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바울→김인섭→정진상' 청탁 경로는 사실로 인정
이 대표 재판선 '청탁 전달됐는지·부당 결정인지' 쟁점될 듯
(서울=연합뉴스) 황윤기 기자 = 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의 핵심인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에게 28일 대법원 유죄가 확정되면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재판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백현동 특혜 의혹은 이 대표가 2014년 4월∼2018년 3월 백현동 개발사업 과정에서 민간업자인 정바울 아시아디벨로퍼 회장에게 특혜를 몰아줘 1천356억원의 이익을 독차지하게 하고,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내용이다.
검찰은 정 회장 측이 용도지역 상향, 용적률 상승, 임대아파트 비율 축소, 불법적 옹벽 설치 승인, 기부채납 대상 변경 등 특혜를 받았고 그 배경에 김 전 대표의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고 본다.
의혹을 입증하려면 크게 두 단계가 필요하다. 먼저 '원인' 부분은 사업 과정에서 청탁이 있었고 그것이 이 대표 측에 전달됐는지를 밝혀야 한다.
이후 청탁이 성사돼 성남시가 실제로 부당한 결정을 내렸고, 민간업체에 막대한 이익이 돌아가는 동시에 공사가 손해를 입는 '결과'까지 이어졌다는 점이 증명되면 검찰의 공소사실이 어느 정도 입증되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날 대법원은 두 단계 중 '원인' 부분과 관련해 백현동 사업에서 김 전 대표가 개발 업체와 성남시를 연결하며 각종 청탁을 전달했다고 본 2심 판결이 타당하다고 인정했다.
2심에서 인정된 사실관계에 따르면 정 회장은 2012년 가을부터 김 전 대표에게 자연·보전녹지지역인 개발 부지의 용도상향, R&D 용지 비율 축소, 성남도시개발공사 배제 등 사업에 필요한 각종 인허가 해결을 부탁했다.
김 전 대표는 2013년 말 또는 2014년 초 무렵 이 대표의 최측근인 당시 성남시 정책비서관 정진상씨에게 자신이 사업에 참여한다고 처음 알렸다. 이후 정씨에게 주거 용지를 늘려달라거나 성남개발공사를 배제해달라는 등 정 회장 측의 요청을 여러 차례 전달했다.
정씨는 이후 성남시의 도시개발 담당 공무원들에게 "개발업자 측에서 요구하는 대로 잘 처리해줘라"는 등의 지시를 내렸고, 실제로 민간의 요구사항이 상당수 반영됐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위는 공무원의 직무에 관해 당사자의 의사를 공무원 측에 전달하는 행위 또는 부탁을 해 당사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결정이 이루어지도록 돕는 행위임이 분명하다"고 밝혔다.
즉 청탁의 존재와 그것이 이 대표 측근인 정씨까지 전달됐다는 사실은 인정된 셈이다. 정씨는 재판에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등 청탁을 부인했는데 2심은 "객관적인 증거와 피고인의 일부 진술에 부합하지 않는 부분은 그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배척했다.
다만 김 전 대표 사건에서 법원은 이 같은 청탁이 정씨를 넘어서 이재명 대표에게까지 전달됐는지, 청탁이 부정하거나 실제로 반영이 됐는지는 판단하지 않았다.
알선수재죄는 특성상 직무에 관한 알선을 대가로 돈을 받으면 성립해 청탁 내용의 불법성 등은 따지지 않는다.
2심은 "용도변경 및 주거지 비율 확정, 성남도시개발공사를 사업에 참여시키지 않기로 한 성남시의 결정이 위법, 부당한 것이었는지 여부는 죄의 성립 여부에 영향을 줄 수 없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당시 성남시의 결정이 부당하다고 볼 수 없고 용도변경은 국토교통부의 강요에 의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최근 이 대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1심 재판부는 용도변경이 성남시의 자체적인 결정에 의한 것이라고 봤다.
청탁이 이 대표에게 도달했는지, 성남개발공사가 손해를 입었는지 등 남은 쟁점은 이 대표 본인 재판에서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대장동·백현동·위례신도시 개발비리와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으로 기소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에서 재판받고 있는데, 아직 백현동 의혹은 본격 심리에 들어가지 않았다.
백현동 의혹은 이 대표가 최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위증교사 사건의 발단이 되기도 했다.
검찰이 김 전 대표와 공모해 인허가 대가로 돈을 받은 혐의로 지난해 2월 김진성 씨를 압수수색했는데, 김씨 휴대전화에서 이 대표가 과거 자신의 '검사 사칭' 사건과 관련한 선거법 재판에서 특정 내용을 증언해달라고 요청하는 녹음 파일이 나온 것이다.
한편, 김씨는 김 전 대표로부터 지분 일부를 나눠 받기로 했고 검찰 조사에서 6억원을 받았다고 인정했다. 다만 법원은 김씨가 총 11억원을 받기로 한 것으로 보고 김 전 대표의 추징액 산정에서 그만큼을 제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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