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취임식서 우크라 확고한 지지 강조…첫 非유럽계 출신 "단결이 생명줄"
(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안토니우 코스타 신임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이 2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 "평화가 조건부 항복(capitulation)을 의미할 순 없다"고 주장했다.
코스타 상임의장은 이날 오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이·취임식 연설에서 "우크라이나의 평화는 정의롭고 지속 가능한 것이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또 "평화가 평화의 무덤이 돼선 안 된다"면서 "국제법에 근거해야 한다"라고도 지적했다.
그는 '평화'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구체화하지는 않았다. 다만 내년 1월 재집권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의 조기 종전 구상과는 시각이 다른 것으로 해석된다.
행정부 수반 격인 집행위원장과 함께 'EU 정상'으로 대우받는 상임의장은 연 최소 4회 열리는 EU 정상회의(이사회)에서 27개국간 정치적 의사결정을 도출·중재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EU 공동외교·방위 정책과 관련해서는 EU 외교안보 고위대표와 함께 대외적인 입장을 대표한다.
코스타 상임의장은 2015년 11월부터 올해 4월까지 9년가량 포르투갈 총리를 지내며 탁월한 중재와 협상력으로 기반이 취약한 연방정부의 붕괴 위기를 여러 차례 막아냈다고 평가된다.
EU 정상들이 차기 상임의장으로 낙점한 것도 실용주의적이면서도 협상을 중시하는 그의 성향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는 분석이다.
코스타 상임의장도 '유럽 통합'에 방점을 두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럽 각국에는 다양한 역사와 문화가 존재하며 서로 다른 지정학적 위치에 있으나 그러한 다양성은 완전히 자연스러운 것"이라면서 "상임의장으로서 단결을 구축하면서도 다양성을 존중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우리가 함께 해야만 유럽의 목소리를 세계 무대에 발신할 수 있다"면서 "단결은 EU의 생명줄"이라고 강조했다.
포르투갈의 옛 식민지인 인도계 혈통으로 모잠비크에서 태어난 코스타 상임의장은 유럽 혈통이 아닌 인사가 EU 기관장에 오른 첫 사례이기도 하다.
EU 안팎에서는 그의 이런 배경이 국제무대에서 EU의 대외관계 확장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기대한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궁합'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코스타의 전임자인 샤를 미셸 상임의장의 경우 임기 내내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과 불편한 관계 탓에 이사회와 집행위 간 협력이 원활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았다.
둘의 사이가 워낙 좋지 않아 각자의 실무팀조차 상호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뒷말까지 현지 외교가에 나돌았다.
코스타 상임의장은 이를 의식한 듯 이·취임식에 자리한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을 향해 "우리는 '팀 유럽'"이라며 집행위와 적극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내달 1일부터 공식 업무를 시작한다. 상임의장 임기는 2년 반이며 정상 간 합의를 통해 한 차례 연임이 가능하다. 2019년 취임한 미셸 현 상임의장도 연임했다.
코스타 상임의장 취임과 함께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이 이끄는 2기 행정부 체제도 출범하며 전체적인 EU 새 지도부가 진용을 갖추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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