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주도 법개정안 상임위 통과에 "악법, 본회의 통과 안되게 계속 설득"
(서울=연합뉴스) 고은지 기자 = 교육부가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를 교과용 도서가 아닌 교육자료로 규정하려는 야당의 움직임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이를 저지하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학교에서 의무적으로 써야 하는 교과서와 달리 교육자료는 학교장 재량에 따라 사용 여부가 결정되기에 자칫 교육개혁의 핵심인 AI 디지털교과서가 무용지물로 전락해 교육부의 야심 찬 계획이 용두사미로 끝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AI 디지털교과서 검정 심사 결과 및 도입 로드맵 조정' 브리핑에서 전날 국회 교육위원회를 통과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에 대해 "문제가 많은 법", "악법"이라고 쓴소리를 냈다.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은 AI 디지털교과서를 교과서가 아닌 교육자료로 규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개정안은 야당 주도로 통과돼 법제사법위원회로 넘어갔다.
이 부총리는 "개정안이 국회를 최종 통과한다면 AI 디지털교과서는 교과서의 지위를 잃게 돼 학생의 균등한 교육 기회를 박탈하고 교실 혁명을 달성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교육 격차가 오히려 확대될 우려가 크다"고 우려했다.
교육자료로 사용돼 어떤 학교는 쓰고, 어떤 학교는 쓰지 않는다면 결과적으로 학교 간 격차가 크게 벌어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또 "개정안은 그간 학교 교육에 다양한 학습 자료를 활용할 수 있게 교과형 도서의 범위를 확대해 온 취지와도 상반되며 학생과 학부모에게 재정 부담이 발생할 수 있고 검정 절차를 거치지 않아 질 관리를 담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부총리는 "국회에서도 이 부분을 충분히 검토하지 못했기에 이런 법이 통과됐을 것"이라며 "계속 설득하고 설명하면 법이 (법사위나 본회의를) 통과할 리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브리핑에 앞서 관련 법안에 대한 입장문을 내고 AI 디지털교과서가 교과서가 아닌 교육자료가 될 경우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제시하기도 했다.
우선 AI 디지털교과서는 교과서의 지위로 개발·검증됐고 내년 3월 학교 현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많은 준비가 이뤄지고 있는데 현시점에서 법적 지위가 변동되면 사회적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게 교육부 설명이다.
교육자료는 무상·의무교육에 따른 지원 대상이 아니어서 학생에게 비용 부담이 전가될 수 있고, 학교별 재정 여건 등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어 교육·학습 격차를 확대할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 교육자료는 교과서와 달리 다양한 저작물을 활용하는 것이 제한돼 개발에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는 데다 이미 검정이 끝난 AI 디지털교과서도 교과서 지위를 상실해 신뢰 보호의 원칙, 소급 입법 금지의 원칙을 위반할 소지도 있다고 했다.
교육부는 "이런 문제점을 국회 법사위와 본회의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설명할 것"이라며 "AI 디지털교과서가 교과서로서의 법적 지위를 가지고 교실 변화와 공교육 혁신에 중요한 기제가 될 수 있도록 지속해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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