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좌 복귀 야심 '브라질 트럼프' 보우소나루 "트럼프 지원 기대"

연합뉴스 2024-11-29 18:00:29

WSJ 인터뷰…"룰라 정부 제재해 내 복귀 도울 것…나는 마녀사냥 희생자"

"트럼프 당선, 나를 비롯한 모든 중남미 우파 정치인에 '게임 체인저'"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열대의 트럼프' 또는 '남미의 트럼프'로 불리는 자이르 보우소나루(69) 전 브라질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대통령직 복귀에 대한 야심을 드러냈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보도된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당선인의 승리를 반기며 그가 현 브라질 정부와 법원에 압력을 행사해 자신의 복귀를 도와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가 돌아왔다"며 "이는 우리도 돌아올 것이라는 신호"라고 말했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트럼프 당선인의 대선 승리가 자신의 미래와 라틴아메리카 우파 정치인들에게 '게임 체인저'가 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그는 "'MAAGA'(Make All Americas Great Again·'다시 모든 아메리카를 위대하게'라는 뜻)의 시간이 왔다"고 말했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또 자신과 아들 에두아르두 의원이 미 대선 이후 트럼프 당선인 측과 긴밀히 접촉해왔다고 전했다.

올해 초 경찰에 여권을 압수당한 후에는 에두아르두 의원이 트럼프 당선인의 책사로 불리는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의 친구로서 대선 기간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트럼프 당선인과 함께하며 중재자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우파 성향의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트럼프 당선인과 가까운 해외 인사 중 한명이다. 트럼프 당선인과는 재임 시기가 겹쳤던 2019∼2020년 유대를 강화했으며, 문화 전쟁과 언론, 정치 좌파 등에 대한 시각이 비슷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국내에선 궁지에 몰려있다. 2020년 대선에서 근소한 차이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에게 패한 그는 결과를 인정하지 않은 채 퇴임한 이래 선거가 사기였다는 음모론을 꾸준히 제기해왔다.

그는 퇴임을 앞두고 벌어진 의회 폭동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최근에는 경찰이 그가 대선 패배 후 쿠데타를 일으키려 했다는 수사 결과도 발표했다.

브라질 대법원은 이미 지난해 선거 관련 허위사실 유포와 권력 남용 등의 혐의로 2030년까지 그의 대선 출마를 금지한 상태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법원의 금지 처분에도 2026년 대선에 앞서 후보로 등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 당선인이 브라질 판사들에게 법원 결정의 집행을 자신이 출마할 수 있을 만큼 늦추도록 압력을 가할 것으로 기대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룰라 대통령 정부에 경제 제재를 가해 자신을 도울 수도 있다고도 말했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자신을 룰라 대통령과 좌파 성향의 판사들이 하는 마녀사냥의 희생자라고 불렀다.

그는 자신에 대한 혐의를 일절 부인하며 "그들은 내가 감옥에 가길 원하는 게 아니다. 내가 죽길 원한다"고 주장했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나는 권력에 집착하지 않는다. 사실 그러기에는 이 나이에 꽤 피곤하다"며 "나보다 똑똑한 사람들도 있지만, 나보다 낯이 두껍지도 않고 내가 가진 경험도 없다"고 말했다.

noma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