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인터뷰…"룰라 정부 제재해 내 복귀 도울 것…나는 마녀사냥 희생자"
"트럼프 당선, 나를 비롯한 모든 중남미 우파 정치인에 '게임 체인저'"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열대의 트럼프' 또는 '남미의 트럼프'로 불리는 자이르 보우소나루(69) 전 브라질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대통령직 복귀에 대한 야심을 드러냈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보도된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당선인의 승리를 반기며 그가 현 브라질 정부와 법원에 압력을 행사해 자신의 복귀를 도와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가 돌아왔다"며 "이는 우리도 돌아올 것이라는 신호"라고 말했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트럼프 당선인의 대선 승리가 자신의 미래와 라틴아메리카 우파 정치인들에게 '게임 체인저'가 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그는 "'MAAGA'(Make All Americas Great Again·'다시 모든 아메리카를 위대하게'라는 뜻)의 시간이 왔다"고 말했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또 자신과 아들 에두아르두 의원이 미 대선 이후 트럼프 당선인 측과 긴밀히 접촉해왔다고 전했다.
올해 초 경찰에 여권을 압수당한 후에는 에두아르두 의원이 트럼프 당선인의 책사로 불리는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의 친구로서 대선 기간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트럼프 당선인과 함께하며 중재자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우파 성향의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트럼프 당선인과 가까운 해외 인사 중 한명이다. 트럼프 당선인과는 재임 시기가 겹쳤던 2019∼2020년 유대를 강화했으며, 문화 전쟁과 언론, 정치 좌파 등에 대한 시각이 비슷하다.
국내에선 궁지에 몰려있다. 2020년 대선에서 근소한 차이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에게 패한 그는 결과를 인정하지 않은 채 퇴임한 이래 선거가 사기였다는 음모론을 꾸준히 제기해왔다.
그는 퇴임을 앞두고 벌어진 의회 폭동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최근에는 경찰이 그가 대선 패배 후 쿠데타를 일으키려 했다는 수사 결과도 발표했다.
브라질 대법원은 이미 지난해 선거 관련 허위사실 유포와 권력 남용 등의 혐의로 2030년까지 그의 대선 출마를 금지한 상태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법원의 금지 처분에도 2026년 대선에 앞서 후보로 등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 당선인이 브라질 판사들에게 법원 결정의 집행을 자신이 출마할 수 있을 만큼 늦추도록 압력을 가할 것으로 기대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룰라 대통령 정부에 경제 제재를 가해 자신을 도울 수도 있다고도 말했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자신을 룰라 대통령과 좌파 성향의 판사들이 하는 마녀사냥의 희생자라고 불렀다.
그는 자신에 대한 혐의를 일절 부인하며 "그들은 내가 감옥에 가길 원하는 게 아니다. 내가 죽길 원한다"고 주장했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나는 권력에 집착하지 않는다. 사실 그러기에는 이 나이에 꽤 피곤하다"며 "나보다 똑똑한 사람들도 있지만, 나보다 낯이 두껍지도 않고 내가 가진 경험도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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