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는 인생 단 하나의 꿈을 이루기 위해 눈 딱 감고 모든 걸 참고, 모든 것을 걸고 비루한 일상을 견디지만 끝내 그 단 하나의 꿈이 이뤄질 수 있을지 바늘 끝 같은 희망조차 가지기 어려운 우리네 평범한 일상을 해학과 위트로 버무려 묘사해낸 연극이다.
사뮈엘 베케트의 부조리극 '고도를 기다리며'의 추상성을 해체해 재창작한 작품인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는 미국 극작가 데이브 핸슨이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으로 지난 2013 뉴욕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종합 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신구, 박근형 주연의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제작한 파크컴퍼니가 제작해 다음달 1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예스24스테이지 3관에서 공연될 예정이다.
세련된 미장센과 흡입력 있는 연출로 유명한 오경택이 연출을 맡은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는 연극 의 두 주인공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의 연극 공연이 한창인 가운데 공연장의 지하 분장실에서 언더스터디(대역 배우) 에스터와 밸이 언제 올지도 모를 무대에 오르는 순간을 이루어줄 연출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내용을 그렸다. 배우 곽동연이 젊은 꼰대 에스터 역을, 박정복이 늦깍이 신입 밸 역을 연기했다.
그 긴 기다림 속 두 배우는 함께 작품에 대해 탐구하며 연기에 대해 연극에 대해 그리고 예술과 인생에 대해 티격태격 이야기를 나누고 이 가운데 에스터의 밸을 향한 연기수업도 함께 이루어진다. 하염 없이 본 무대에 오르기를 기다리는 두 대역 배우는 무대의 조명이 떨어진다던가 본 공연의 배우가 갑자기 아파서 무대에 설 수 없는 사태가 발생해 자신들의 공연이 진행되기를 열망해 보지만 그런 우연은 쉽사리 이뤄지지 않는다.
에스터를 연기한 곽동연과 밸을 선보인 박정복은 온무대를 뛰어다니는 열정과 손끝, 발끝 하나까지 디테일을 살린 연기로 관객들을 집중시킨다. 곽동연이 발에 맞지 않는 구두를 억지로 구겨 신은 뒤 절뚝거리는 자세로 걸어다니는 대목과 침팬지 등의 유인원을 묘사하다가 즉각적으로 햄릿의 한 대사까지 읊어 보이는 표현에서는 무대를 직관하는 자만이 느낄 수 있는 카타르시스가 등줄기를 타고 내린다. 오랜 연극 경력에 빛나는 박정복 또한 늦깎이 신입 밸의 연기에 대한 순수한 열정을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펼치며 관객들에게 신뢰를 형성시킨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사건으로 인해 두 사람만의 공연이 시작될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하고 극은 엔딩을 향해 나아간다. 추상적 연극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고도를 기다리며'를 원작으로 했지만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는 인생의 쓴맛과 단맛을 고루 관객들에게 체험하게 하며 웃음과 공감, 눈물 등 많은 것을 경험하게 하는 수작으로 탄생됐다. ‘실체 없는 기다림’, ‘삶의 의미’, ‘절망과 허무’ 등 인생의 의미를 사실적이고 직관적으로 표현하며 원작의 의미와 깊이를 담아냈다. "인간적인 모습이 있는 캐릭터를 다중적이고 복잡하게 채워나가고 싶다"고 목표 삼았던 곽동연과 "무대와 본질에 대한 갈증을 적시고 싶고 개인적 행복을 찾고 싶다"던 박정복 두 배우의 매력적 케미의 몫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