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대선 부정선거 주장 동조하며 "조력자 응징" 공개 주장
정치적독립 위해 '임기 10년' 규정한 FBI국장에 적임인지 두고 논란
(워싱턴=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차기 연방수사국(FBI) 국장으로 기용하겠다고 30일(현지시간) 발표한 캐시 파텔(44) 전 국방장관(대행) 비서실장은 2기 행정부를 채울 '트럼프 충성파' 중에서도 논쟁적 인물이다.
1980년 뉴욕주에서 인도계 이민자 2세로 태어난 파텔은 리치먼드대학에서 범죄사법과 역사학을 전공한 뒤 페이스대 로스쿨을 졸업하며 변호사 자격을 취득했다.
국선 변호사로 법조인 생활을 시작한 그는 2014년부터 약 3년간 법무부 소속 공판 담당 검사로 일한 뒤 2017년부터 하원 정보위원회의 공화당 간사였던 데빈 누네스 당시 의원 보좌관으로 재직하면서 트럼프 당선인의 눈에 들었다.
그는 당시 러시아가 트럼프 당선인의 2016년 대선 승리를 도왔다는 의혹과 트럼프 당선인 캠프가 러시아 측과 소통했다는 의혹 등에 대한 FBI 수사의 신뢰도에 흠집을 내는 역할을 수행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파텔 발탁 사실을 공개한 SNS 글에서 "(파텔이) '러시아 사기 사건'(러시아 스캔들 수사)을 밝혀내는 데 중추적 역할을 했다"며 자신이 러시아 스캔들의 늪에서 빠져나오는 데 파텔이 공을 세웠음을 인정했다.
이후 파텔은 2019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신설 자리인 대테러 담당 선임 국장으로 영전했는데, 거기서 그는 시리아에 억류된 미국 언론인의 석방을 위한 비밀 임무를 주도하기도 했다.
이어 파텔은 2020년 국가정보국(DNI)으로 자리를 옮겨 당시 DNI 국장 대행이던 리처드 그레넬 밑에서 수석 부국장을 역임한 뒤 그해 11월 크리스토퍼 밀러 당시 국방장관 대행의 비서실장으로 임명돼 트럼프 행정부 마지막까지 일했다.
미국 언론 매체들은 파텔이 트럼프의 충성파 집단에서도 논쟁적 인물로 통한다고 전했다.
그는 경찰력 과잉 행사로 목숨을 잃은 흑인 조지 플로이드 관련 시위 때 군을 동원하기를 거부한 일 등으로 눈밖에 나 해임된 마크 에스퍼 전 국방장관에 대해 "충성심이 결여됐다"고 비판했고, 국방장관 대행 비서실장으로 일하면서 조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업무 이양을 방해한 것으로 보도됐다.
파텔은 또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민간에 있을 때인 지난해 12월 트럼프의 책사인 스티브 배넌이 운영하는 팟캐스트 '워룸'(War Room)에 출연한 자리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승리한 2020년 대선을 '사기'로 규정하며, 트럼프 재집권 시 바이든의 승리를 도운 언론인 등을 추적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 1기 때 그가 FBI 부국장으로 기용될 가능성이 거론됐을 때 윌리엄 바 당시 법무부 장관이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는 안 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그에 대한 세간의 시선을 말해주는 일화로 평가된다.
따라서 파텔은 향후 상원의 인준 절차 때 상당한 진통을 야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사와 기소가 분리된 미국에서 최고 수사기관인 FBI는 테러, 사이버범죄, 화이트칼라 범죄, 부패, 민권 침해 등에 대한 수사를 맡는다.
자연히 방대한 정보를 관리할 수밖에 없는 FBI의 수장은 고도의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한 업무가 요구되는 자리다. 48년간 8명의 대통령이 백악관을 거쳐 가는 동안 국장 자리를 지켰던 초대 국장 존 에드가 후버가 정치인과 민간인 사찰 등을 하며 권한을 남용한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1970년대에 FBI 국장 임기가 10년으로 정해진 것은 후버 같은 '막후 권력자'형 FBI 국장이 다시 나오는 것을 막고, FBI국장이 정권 교체 등 정치적 변수와 관계없이 독립적·중립적으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그런 터에 파텔과 같은 정파적 논쟁 소지가 큰 인물이 FBI 국장직에 오르면 FBI에 대한 신뢰도가 저하할 수 있고, FBI가 트럼프 당선인의 정적에 대한 보복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는 커질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FBI 국장과 트럼프 당선인의 '악연'도 '충성파' 기용의 배경 중 하나로 추정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취임 첫해인 2017년 '충성 맹세' 요구를 거부한 제임스 코미 당시 국장을 트위터(현 엑스) 메시지로 해임했고, 코미는 그해 상원 청문회를 앞두고 트럼프 당시 대통령의 '러시아 스캔들' 관련 수사 개입을 폭로했다.
코미의 후임자로 트럼프가 기용한 크리스토퍼 레이 현 국장은 트럼프 당선인의 1차 임기 종료 후 기밀자료 반출 및 보관 건 수사에서 FBI가 트럼프 저택인 플로리다주 마러라고를 압수수색한 일을 계기로 트럼프의 눈 밖에 났다는 것이 정설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내년 1월20일 취임 후 파텔을 FBI 국장에 앉히려면 레이 국장이 자진사임하거나, 레이 국장을 해임해야 한다. 레이 국장이 사퇴를 거부해 트럼프 당선인이 그를 해임할 경우 집권 1, 2기 잇달아 임기가 남은 FBI 국장을 해임한 대통령으로 기록되게 된다.
한편, 트럼프 당선인이 이날 2기 행정부 마약단속국(DEA) 수장으로 지명한 채드 크로니스터는 플로리다주 탬파 지역에서 32년간 보안관 등 치안 및 법집행 담당자로 재직한 인물이다.
크로니스터는 플로리다주에서 선출된 현직 연방 상·하원 의원인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지명자와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지명자, 플로리다에서 수십년간 선거 컨설턴트로 활동해온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 지명자, 플로리다주 법무장관 출신인 팸 본디 법무장관 지명자 등에 이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플로리다 인맥'에 본인 이름을 추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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