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으로 수출되는 북한 가발 70%는 교화소 강제노동으로 생산"

연합뉴스 2024-11-30 00:00:35

북한인권시민연합, 함북 전거리 교화소 여성 강제노동 고발

전거리 교화소 위성사진

(서울=연합뉴스) 오수진 기자 = 극심한 대북 제재 속에서 북한의 '외화벌이 효자 상품'으로 꼽히는 가발의 약 70%가 교화소에 수용된 여성들의 강제 노동으로 생산된다는 분석이 29일 나왔다.

북한인권시민연합은 이날 발표한 '메이드인 차이나 : 북한 교화소 노예제 부추기는 글로벌 공급망' 보고서에서 북송된 여성 탈북민이 집중적으로 수용된 함경북도 전거리 12호 교화소 내 강제 노동 실태를 상세히 설명했다.

보고서는 전거리 교화소에서 수용된 경험이 있는 탈북민을 포함해 전직 북한 검사, 경찰관, 국가보위성 요원, 세관 감독관 등 교화소 관련 목격자 약 30명의 증언을 바탕으로 기술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남성 일반 범죄자 수용 목적으로 설립된 전거리 교화소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전후로 중국 내 탈북민이 대거 북송되며 전체 수감자의 80%가 여성인 북한 내 대표적인 여성 교화소로 바뀌었다.

연간 평균 1천여명의 여성 수감자를 수용하며, 약 10개의 생산 작업반이 운영되고 있다.

수출 허가를 보유한 북한의 국영 무역회사들은 함경북도와 인접한 나선경제특구를 통해 중국 기업과 합작 투자·생산 하청 계약을 맺고 교화소에서 수출용 가발, 인조 속눈썹, 갈대 가방 의류 생산을 위탁한다.

보고서는 "중국에서 공급된 원자재는 수감자 강제 노동을 통해 제작되며 완제품은 중국의 출료가공(국외 외주 가공무역) 제도를 통해 '중국산'으로 원산지가 세탁된다"며 "국제 제재를 회피하는 동시에 글로벌 시장으로 유통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여성 수감자들의 하루 평균 노동시간과 가발 생산 속도를 감안해 이들이 연간 9천개의 수출용 가발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봤으며 중국 해관 총서의 자료를 토대로 2020년과 2021년 전거리 교화소의 가발 생산량이 북한의 전체 대(對)중 가발 수출 비중의 각각 42%, 71%를 차지한다고 추산했다.

이어 "가발 수출과 관련해 자행된 여성 수감자의 노예노동은 2016년부터 2024년 8월까지 약 122만6천693달러(약 171억원)의 수익을 북한 정권에 가져다줬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경제적 이득 추구를 목적으로 북중 간 공조를 통해 자행되는 재중 북한 여성 표적 체포, 이송과 수감 후 강제 노동을 위한 협력은 노예 무역 또는 국가 차원의 인신매매 요소를 내포한다"고 지적했다.

전거리 교화소에서 갈대 가방과 속눈썹 생산에 동원된 수감자가 그린 물품 설명

kik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