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김현희 기자] ‘뉴스토리’에서는 학교폭력을 경험한 피해자들을 만나 학교폭력 실태를 알아보고, 현재의 학교폭력예방법이 어디에 와있는지 그 문제점과 대응 방안을 모색해 본다.
30일 방송되는 SBS ‘뉴스토리’에 출연한 김민준(가명) 학생은 지적장애인 3급으로 말을 조리 있게 하지 못하는 대신 일기를 쓰는 습관이 있다. 어머니가 발견한 그의 일기에는 4개월간 가해 학생으로부터 흉기나 주먹으로 위협당한 사실이 쓰여 있어 학폭 신고를 하게 되었다. 김 군과 어머니는 사과를 기다렸지만 돌아온 건 ‘맞신고’였다. 김 군의 학폭 신고로 정신적인 충격을 받았다는 이유에서였다.
중학생 김다현(가명) 양의 첫 남자친구였던 장 모 군은 김 양에게 지나친 신체 접촉을 강요하다 급기야는 강간 시도를 해 학폭 가해자가 됐다. 하지만 장 군은 김 양을 포함한 동급생 18명을 학폭 가해자로 신고해 일종의 보복성 맞신고를 했다.
이처럼 학교폭력의 범위가 광범위하고 심의위원회의 절차가 기계적으로 진행되다 보니 ‘나만 당할 수 없다’ 식의 맞신고 비중이 크게 느는 추세이다.
올해 학교폭력 신고 건수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학교폭력 심의위원회의 결정에 불복해 행정심판, 행정소송을 하는 비중도 빠르게 늘고 있다. 잘못하면 사과하고 화해하는 것이 아니라 맞신고 하고 소송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는 학부모들의 내 자녀만 귀하다는 과잉보호도 문제지만, 학폭 접수와 함께 ‘즉시 분리’하고 ‘접촉 금지’되는 현 제도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렇다 보니 학교폭력이 학생들의 싸움이 아닌 보호자의 싸움으로 번지기도 한다. 일부 변호사들이 이런 현상을 부추기는 것도 사실이다. 한 피해자 학부모는 학교폭력 사건 처리로 유명하다는 변호사에게 “일기를 지금부터 새로 쓸까요?”, “성추행도 만들어 볼 수 있겠는데요?”라는 발언을 듣기도 했다며 충격을 전했다.
학교폭력예방법은 2004년 제정 후, 20년이 흐른 지금까지 끊임없이 개정되어 왔다. 지금까지 가해 학생의 학폭 기록을 대입 입시에 반영하는 등 학폭을 뿌리 뽑기 위한 방안들이 마련됐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갈등을 중재하고 조율할 수 있는 교사의 권한은 점점 줄어들었고, 현재 교사가 학생들의 갈등에 개입할 수 있는 여지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학교폭력예방법이 폭력에 대한 감수성을 높이는 효과는 있었지만 아이들이 서로를 이해하는 공감 능력은 오히려 떨어지게 만든 건 아닌지 돌아볼 때라고 강조한다.
한편 SBS ‘뉴스토리’는 매주 토요일 오전 8시에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