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생리대 업체들 허위 사이즈 의혹에 사과…품질 논란 일파만파

연합뉴스 2024-11-29 14:00:27

NYT "존중 부족에 맞선 中여성들, 성차별 의식 확대로 이어져"

사과하는 중국 생리대 제조사 ABC 대표

(서울=연합뉴스) 권숙희 기자 = 중국의 주요 생리대 제조업체들이 허위 사이즈 등 품질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결국 여성들에게 사과했다고 뉴욕타임스(NYT)와 영국 BBC 방송 등이 29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판 인스타그램인 샤오홍슈(小紅書)라는 소셜 미디어에 이달 초 한 여성이 중국 내 시중에서 잘 팔리는 생리대 9종의 실제 길이가 광고와 다르다고 폭로한 영상이 올라오며 논란이 촉발됐다.

이 여성은 해당 영상에서 패키지에 표기된 길이와 실제 측정 길이를 비교하며 "몇 ㎝ 아껴서 부자 되시겠네요"라고 생리대 제조사들을 저격했다.

처음에는 미온적 반응을 보이던 업체들은 특정 제품에 대한 불매 운동이 벌어지는 등 파문이 가라앉지 않자 여성 소비자들에게 사과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중국의 대표적인 생리대 제조사인 ABC의 덩징헝 창립자는 카메라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부적절한 대응을 한 것에 대해 깊이 사과한다"면서 "패키지에 표기된 길이가 실제와 차이가 없도록 제품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ABC는 생리대 길이와 관련한 소비자 문의에 "길이가 실제와 다르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싫으면, 우리 제품을 사용하지 말라"는 취지로 얘기했다는 이야기가 퍼지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중국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여성 위생용품은 생리대로, 시장 규모는 약 130억달러(약 18조원)로 평가된다.

생리대 길이에서 시작된 논란은 광범위한 품질 문제로 퍼져 나갔다.

중국 여성들은 재사용 생리대 만드는 방법 등을 공유하거나 의료용으로 제작돼 약국에서 판매되는 생리대를 구입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또 부적절한 성교육, 여성 신체 비하, 여성 기업 지도자 부족 등 성차별 의식 확대로까지 이야기가 뻗어나가고 있다고 NYT는 짚었다.

NYT는 '존중이 부족한 부실 생리대에 맞선 중국 여성들'이라는 제하의 기사로 이 문제를 비중 있게 다뤘다.

한 중국 여대생은 NYT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그들의 제품 없이는 살 수 없다고 생각해서 이렇게 오만하게 굴 수 있는 것"이라면서 "이는 존중의 부족"이라고 말했다

2016년 중국에서는 부적절한 위생 환경에서 제조된 생리대를 유명 브랜드 패키지로 포장해 납품하는 대규모 조직이 적발된 적도 있다.

한편, 한국에서는 2017년 여성환경단체가 제기한 생리대 유해물질 파동 이후 생리컵과 면생리대 등 대체재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suk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