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K리그1 승격을 눈앞에서 놓친 김현석 충남 아산 감독이 아쉬움의 눈물을 삼키면서도 기적 같은 시즌을 보낸 선수들을 칭찬했다.
김현석 충남 아산 감독.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대구FC는 1일 오후 2시 대구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 승강 PO 2024 2차전 충남 아산과 홈경기에서 3-1을 만들어 1,2차전 합계 6-5로 이겼다. 대구는 다음 시즌 K리그1 잔류, 충남 아산은 K리그2 잔류가 확정됐다.
충남 아산은 K리그2 팀 중에서도 예산을 적게 쓰는 편으로, 승격 도전조차 쉽지 않은 팀으로 여겨졌다. 심지어 ‘초보 감독’ 김현석을 새로 선임했기에 더욱 시선이 곱지 만은 않았다. 하지만 공격적이고 날카로운 축구로 리그 2위로 정규시즌을 마치는 기염을 토하며, K리그1 11위 팀인 대구와의 승강 플레이오프로 직행했다.
K리그1 팀인 대구가 유리할 것이라는 대부분의 예상과는 반대로 충남 아산이 1차전서 박대훈과 주닝요의 득점으로 전반 14분 만에 2-0으로 앞섰다. 정규시간 종료를 5분 남긴 후반 40분에는 대구가 충남 아산에 1-4로 크게 밀려 강등을 코앞에 둔 듯했다.
하지만 '대구의 왕' 세징야가 거침없이 달려들어 순식간에 두 번의 굴절 골을 만든 덕에, 대구는 2차전을 앞두고 3-4까지 추격에 성공했다. 세 골 차였다면 2차전 홈경기에서도 뒤집기 쉽지 않겠지만, 한 골 차는 분위기를 탄다면 빠르게 만회할 수 있는 정도다.
2차전서 양 팀 득점 없이 경기가 끝난다면 1차전 결과로 합산 4-3으로 앞서고 있는 충남 아산이 다음 시즌 K리그1으로 승격, 대구가 K리그2로 강등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대구에는 세징야가 있었다. 전반 추가시간 5분 대구가 충남 아산 진영에서 끊어낸 공이 박스 앞 세징야에게 이어졌다. 이후 세징야가 에드가와 패스를 주고받으며 박스 안으로 들어갈 때 충남 아산 수비수 최희원이 먼저 공을 건드렸지만 뒤로 흘리며 세징야에게 다시 내줬다. 이를 놓칠 리 없는 세징야가 막으러 나오는 신송훈 골키퍼의 오른쪽으로 오른발 슈팅을 밀어넣으며 합산 4-4 동점을 만들었다. 결국 전반 종료 전에 대구의 골이 나왔다
세징야에 이어 대구의 구원자가 된 이름은 역시 에드가였다. 후반 38분 대구의 오른쪽 코너킥이 수비 맞고 뒤로 흐른 것을 이용래가 낮게 깔리는 오른발 중거리 슈팅으로 가져갔다. 이 에드가의 뒷발을 맞고 들어가며 대구가 홈에서 두 골을 넣고 합산 점수를 5-4로 뒤집었다.
그렇게 경기가 끝나는 듯했던 후반 추가시간 3분 충남 아산 최치원의 슈팅이 대구 박스 안 에드가의 팔에 맞아 충남 아산의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VAR 판독 이후에도 판정이 바뀌지 않았고, 주닝요가 후반 추가시간 7분 왼발로 PK를 성공하며 기어코 합산 5-5 동점을 만들었다.
여기에 충남 아산 공격수 호세가 후반 추가시간 12분에 대구 요시노의 발목을 밟는 위험한 플레이로 다이렉트 퇴장을 당하며 충남 아산이 수적 열세를 안게 됐다. 이후 정규 시간 안에 승부가 나지 않게 돼 연장전이 진행됐다.
연장전에서 먼저 웃은 쪽은 홈팀 대구였다. 연장 전반 3분 황재원이 왼쪽에서 문전으로 올린 얼리크로스가 수비 머리 맞고 왼쪽으로 흘렀지만 이찬동이 이를 왼발 발리슛으로 연결해 골문 상단으로 꽂는 대구의 이날 3번째 골을 만들었다. 합산 6-5로 다시 앞서는 대구.
결국 대구가 힘겹게 만든 리드를 지키고 다음 시즌에도 K리그1에 잔류하게 됐다. 충남 아산은 K리그1 승격 문턱에서 아쉽게 고배를 마셨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 임한 김현석 충남 아산 감독은 “감정을 누르려고 해봤지만 쉽지는 않다. 경기 끝나고 팬들 앞에서 선수들에게 수고했다고 말해줬다. 사실 대구 같은 1부리그 팀을 상대로 수적 우위를 가져도 이기기 쉽지 않은데, 오히려 반대로 돼서 부담으로 다가왔다. 그래도 충남 아산의 색깔을 잘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아쉽지만 내년을 기약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초보 감독의 딱지를 늦게 달았는데, 올해 보낸 1년이 감독 커리어에 큰 양분이 될 듯하다. 올해는 초보였지만 다음 해에는 한층 성장한 감독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