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서도 '기준 개정' 필요성 지적…부위원장 "下 분류 자체가 문제"
(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 = 타인의 얼굴 사진을 성 착취물과 합성한 '딥페이크' 피해가 커지는 가운데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얼굴 사진 정보를 개인정보 중대성 판단 규정에서 가장 낮은 등급으로 정해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위원회 내부에서 제기됐다.
지난 9월 고객의 얼굴 사진으로 가짜 계정을 만든 데이팅 애플리케이션 업체에 부과된 과징금이 낮게 책정된 것도 이러한 규정 탓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1일 개인정보위가 최근 공개한 '2024년 제16회 전체회의 속기록'을 보면 한 개인정보위원은 "딥페이크가 많은 논란이 되고 있는데 개인정보위가 (얼굴) 사진을 '하(下)'로 본다는 게 조금…"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도 "얼굴 정보의 개인정보 유형이 '하'로 표시된 것이 맞는지에 대한 질문을 드린다"고 언급했다.
지난 9월 25일 열린 당시 전체회의에서는 한국과 대만 이용자를 상대로 아만다, 너랑나랑, 연권 등 3개의 데이팅 앱을 운영하는 '테크랩스'에 과징금을 부과하는 제재 처분이 이뤄졌다.
개인정보위 조사 결과, 테크랩스는 가입 회원의 프로필 사진을 이용해 다른 국가에서 운영하는 자사의 또 다른 데이팅 앱에서 허위 계정을 만들어 영업활동을 하다 적발됐다.
이 업체는 3개 데이팅 앱에서 총 276개의 허위 계정을 생성한 뒤, 정상 회원과 자동 매칭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개인정보위는 이처럼 데이팅 앱에 올라온 사진을 무단으로 이용한 행위가 본래 개인정보 이용 목적에서 벗어난 것이자, 정보 주체의 권리·이익과 사생활을 침해한 '매우 중대한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경찰에 테크랩스를 고발하고, 과징금 2억2천400만원을 부과했다.
문제는 과징금 산정 시 영향을 미치는 위반행위 중대성 기준 중 하나인 '개인정보의 유형'에서 얼굴 사진이 가장 낮은 '하급'으로 규정됐다는 점이다.
현 개인정보 유형에서 '상급'은 주민등록번호와 같은 고유식별번호, '중급'은 비밀번호 등 인증 정보이고, 이를 제외한 나머지 정보를 '하급'으로 분류된다.
이례적으로 수사기관에 고발할 정도로 중대한 위반 행위를 한 '테크랩스'에 대한 과징금이 이 때문에 적게 매겨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 위원은 "얼굴 사진이 만약 '중'으로 올라가면 과징금 산정 비율이 조정되는가"라고 묻자, 개인정보위는 "맞다"고 답했다.
최장혁 개인정보위 부위원장도 "(얼굴 정보가) '하'로 분류된 것 자체가 문제가 있으니까 조정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개인정보위는 현 개인정보 유형을 논의할 당시 딥페이크 문제가 크지 않아 얼굴 등을 포함한 사진 정보의 중요성을 염두에 두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개인정보위 관계자는 "현 개인정보 유형은 지난해 9월 관련법이 개정되면서 마련된 것"이라며 "(얼굴 정보가) 중요한 정보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은 아니며, 현재 기준 개정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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