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유럽연합(EU) 가입 후보국인 조지아 정부가 친러시아 성향 여당의 총선 승리를 계기로 새 의회 임기 내에 EU 가입 문제를 국정 현안으로 다루지 않겠다고 밝혔다.
스푸트니크 통신에 따르면 조지아 여당 '조지아의 꿈' 대표인 이라클리 코바히제 총리는 28일(현지시간) 국정 브리핑을 통해 "우리는 2028년 말까지 EU 회원국 가입 협상 개시 문제를 국정 의제에 올리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코바히제 총리는 "EU의 예산 보조금을 받지도 않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발표는 지난달 26일 총선 결과를 두고 부정 선거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나왔다. 총선에서 조지아의 꿈은 53.9%의 득표율로 승리했다.
그러나 국제 선거감시 단체가 매표 행위와 폭력 행사 등 부정 선거 정황이 있다고 발표하면서 논란은 커졌다. 야권은 선거 결과를 불인정하며 차기 의회를 보이콧했다.
EU 역시 선거 부정 의혹에 대한 독립적인 조사를 요구했다.
EU는 친러시아 정책 노선을 표방하는 조지아 집권당과 종종 갈등을 표출해왔다. 지난 7월 EU는 '러시아식 언론통제법'으로 불리는 '외국대리인법' 제정을 조지아의 꿈이 강행한 것을 두고 EU 가입 절차를 잠정 중단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날 코바히제 총리는 조지아의 꿈 의원들로부터 만장일치로 연임 총리에 추대됐다.
임기 내 EU 가입 문제를 논의하지 않겠다는 코바히제 총리의 발언은 이 문제를 지렛대 삼아 정치 개혁을 주문해온 EU와 더욱 거리를 두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코바히제 총리의 연임 여부가 확정되려면 조지아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와야 한다. 지난 총선 당시 선거 부정 논란이 불거지자 살로메 주라비슈빌리 대통령이 선거 무효 소송을 헌재에 제기했는데 그 심리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았다.
무소속으로 대통령에 오른 주라비슈빌리 대통령은 조지아가 2020년 의원내각제로 전환하면서 행정수반으로서 대부분의 실권을 총리에 내줬다.
지난해에는 집권당인 조지아의 꿈이 대통령의 해외 순방 일정마저 승인하지 않으면서 여권과 대립각을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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