서 이런 사실을 짚으며 "(19일 발언은) 이미 종료된 과거(3~4일)의 계엄령에 대한 법적 평가를 한 것일 뿐"이라며 "내란 행위를 선동하거나 선전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이 대표와 김 사무총장은 이런 법리를 알고 있음에도, 자신들과 다른 견해를 가진 헌법학자·교수·전문가 등의 입에 재갈을 물려 의견을 표현할 자유를 제한하고 위축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허위 고발한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