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이' 신예은, “처음으로 제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 생겼어요”[인터뷰]

스포츠한국 2024-11-29 11:05:00
사진 출처= 앤피오엔터테인먼트 제공 / 배우 신예은. 사진 출처= 앤피오엔터테인먼트 제공 / 배우 신예은.

[스포츠한국 이유민 기자] tvN 토일드라마 '정년이'가 지난달 17일 최종회(12회)를 방송하며 전국 평균 시청률 16.5%, 최고 18.2%(수도권 평균 17.1%, 최고 18.8%)를 기록,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했다.

‘정년이’(연출 정지인, 극본 최효비)는 1950년대 한국전쟁 직후를 배경으로 국극 배우를 꿈꾸는 천재 소녀 정년의 성장과 경쟁, 그리고 따뜻한 연대를 그려내며 시청자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했다. 특히 극 중 허영서 역을 맡은 배우 신예은은 성장형 캐릭터를 섬세하게 표현하며 자신만의 색깔로 시청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정년이’는 지난 10월 12일 첫회 시청률 4.8%로 시작해 10회 방송에서는 14.5%의 시청률을 기록하는 등 동시간대 1위를 기록하며 화제성과 시청률을 동시에 장악했다. 특히 마지막회 시청률 16.5%로 tvN 드라마 역대 시청률 9위에 오르는 등 지난 가을 방송가를 뜨겁게 달궜다.

지난 20일 신예은은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에서 스포츠한국과 만나 허영서를 연기하며 느낀 점과, 배우로서의 성장 과정을 솔직하게 풀어놨다.

신예은은 이번 작품이 연기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허영서를 단순히 라이벌 캐릭터로만 그리지 않고, 인물의 복잡한 내면과 성장을 표현하는 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작품을 통해 제가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할 수 있는 배우라는 걸 알게 됐어요. 허영서를 연기하면서 저 자신과 본업을 더 사랑하게 됐고, 용기를 얻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허영서는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법한 인물이에요. 성공하고 싶고 인정받고 싶어 하는 마음은 모든 사람의 심리잖아요. 그런 점에서 시청자분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캐릭터를 설득력 있게 그려내는 데 노력했습니다.”

‘정년이’는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하고 있지만, 신예은은 일부러 원작을 읽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원작과 거리를 두는 대신, 허영서가 처한 상황과 감정선에 집중하며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구축했다고 밝혔다.

“원작을 보면 원작 속 그림체와 설정을 따라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생길 것 같았어요. 헤어스타일이나 가르마까지도 그대로 따라가야 하는 게 아닐지 고민이 됐죠. 그래서 더 자유롭게 허영서를 만들어가고 싶어 원작을 멀리했습니다. 만약 원작을 봤다면 제가 덜 자유로웠을 것 같아요.”

사진 출처= 앤피오엔터테인먼트 제공 / 배우 신예은. 사진 출처= 앤피오엔터테인먼트 제공 / 배우 신예은.

이번 작품은 신예은에게 국극이라는 새로운 장르와 남자 캐릭터(가다끼)를 연기하는 흥미로운 도전을 안겨주었다. 신예은은 카리스마 넘치는 가다끼를 완벽히 소화하며, 명품 가다끼 연기로 시청자들을 단숨에 몰입시켰다.

“가다끼 연기에서 가장 중요했던 건 단순히 남자처럼 보이는 게 아니라, 허영서라는 인물이 연기하는 남자 캐릭터를 표현하는 것이었어요. 영서는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인물이기 때문에, 왕자님 같은 품격과 카리스마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는 한국 무용의 섬세한 기본기와 검도의 강렬한 동작, 부채를 활용한 유려한 연습까지 철저히 준비하며 작은 디테일도 놓치지 않았다. 땀과 열정을 쏟아부은 노력은 국극 무대에서 빛을 발하며, 뛰어난 무대 장악력으로 관객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부채를 피고 접는 동작이 정말 어려웠어요. 영서가 부채를 사용하는 장면이 많아서 자연스럽게 보이기 위해 많은 연습을 했죠. 이런 세밀한 준비 과정이 캐릭터를 완성하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사진 출처= 앤피오엔터테인먼트 제공 / 배우 신예은. 사진 출처= 앤피오엔터테인먼트 제공 / 배우 신예은.

신예은은 영서와 정년의 관계를 심도 있게 탐구하며, 두 캐릭터가 서로에게 끼친 감정적, 심리적 영향을 세세히 분석했다. 인물 간의 미묘한 감정선과 변화 과정을 깊이 이해하기 위해 노력한 그는, 두 캐릭터가 얽히고설킨 서사 속에서 만들어내는 긴장감과 유대감을 섬세하게 표현하고자 열정을 쏟았다고 말했다.

“만약 영서와 정년이 끝까지 앙숙으로만 남았다면, 둘 다 성장하지 못했을 거예요. 서로에게 주는 공격은 단순한 악의가 아니었고, 결과적으로 상대를 성장시키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 라이벌 구도가 독이 아니라 득이 된 셈이에요.”

이번 작품은 신예은에게 단순한 연기를 넘어 배우로서 자신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확인할 수 있었던 의미 깊은 기회였다. 그는 다양한 감정을 섬세히 표현하며 연기 스펙트럼을 넓혔고, 이를 통해 배우로서의 자신감과 더 큰 도전을 향한 의지를 다질 수 있었다.

“허영서를 연기하면서 제가 이 역할을 해도 되는 사람이라는 확신이 생겼어요. 스스로를 믿게 되는 과정이었죠. 연기에 대한 겁도 많이 사라졌습니다. 다양한 캐릭터를 만나면서 ‘내가 노력하면 뭐든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어요.”

이번 작품은 잊혀 가던 전통 예술인 국극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재조명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신예은은 국극 특유의 섬세한 표현과 고유의 매력을 깊이 체감했다고 전하며, 전통 예술이 지닌 문화적 울림과 그 안에 담긴 이야기의 매력을 깊이 느꼈다고 말했다.

“악보가 없어서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 정말 매력적이었어요. 국극은 배우의 해석과 감정이 그대로 드러나는 장르라서 더 매력적이었죠. 정년이와 영서가 부르는 같은 곡도 각각 다르게 표현됐다는 점이 흥미로웠어요.”

사진 출처= 앤피오엔터테인먼트 제공 / 배우 신예은. 사진 출처= 앤피오엔터테인먼트 제공 / 배우 신예은.

신예은은 중학교 시절 연극배우였던 할아버지를 동경하며 배우의 꿈을 키웠고, 성균관대 연기예술학과에 입학한 후 JYP엔터테인먼트에 발탁되어 연예계에 데뷔했다. 2018년 웹드라마 ‘에이틴’에서 도하나 역으로 데뷔해 ‘10대들의 전지현’이라는 별칭을 얻으며 큰 인기를 끌었다. 2022년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에서는 학폭 주동자인 악역 박연진의 아역으로 출연해 강렬한 일진 연기와 섬세한 표현으로 주목받았다. 이 작품의 성공으로 신예은은 연기 스펙트럼을 확장하며 라이징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신예은은 이번 작품을 통해 연기자로서 한층 성장하는 계기를 얻었을 뿐만 아니라,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며 스스로를 사랑하는 법도 배웠다고 고백했다. 그녀는 작품 속 캐릭터와의 깊은 교감을 통해 인간적인 성찰과 감정의 깊이를 경험하며, 배우로서의 자신감을 키우고 한층 더 단단해진 모습을 보여줬다.

“과거에는 스스로를 칭찬하지 않는 사람이었어요. 늘 ‘넌 더 잘해야 해’라는 생각으로 채찍질했죠. 하지만 이제는 저를 인정하고, 스스로를 사랑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정년이와 영서를 연기하며 많은 것을 배우고, 저 자신도 한층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연기력과 대중성을 모두 갖춘 배우 신예은은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차세대 스타로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