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 판 방글라데시 출신 74세 노점상은 주인 아닌 점원
팍팍한 현실…"10만개 팔아도 남는 돈은 6천달러 불과"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테이프로 벽에 붙인 바나나'로 유명한 설치미술 작품을 낙찰받은 사업가가 작품 원재료로 쓰인 25센트(350원)짜리 바나나를 판매한 과일 노점상에게 감사의 뜻으로 "바나나 10만개를 사드리겠다"고 공언했다.
28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작품을 20일에 낙찰받은 중국 출신 암호화폐 사업가 저스틴 선은 낙찰 약 1주 후에 엑스(X·옛 트위터)로 이런 계획을 공개했다.
그는 "샤 알람 씨에게 감사하기 위해서"라며 "뉴욕 어퍼 이스트 사이드에 있는 매대에서 바나나 10만개를 사들이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바나나들은 그(샤 알람)의 매대를 통해 전 세계에 무료로 배포될 예정"이라면서 "유효한 신분증을 제시하고 바나나 1개를 받아가면 된다. 단, 재고 소진 시까지"라고 썼다.
이 매대는 마우리치코 카텔란의 설치미술 문제작 '코미디언'이 경매된 소더비 뉴욕 경매소 근방에 있다.
저스틴 선은 이 작품을 620만 달러(86억5천만 원)에 낙찰받았다.
그의 글을 해석하자면, "돈 2만5천 달러(3천500만원)를 해당 노점상에게 주고 바나나 10만개를 사놓을 테니, 세상 사람 누구나 이 매대로 가면 바나나를 하나씩 받아 갈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하지만 이런 제안을 계기로 뉴욕 현지에선 노점상들의 안타까운 생활 여건이 오히려 부각되는 모양새다.
NYT는 방글라데시 출신으로 올해 74세인 샤 알람 씨를 직접 접촉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시급 12달러(16만7천원)를 받고 하루 12시간씩 교대근무 하는 샤 알람 씨는 "바나나 팔아서는 이익이 안 난다"라고 말했다.
바나나 10만개를 브롱크스의 청과 도매시장에서 확보하려면 많은 돈이 들고 대략 100개 단위 박스로 들어오려면 운반도 쉽지 않다.
그렇게 고생해서 바나나 10만개를 다 팔더라도 남는 이익은 6천 달러(8천400만원)에 불과하다.
또 본인이 주인이 아니므로 그 돈을 샤 알람 씨가 챙길 수도 없다.
노점 주인이며 '라나'라는 이름을 쓰는 53세 모하마드 이슬람 씨는 NYT와의 전화 통화에서 이익이 나면 샤 알람 씨를 포함해 자신이 운영하는 과일 노점 매대 2곳에서 일하는 근로자 7명과 나눠 가지겠다고 말했다.
다만 이 주인은 바나나 10만개를 사주겠다는 제안을 아직 받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solatid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