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업계 "진에어가 에어부산 흡수하면 김해공항 거점항공사 사라져"
가덕신공항 개항 앞두고 거점항공사 이탈 우려 목소리
(부산=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의 최종 승인으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기업결합 절차가 사실상 마무리되면서 이들 자회사인 저비용 항공사(LCC) 통합도 주목받고 있다.
대한항공 계열의 진에어가 아시아나 항공 계열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을 흡수해 메가 LCC로 몸집을 불리게 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부산 지역사회는 김해공항 거점 항공사로서 향토기업 성격이 강한 에어부산의 공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진에어 중심 통합 LCC 추진될 듯…지역 거점 항공사 사라지나
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의 통합 LCC 출범에 대한 구체적인 일정 및 계획은 향후 LCC 3사가 상호 협의해 추진할 예정으로 알려져 있다.
아시아나 항공이 2년간 대한항공의 자회사로 운영되는 기간 통합 LCC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항공업계는 진에어가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을 흡수해 인천공항에서 통합 LCC를 이끌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2022년 외신인터뷰에서 "통합 LCC는 진에어 브랜드로 운항하며 허브는 인천국제공항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부산 상공계와 지역사회가 요구해온 에어부산 분리매각에 대해서도 대한항공은 여러 차례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내며 "3사 통합 운영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항공업계도 대한항공이 에어부산을 쉽게 놓아주지 않을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3사 통합 LCC가 출범하면 제주항공을 넘어 업계 1위가 되지만 에어부산이 빠진 채 진에어와 에어서울만 통합한다면 현재 업계 1위인 제주항공을 앞지르지 못해 합병에 따른 파급 효과가 무의미해진다는 분석이 나오기 때문이다.
◇ 거점 항공사 없이 가덕신공항 개항 우려…분리매각·본사 유치 목소리
통합 LCC 출범에 한가지 변수가 있다면 에어부산이 지역 사회에서 차지하고 있는 역할이다.
사명에서 알 수 있듯이 에어부산이 부산 지역에서 가진 상징성은 상당하다.
부산시와 지역 12개 지역 기업들은 2007년 지역 거점 항공사를 만들자는 목표로 출자해 에어부산 전신인 부산국제항공을 출범시켰다.
이듬해 창립 20주년을 맞아 사업을 확장하던 아시아나항공이 당시 제주항공과 한성항공이 양분하고 있는 국내 저비용항공사 시장에 관심을 보이면서 부산국제항공에 대주주로 참여하게 됐다.
당시 항공 대기업의 경영 노하우가 필요해 취항을 앞당겨야 했던 부산국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고 곧바로 국내 최초 지역 항공사인 에어부산이 탄생하게 된다.
에어부산 창립 초기만 하더라도 부산시와 지역상공계 지분을 합치면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뛰어넘었다.
2008년 에어부산 출범 당시 48.98%에 달했던 지역기업 지분은 에어부산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 후 급격히 줄어 현재는 부산시와 지역 상공계 지분을 모두 합쳐도 16% 수준이다. 아시아나 항공은 현재 에어부산에 대한 41.89%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부산 지역 시민단체와 부산 상공계, 지역 정치권 등은 꾸준하게 에어부산의 존치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줄어든 지분만큼 목소리가 지역사회 밖으로 효과적으로 전달되지 못했다.
지역기업과 거점항공사를 동시에 잃을 처지에 놓인 부산시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양질의 기업 부족으로 청년 이탈이 가속화하고 있는 부산은 지난해 기준 매출액 기준 전국 1천대 기업이 31개 밖에 존재하지 않는데 에어부산은 그중 하나다.
직원 수만 1천400명에 달하는 에어부산은 영남권 고용 창출 효과에도 톡톡한 역할을 해왔다.
부산시는 특히 가덕신공항 개항을 앞두고 어떠한 형태로 거점항공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공항이 개항할 때는 기업 이윤 추구보다 다양한 노선 개발을 통해 지역 수요에 발맞춘 다양한 항공 노선을 공급해줄 거점 항공사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부산시는 분리매각 요구는 현실성이 떨어진다 판단해 균형발전을 내세워 통합 LCC 본사 부산 유치를 위해 정부와 대한항공을 본격적으로 설득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부산시 관계자는 "국제사회 승인이 나면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 결합에 대한 불확실성이 사라졌기 때문에 정부나 대한항공과 본격적으로 대화할 계획이라며"며 "부산시는 가덕신공항이 개항하기 전 어떤 형태로든 지역에 거점항공사가 존치할 수 있도록 계속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단체는 여전히 에어부산 분리매각을 주장하고 있다.
부산 시민단체 미래사회를 준비하는 시민공감은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발표되자 "부산시민은 부산 항공사 에어부산을 절대 인천공항에 내어줄 수 없다"며 "지역의 오랜 숙원이었던 가덕신공항은 거점 항공사가 없어 성공을 보장할 수 없게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handbrothe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