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서 농수산물도매시장 지붕도 붕괴…사료차 넘어져 일대 혼잡
퇴근길 무사했지만 "내일도 걱정"…주말까지 눈·비 예보 '긴장'
(전국종합=연합뉴스) 117년 만의 '11월 폭설'을 맞은 서울을 비롯해 전국이 물기를 머금어 무거워진 '습설(濕雪)'로 큰 혼란을 겪었다.
눈 무게를 이기지 못해 건축물과 나무가 무너지고 쓰러지는가 하면 강한 바람까지 가세해 도로를 빙판으로 만들면서 각종 사고가 잇따랐다.
전국에 내려졌던 대설특보가 이날 오후 대부분 해제되고 눈도 멎었으나 오는 30일까지는 눈과 비가 오락가락해 긴장을 늦추기는 아직 이르다.
◇ 나무 쓰러지고 지붕 '풀썩'…사망자도 속출
통상 습설은 100㎡(약 30평)에 50㎝가 쌓이면 무게가 5t이나 될 정도로 무겁다.
이 때문에 전국에서 습설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나무, 지붕 등이 속절없이 무너지면서 피해가 속출했다.
28일 오전 11시 59분께 경기 안성시 서운면의 한 자동차부품 제조공장에서 캐노피가 무너져 그 아래 보행로를 지나던 70대 직원 A씨가 깔렸다.
A씨는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이송돼 결국 숨졌다.
비슷한 시각 경기 안양시 동안구 평촌동 농수산물도매시장의 지붕도 무너졌다.
사고는 청과동 건물의 샌드위치 패널 천장이 내려앉아 발생했으며 60대 여성 B씨가 이마와 무릎 등을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다.
소방당국은 두 사고 모두 무거운 습설 탓에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30㎝ 안팎의 폭설이 내린 강원 지역의 한 우사에서도 지붕이 내려앉아 C씨가 깔려 숨졌다.
앞서 오전 5시께는 경기 용인시 처인구 백암면의 단독주택 인근에서 갑자기 나무가 쓰러지면서 집 앞의 눈을 치우던 60대 D씨를 덮쳤다.
머리를 다친 D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숨을 거뒀다.
인천 미추홀구 셀프세차장 지붕과 건물 지붕이 눈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무너졌고, 계양구 아파트의 주차장 출입구 지붕이 내려앉기도 했다.
오전 0∼10시 인천에서만 폭설과 강풍으로 인한 피해가 135건이나 접수됐다.
충남 아산시 둔표면 관대리와 천안시 동남구 병천면 가전리에서도 나무가 쓰러졌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출동한 소방당국은 차량 통행을 방해하는 나무를 치우는 등 안전 조치에 나섰다.
오전 7시 25분 전북 진안군 진안읍 반월리의 한 도로에서도 큰 소나무가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쓰러져 길을 막아 소방대원들이 진땀을 빼기도 했다.
경기 남양주시 호평동에서는 도로 표지판 가로등이 갓길에 주차된 유치원 버스를 덮치는 아찔한 사고도 있었다.
다행히 버스 안에는 탑승자가 없어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또 이날 오전 5시께 경북 예천군 왕신리 신대왕교 34번 국도에서는 안동 방향으로 달리던 사료 운반 차량이 결빙된 도로에서 미끄러지면서 중앙분리대를 들이받고 넘어졌다.
뒤따라오던 쏘나타 승용차, 25t 택배 화물차, 전기 포터 차량, 25t 화물트럭, 카케리어(자동차 운반차) 등 차량 5대가 넘어진 사료 운반 차량을 피하려다 연쇄 추돌했다.
이 사고로 차량 운전자 6명이 다쳤으나 상처가 크지 않아 병원 이송자는 없다고 소방당국은 전했다.
◇ "내일 출근길도 걱정"…하늘길·바닷길도 얼어붙어
굵은 눈발이 잦아든 오후, 퇴근길은 출근길보다 손쉬웠지만 이제는 이튿날 출근도 걱정이다.
인천시는 이날 오전부터 염화칼슘 3천819t을 도로에 뿌리는 등 제설작업을 벌였으나 통행량이 적은 도로는 쌓인 눈이 녹지 않아 차들이 거북이 운행을 이어갔다.
인천 시내 주요 간선도로도 이날 새벽부터 다시 강한 눈발이 날리면서 평소보다 출근길 정체가 심했다.
경기 수원시 영통구 광교신도시의 한 아파트 인근 도로에는 눈이 20㎝까지 쌓이면서 차량 통행이 불가능해졌다.
퇴근길은 그나마 나았다.
지하철 4호선 경기 안양 인덕원역에는 평소 퇴근 시간대보다 인파가 많이 몰리지 않았다.
수원의 한 유치원에서 근무하는 이모(29)씨는 "아침 출근길에는 마을버스를 타고 1시간 40분이나 걸려 도착했는데 퇴근할 때는 40분밖에 걸리지 않았다"며 "길에 쌓였던 눈이 대부분 녹았기 때문인 것 같은데 밤사이 얼어서 빙판길이 될까 봐 내일 출근길이 걱정"이라고 했다.
전북 진안군의 한 공무원도 "오늘 퇴근길은 제설작업이 많이 이뤄져서 출근길보다 수월했다"며 "이제 눈이 잦아들었다지만, 도로가 빙판으로 변할 것 같아서 내일 출근길이 문제"라고 말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눈으로 인해 바닷길과 육지 도로도 일부 막히고 주요 국립공원도 통제됐다.
도로가 결빙돼 경북에서는 영주시 단산면 좌석리 3호 도로 일부 구간과 의성군 안사면 지방도로 912호 일부 구간 통행이 일시 통제됐다.
전북에서는 무주 덕자∼삼거, 남원 지리산 정령치 등 4개 도로 24.2㎞가 통제됐으며 6개 공원 82개 탐방로의 출입도 금지됐다.
강한 바람으로 풍랑특보가 내려져 전남 완도·목포·여수·고흥을 오가는 53개 항로 78척 중 45개 항로 61척의 운항이 통제됐다.
경북 포항과 울릉을 오가는 여객선 운항도 전날 오전 9시 50분부터 통제 상태다.
충북 청주공항에서는 제주행 항공기 1편이 결항했고, 타이완 등으로 출발 예정이었던 항공기 2편은 출발이 지연됐다.
제주공항에서도 이날 오후 5시 기준 국내선 출발편 11편이 결항하고, 170편(출발 76, 도착 94)이 지연 운항했다.
인천국제공항 역시 오후 1시 30분 기준으로 기상 악화로 1천456편 중 157편이 취소됐다. 국제선 155편, 국내선 2편이다. 지연된 항공편은 101편에 이른다.
대구국제공항에는 눈이 쌓이지는 않아 직접 피해는 없었다.
◇ "얼마나 내렸고, 얼마나 더 올까"
기상청의 기상속보를 보면 이날 오후 6시 10분 기준 가장 많은 눈이 쌓인 곳은 경기 용인(백음)으로 47.5㎝이다.
이어 경기 군포(금정) 43.1㎝, 수원 43㎝, 강원 평창(대화) 32.6㎝, 서울 28.6㎝, 충북 음성(금왕) 27.1㎝, 전북 진안 25.4㎝, 무주 덕유산 23.1㎝ 등을 기록했다.
현재 제주 산지(대설경보)를 제외한 전국의 대설특보는 해제됐다.
울릉도와 독도, 서해5도, 흑산도, 홍도에는 강풍경보가 발효 중이다.
인천, 충남, 전남, 충남, 대전, 전북 등 아직 많은 지역에 강풍주의보도 내려져 있다.
서울과 인천은 이날 오후, 경기남부와 강원내륙·산지는 밤에 눈이 대체로 멎겠다.
이날 추가 적설은 제주산지 5∼15㎝, 강원남부내륙·산지 3∼10㎝, 경기남부·충북북부 3∼8㎝, 강원중북부내륙·강원중북부산지·충남북부내륙·충북중부·충북남부·전북동부·경북북부내륙·경북북동산지·울릉도·독도 1∼5㎝, 서울·인천·전남동부내륙·경북남서내륙 1∼3㎝, 서해5도·대전·세종·충남북부서해안·충남남부내륙·전북서부·경남북서내륙 1㎝ 안팎일 것으로 예상된다.
적은 양이지만 주말(29∼30일)까지는 눈과 비가 예보돼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강설은 대부분 지나가 추후 적설량은 많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쌓이거나 녹은 눈이 얼면 교통사고나 보행자 사고를 유발하기 때문에 앞으로 내릴 눈·비의 양이 적더라도 조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신민재 심민규 정다움 정종호 이주형 이성민 김선형 손형주 나보배 전창해 강태현 임채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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