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이지예 기자] 당원게시판 논란으로 불거진 여권 내 계파 갈등의 불씨가 '김건희 특검론'으로 옮겨붙은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기름을 끼얹는 모습이다. 국회 재표결을 앞둔 '김건희 특검법'에 찬성 가능성을 내비친 친한계 포섭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29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와의 인터뷰에서 친한계 의원들이 민주당을 찾아 '김건희 특검법' 협상을 대신 걸어줄 것을 요청했다고 폭로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 면담이 이상한 형태로 끝난 뒤 친한계 의원들은 부글부글했다"면서 "그래서 실제로 저한테 와서 (김건희 특검법 관련)협상도 좀 해라, 걸어와라. 우리(친한계)가 나설 수는 없지 않느냐 이런 얘기들을 했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의 이날 발언은 한 대표를 비롯한 친한계가 친윤(친윤석열)계의 '당원게시판' 의혹 공격에 특검법 수용을 연계할 수 있다고 시사한 직후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친윤계와 친한계 간 갈등의 틈을 더 벌리겠단 차원으로 풀이된다.
한 대표는 자신이 특검법 수용 의지를 내비쳤다는 보도와 관련해선 "제가 한 말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당 차원의 표 단속 입장 등을 묻는 질문엔 "얘기하지 않겠다"며 말을 아꼈다. 지난 특검법 정국에서 '여당의 단일대오'를 강조하던 한 대표의 대응 기조와 비교하면 심경에 변화가 생긴 것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박 의원 역시 "(한 대표가) '제가 한 말은 아닙니다'라는 것은 측근이든 누군가는 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라며 "'나는 아니지만. 뭐' 이런 메시지를 준 것 같다"고 해석했다.
전날 신영대 민주당 의원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범야권 의석수(192석)보다 많은 반대·기권(202)표가 나왔다. 여당 내 이탈표가 확인되면서 '김건희 특검' 연계설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즉각 페이스북에 "야권은 단결했고 여당에서도 부결에 동조했다. 김건희 특검 가결에 희망을 건다"고 적었다.
친윤계는 특검법 통과 시 역풍 가능성을 거론하며 경고장을 날리고 있다. 조정훈 의원은 CBS라디오에서 "당원 게시판 논쟁을 앞으로 있을 김 여사 특검에 연결한다는 고민을 한다면 그건 여당 대표가 아니라 야당 대표"라고 했고, 장예찬 전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서 "특검 통과는 정권을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갖다 바치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한 대표는 이날 당 차원에서 '당원게시판 의혹'을 최초 제기한 유튜버를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고발했다. 한 대표 명의로 윤석열 대통령 부부 비방글을 올렸다는 주장과, 한 대표 가족이 여론조작에 나선 것이라는 발언을 문제삼았다. 다만 한 대표 가족 명의로 올라온 비방글 의혹 제기는 문제 삼지 않으면서 당내 논란은 이어지는 모습이다.
한 대표는 특검법 이탈 기류와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엔 즉답을 피했다. 직접적 대응을 삼가는 한편 일단 '관망 모드'에 돌입해 여론을 살피겠다는 취지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