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 주 =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2024년 발표에 따르면 세계 한류팬은 약 2억2천500만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또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초월해 지구 반대편과 동시에 소통하는 '디지털 실크로드' 시대도 열리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한류 4.0'의 시대입니다. 연합뉴스 동포다문화부 K컬처팀은 독자 여러분께 새로운 시선의 한국 문화와 K컬처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고자 전문가 칼럼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시리즈는 매주 게재하며 영문 한류 뉴스 사이트 K바이브에서도 영문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디자인이라는 개념은 사용자에 따라 혹은 전달 대상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여기에 어떤 맥락에서 그 디자인이 적용돼 쓰이는지에 따라 또 한 번 달라진다. 시대와 함께 디자인의 개념은 지속해 확장돼왔다.
과거에는 형태를 인지하는 시각적 개념에 국한됐으나, 오늘날 디자인은 이미지와 더불어 사회, 과학, 인문 분야 등과 통합된 광범위한 개념이다.
최근 디자인의 중요성은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서비스 디자인'에 대한 관심과 중요성에 대한 인식으로 이어졌다.
서비스 디자인 분야는 상대적으로 역사가 짧고, 프로젝트의 성공은 연구자의 개인 역량에 크게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국가적, 문화적 특성이 강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연구와 적용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서비스를 지속해 개선하는 것은 단시간에 부분적 개선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복잡한 과제다.
그런데도, 이 시대 서비스 산업이 직면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 디자인은 더욱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 '디자인 서울'…공공 서비스 디자인의 도전
디자인은 최근 '공공 서비스 디자인'이라는 새로운 분야에서 다양한 가능성을 모색하고는 있지만, 공공 분야의 마케팅 투자에 비해 디자인에 대한 투자는 여전히 미약한 수준이다. 지난 2009년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이 '디자인 서울'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우기도 했다.
당시 서울시는 서울의 도시 시설물 디자인에 관한 정책을 일종의 서울시 디자인 가이드라인으로 만들었다. 오 시장은 서울을 디자인해서 좋은 도시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서울시가 디자인 정책을 수립해 2010년까지 서울을 세계 디자인 수도로 만들겠다며 여러 디자인 정책을 수립한 것이다. 오 시장은 시청 내 문화디자인 관광본부를 만들고 이 부서를 부시장급 부서로 승격시켜 '디자인 서울' 역점사업으로서 중점적으로 추진했다.
'디자인 서울'은 공공분야가 디자인 관련 이러한 시도를 한 사실 자체로 그 결과와 관계없이 상당히 주목할 만한 일이다.
또한 건강과 관련된 의료·보건 분야의 경우 재원 책정의 우선순위가 의료 수요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디자인과 같은 측면의 투자는 상대적으로 열악하다.
최근 들어 병원 입·수속 절차, 치료 과정, 대기 환경 및 응급치료 환경 등 다양한 의료 서비스와 관련한 '리디자인'(redesign) 개념이 도입되면서 서비스 디자인의 활용 가치가 부각되고 있다.
스칸디나비아에서 가장 큰 병원인 오슬로 대학 병원(Oslo University Hospital)은 유방암 환자들의 진료 대기 시간과 진단 기간을 단축하고 전반적인 환자 경험을 개선하기 위해 유방암 진료 서비스 개선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환자의 이상적인 진료 경험을 설계하고 필요한 백스테이지 역할과 기능을 새롭게 디자인해 유방암 진단 대기 시간을 기존 12주에서 7일로 단축하는 90%의 극적인 성과를 달성했다.
빠른 진단과 개선된 환자 경험은 치료의 효과성을 높이고, 환자들의 전반적인 만족도를 향상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 프로젝트는 2015년 1월에 도입된 유방암과 정신 치료를 위한 국가 표준화 절차의 전환점이 됐다. 다른 병원과 의료 기관이 유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모델로 자리 잡아 공공 의료 시스템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처럼 의료라는 공적 영역에서 서비스 디자인의 강화는 여러 가지로 좋은 점이 많다. 특히 공공 건축물에서 보행 약자, 환자, 어린이, 외국인 등 다양한 사용자의 편의를 고려해 언어를 초월한 디자인을 구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도 공적 영역에서는 적용하기 어려운 점이 많다.
예산을 기획하고 지출하는데 많은 절차가 필요한 것은 차치하더라도 적용하는데 많은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 이것을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을 주는 것이 바로 AI(인공지능)다.
AI를 공공영역의 서비스 디자인에 적용하면 여러 측면에서 시간 단축과 효율성을 가져올 수 있다. 우선 데이터 수집과 분석의 신속성이 좋아진다. AI는 다양한 사용자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 및 분석하여 공공시설 사용자의 특성과 요구를 파악할 수가 있다.
첫째, AI를 활용하면 준비시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다. 전통적으로 설문조사나 인터뷰를 통해 수집하는 데이터를 AI로 자동화하면 분석 시간이 대폭 단축된다. 다양한 언어와 문화권에 따른 요구를 고려한 맞춤형 디자인을 빠르게 도출하는 것은 덤이다.
두 번째로 프로토타입 개발 시간도 단축할 수 있다. AI를 활용하면 건물의 내외부를 3D 모델링하는 시간, 인터페이스를 시뮬레이션하는 시간, 사용자 움직임 시나리오를 짜는 시간 등을 자동화할 수 있다. 수작업으로 디자인 시안을 제작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줄이고, 실시간 피드백을 반영해 적용이 가능하다. 그래서 디자인을 수정하거나 테스트하는 과정이 가속화돼 최적의 결과물을 빠르게 도출할 수 있다.
세 번째, 사용자 경험(UX)을 최적화할 수 있다. AI는 보행 약자, 어린이, 외국인 등 다양한 사용자 그룹의 행동 패턴을 시뮬레이션하고 예측해 사용자 경험(UX) 테스트를 효율적으로 구현한다. 디지털 환경에서 이러한 테스트를 반복적으로 실행해 물리적 테스트 횟수를 줄일 수 있다. 언어와 능력의 한계를 초월해서 접근할 수 있는 디자인을 테스트로 구현할 수 있는 것이다.
네 번째로 비용 효율화와 협업 간소화를 이룰 수 있다. AI를 디자인 프로젝트에 적용하면 예산 관리, 프로젝트 일정 조율, 다양한 팀 간 협업을 지원해 복잡한 공공 예산 승인 절차가 단축된다. 이 과정에서 설계 데이터와 예산안을 AI로 미리 검토하여 설득력 있는 자료를 제공할 수 있다. 디자인을 구현하기 위한 결재와 협의 과정이 간소화되고 효율적으로 관리되는 것이다.
이처럼 AI를 공공 서비스 디자인에 도입하면 복잡한 행정 절차와 물리적 테스트 과정을 줄이고, 사용자 중심의 설계를 신속히 구현할 수 있다. 사용자 편의성을 극대화하며 공공시설의 접근성과 만족도를 크게 향상할 수 있는 효과를 가져오므로 AI 시대의 디자인 전략을 다시 한번 제대로 수립할 필요가 있다.
석수선 디자인전문가
▲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 대학원 박사(영상예술학 박사). ▲ 연세대 대외협력처 디자인센터 아트디렉터. ▲ 현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겸임교수. ▲ 한예종·경희대·한양대 겸임교수 역임.
<정리 : 이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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