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우 장편소설 '네게 쓴 메일함'·최하연 시집 '보헤미아 유리'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 스위트 솔티 = 황모과 지음.
2019년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부문 대상을 받은 소설가 황모과의 두 번째 소설집이다.
표제작은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배를 타고 정착할 나라를 찾아 떠돌아다니는 난민의 이야기를 담았다. 어떤 나라에서도 정착할 자격을 얻지 못하는 주인공 스위트 솔티는 "어느 곳도 내 고향이 아니다"라며 좌절한다.
어느 날 솔티는 거친 풍랑을 만나 절명의 위기에 처한다. 그때 "먼저 가서 당신의 형제들이 바다를 떠돌다 돌아올 순간을 준비하라"는 미지의 목소리가 들리고 파도가 그친 뒤 배는 부산에 닿는다.
부산 사람들에게 따뜻하게 환영받은 솔티는 미지의 목소리가 당부한 대로 부산에 정착하고, 난민을 발견하면 마치 형제를 만난 것처럼 돌봐준다.
살아가고자 하는 용기를 불어넣는 8편의 이야기가 실렸다.
문학과지성사. 304쪽.
▲ 네게 쓴 메일함 = 김기우 지음.
김기우의 신작 장편으로 아버지와 아들이 주고받는 편지 형식으로 된 소설이다. 서술자 없이 두 사람의 편지들을 나열해 이야기를 전개한다.
아파트 경비원인 아버지는 소설가를 꿈꾸는 아들에게 소재를 제공하기 위해 아파트에서 관찰한 주민들의 모습을 편지에 묘사한다.
고물상으로 일하다가 골동품 감정가가 된 남성, 전광판으로만 목적지를 알려주는 버스의 불친절함에 화를 내는 왕년의 버스 안내양 할머니, 무속 신앙에 모든 것을 기대는 주부 등 소소한 이야기들이 담겼다.
1990년 계간 '문학과 비평'을 통해 등단한 작가는 장편 '바다를 노래하고 싶을 때', '리듬', 소설집 '달의 무늬', '가족에겐 가족이 없다' 등을 펴냈다.
창해. 472쪽.
▲ 보헤미아 유리 = 최하연 지음.
'돌려보내주고 싶어서 / 어디에서 왔는지도 모르는 모래를 / 발바닥으로 자꾸 눌러본다 // 크고 단단한 성벽이었다고 프라하의 어느 모퉁이에선 / 강을 밝히는 석등이었다고'
시인은 신발 속 모래 한 알을 보고 그것이 어떤 여정을 거쳐 신발 속으로 들어갔을지 상상한다. 최하연 시인의 네 번째 시집 '보헤미아 유리' 표제작이다.
시인이 그린 세계에선 작은 요소 하나가 자유롭게 몸집을 키워 다른 사물이 되고, 그렇게 탄생한 결과물이 금세 허물어진다.
'머리통만 한 돌이 바로 눈앞 떡갈나무를 찍고서는 어느덧 / 모래알만큼 작아져 양말 속에서 까끌거린다'(시 '돌의 돌' 중)
'망치질 한 번에 사방으로 튀고 / 깨진 돌 틈으로 새 떼가 솟아'('채석장' 중)
상상력을 자유롭게 펼쳐놓은 시 49편이 수록됐다.
문학과지성사. 14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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