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운 '습설'에 곳곳서 창고 등 시설물 붕괴…인명피해도 속출

연합뉴스 2024-11-30 00:00:50

전문가 "기후변화로 습설 잦을 가능성…사전 점검·신속한 제설 필수"

(전국종합=연합뉴스) 이번 폭설로 창고 등 시설물이 붕괴해 인명피해로 이어지는 사고가 전국에서 잇따르고 있다.

물기를 가득 머금어 일반 눈보다 2배 이상 무거운 '습설'에 따른 붕괴 사고여서 상당한 주의가 요구된다.

수원 정자동 공장 붕괴 사고 현장

29일 낮 12시 26분께 충북 음성군 삼성면의 한 가정집에서 주인 70대 남성이 무너진 간이창고 잔해에 깔린 채 발견됐다.

이웃 주민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 당국이 A씨를 구조해 병원으로 이송했으나 끝내 숨졌다.

해당 창고는 샌드위치 패널로 만들어졌으며 20㎝가량 눈이 쌓여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경기 안성시 서운면의 한 자동차부품 제조공장에선 캐노피가 무너져 그 아래 보행로를 지나던 70대 직원이 깔려 숨졌다.

비닐하우스나 농수산물도매시장, 축사 등 지붕이 습설 탓에 내려앉았다는 신고도 줄을 이었다.

경기 안양시에선 샌드위치 패널 형태의 농수산물도매시장 천장이 내려앉아 60대 여성이 이마와 무릎 등을 다쳤고, 음성의 한 염소 농가에선 사육동 비닐하우스가 무너져 염소 일부가 죽거나 수십마리가 대피하는 소동이 빚어지기도 했다.

무너진 비닐하우스에서 이동하는 염소 떼

겉보기에는 가벼워 보이는 눈이지만 건축물이 붕괴하는 이유는 습설의 특성 때문이다.

건조하고 한 겨울에 형성되는 '건설'은 복잡한 표창 모양의 눈 결정으로 이뤄지는데 수증기가 잘 붙지 않는다.

반면 기온이 비교적 높거나 대기 중 수증기가 많을 때 내리는 습설의 눈 결정은 단순한 육각형 모양으로 수증기를 잘 포집할 수 있어 건설보다 무게가 2∼3배 무겁다.

습설은 잘 녹는 특징이 있지만 눈이 쉽게 뭉치고 수증기를 많이 포함하기 때문에 쌓였을 때 무게가 매우 무겁다.

기상학계와 기상청은 '수상당량비'를 기준 삼아 습설과 건설, 무거운 눈과 가벼운 눈을 나눈다. 수상당량비는 강수량 대비 적설량을 말한다.

예컨대 1㎜ 강수로 눈이 1㎝ 적설되면 수상당량비가 10이 된다.

수상당량비가 '10∼20'이면 '보통의 눈', 10보다 작으면 '습설로 무거운 눈', 20보다 크면 '건설로 가벼운 눈'으로 분류된다.

전문가들은 습설에 따른 시설물 붕괴 예방을 위해서는 시설물 관리와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승배 한국자연재난협회 본부장은 "습설이 20㎝ 이상 쌓이면 구조물에 과도한 하중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눈을 자주 쓸어내려 무게를 줄여야 한다"며 "본격적인 겨울이 시작되기 전 가건물 등에 부실한 부분은 없는지 점검하고 필요시 보강 작업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후변화로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습설이 자주 내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 구조물 디자인을 변경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며 "예를 들어 비닐하우스의 반원 형태를 눈이 쌓이지 않도록 뾰족한 삼각형 형태로 바꾸는 등 다양한 개선책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임채두, 권준우, 김솔, 천경환 기자)

k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