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의 '체질개선' 약속에도…애플 의존도 심해진 LG이노텍

뷰어스 2024-11-30 13:00:21
LG이노텍 문혁수 최고경영자(CEO, 왼쪽)과 애플 아이폰16. (사진=LG이노텍, 애플)


LG이노텍이 주력 사업에서 애플 의존도가 여전히 커 경영실적에 영향을 받고 있다. 매출 기준 70% 이상이 애플에서 나오다 보니 실적이 애플 제품 판매에 따라 요동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애플이 공급망 다변화를 꾀하면서 LG이노텍은 중국 경쟁사와 가격 경쟁을 펼쳐야 한다.

문혁수 LG이노텍 최고경영자(CEO)는 취임 일성으로 사업다각화를 추진하겠다고 말했지만, 아직 이렇다 할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 부진한 이익, 아이폰16 출하 감소 여파

29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LG이노텍은 올 하반기 출시한 애플 아이폰16 시리즈에 카메라모듈인 폴디드줌과 카메라모듈의 핵심 부품인 액추에이터 등을 공급하고 있다. 폴디드줌은 빛을 이미지센서에 전달하는 망원 카메라모듈로, 아이폰15 프로맥스에 이어 아이폰16 시리즈 2종에 탑재되고 있다.

공급 제품이 2종으로 확대됐지만, 실적 효과는 가시화되지 않았다. 올해 3분기 LG이노텍은 매출 5조6851억원, 영업이익 1304억원으로, 매출은 지난해보다 19.34%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28.89% 줄었다. 증권가 전망치보다 하회한 실적을 냈다.

부진한 실적 배경에는 아이폰16 시리즈 출하량 감소에 영향을 받았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아이폰16 시리즈의 출시 첫 주 판매는 3700만대 수준으로 전작 대비 12% 이상 줄었다. 지난 2019년 1분기에도 114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는데, 애플의 아이폰 판매 부진으로 카메라 모듈 판매가 급감한 것이 주된 원인으로 꼽혔다.

■ 주력사업 광학솔루션 등 전체 매출 70%가 애플…中 업체와 가격경쟁까지

이처럼 LG이노텍은 애플 의존도가 커 실적에 큰 영향을 받는다는 게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애플이 공급망 다변화로 LG이노텍 제품 비중을 낮추기라도 한다면 큰 타격을 받을 수도 있는 상황이라는 말이다.

LG이노텍의 주력사업인 광학솔루션 사업부다. 이 사업부의 매출은 전체 매출액 비중의 80.9%를 차지한다. 그런데 광학솔루션 사업부의 매출 대부분은 애플로부터 나오고 있다. LG이노텍 매출에서 애플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16년 35%에서 꾸준히 증가해 2021년 83%, 2022년 85%, 2023년 77.2% 수준에 이르렀다. 70% 이상의 매출이 애플로부터 나오는 것이다.

LG이노텍 애플향 매출 비중 추정치 추이 (표=손기호)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설상가상으로 애플이 아이폰16 출시가를 동결하면서 부품가를 낮추기 위해 공급망 다변화를 꾀하면서 LG이노텍의 공급 비중이 줄고 있다. 애플은 3D 센싱 모듈 공급처를 중국 폭스콘으로, 카메라모듈은 중국 코웰전자로, 액추에이터는 ICT로 부품 공급처를 다변화했다. LG이노텍은 애플에 카메라 모듈과 함께 3D 센싱 모듈 등도 공급했는데 이제 가격 경쟁을 해야 한다.

■ 문혁수 CEO “전장·반도체 부품사업 확장”…“4분기도 역성장 우려”

LG이노텍은 사업다각화를 위해 애플 의존도가 높은 광학솔루션에서 벗어나 전장부품이나 반도체 기판소재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지만, 여전히 애플 아이폰 판매량에 따라 실적이 큰 영향을 받고 있다.

문혁수 CEO는 지난해 말 취임하면서 “광학솔루션사업부에서 글로벌 빅테크 고객사와 해당 분야 사업을 세계 1위로 키워냈다”면서 “광학솔루션사업 성공 DNA를 반도체기판과 전장부품사업에 도입해 1등으로 키워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LG이노텍은 애플의 확장현실(XR) 기기 비전프로에도 3D센싱을 공급하고 있다. 이것도 여전히 애플을 의존하는 셈인데, 다변화를 위해 LG전자가 메타와 손잡고 개발 중인 XR 기기로 공급 확장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상용화하기까지는 내년 상반기로 예상되고 있다.

올해 4분기 실적도 부진이 예고됐다. 증권가 평균 전망치에 따르면 LG이노텍은 올 4분기 매출 6조3050억원, 영업이익 3365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각각 16.59%, 30.43% 줄어든 실적을 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김소원 키움증권 연구원은 “3분기 카메라 모듈 수요가 선반영되면서 4분기 계절적 성수기 효과가 예년보다는 제한적일 것”이라며 “우려했던 공급 경쟁 심화하고 있어, LG이노텍의 실적은 역성장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iM증권은 전기전자 산업전망 보고서에서 LG이노텍 관련 “주가 하락 속도가 상당히 가팔랐다”며 “공급망 내 경쟁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고, 올 3분기 수익성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이유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이어 “올해 들어 카메라 경쟁사가 Capex를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는 상황인 점도 경계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