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 박상규 '선택과 집중'에 이목…E&S, 호실적에도 슬림화

뷰어스 2024-11-28 19:00:17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이 지난 7월18일 서울 종로구?SK서린빌딩에서 열린 ‘SK이노베이션-SK E&S?합병’ 기자간담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SK이노베이션)

총수일가인 최재원 수석부회장과 함께 SK이노베이션을 이끌고 있는 박상규 사장의 리더십이 주목받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이달 1일 SK E&S를 흡수합병하며 자산 105조원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대 규모 종합 에너지 회사로 거듭났다.

녹록지 않은 정유·석유화학 사업과 전기차 캐즘으로 적자를 냈던 SK온 사업에 에너지 신사업 캐시카우 E&S를 수혈해 탄탄한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도약을 노린다는 구상이다. 호실적에도 슬림화에 포함된 E&S 임직원 달래기도 과제다.

■ 오너가 신뢰받은 박상규 사장, SK이노 개편 주도…‘선택과 집중’ 주목돼

28일 SK이노베이션과 업계에 따르면 전날 SK이노베이션 이사회는 E&S 등의 임원들을 대거 교체하며 쇄신인사를 단행하며 합병 후 첫 메스를 댄 것으로 전해졌다. 박상규 총괄사장은 SK그룹 내에서 신뢰를 얻고 있는 만큼 그의 선택과 집중에 의한 조직개편과 임직원 마음 모으기가 주목되고 있다.

박 사장은 최재원 수석부회장을 보좌하며 올해 초부터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을 맡아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주도하고 있다.

그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87년 유공 시절에 입사해 2004년 SK에너지 소매전략팀장, 2007년 SK(주) 투자회사관리실 기획팀장, 2009년 SK네트웍스 S-모빌리언 본부장, 2010년 SK에너지 리테일마케팅사업부장 등을 두루 거쳤다.

이어 2011년에는 SK(주) 비서실장을 시작으로 2016년 SK네트웍스 워커힐 호텔총괄, 2017년 SK네트웍스 총괄사장, 2023년 SK엔무브 사장을 거쳐 올해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에 이르렀다.

박 사장의 에너지 중간지주사 사장에 선임된 것은 오너가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 SK이노베이션 공시에서는 박 사장의 선임에 대해 “도전적 환경에서 거버넌스 체계 정립 등 직면한 대내외 이슈 문제해결 역량을 보유했다”고 평가했다.

■ 정유·석유·배터리·신재생에너지 시너지 관건…E&S 호실적에도 슬림화 전망

문제는 앞으로 정유·석유 사업과 배터리, LNG, 수소, SMR, 재생플라스틱 등의 사업에서 선택과 집중하며, 유기적으로 연관된 사업에서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느냐다. 박 사장은 그간 SK네트웍스에서는 체질개선과 재무구조 안정화를 추진한 경험이 있다. 특히 E&S 임직원 달래기가 첫 번째 과제일 것으로 보인다.

SK이노베이션과 E&S의 합병 때부터 E&S 내부에서는 불만의 소리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합병 당시 추형욱 사장의 발언에서도 이를 짐작해볼 수 있다. 합병 관련 기자간담회가 있었던 지난 7월18일 당시 추 사장은 “항상 변화가 있으면 아쉬움도 있다”며 “SK E&S가 SK이노베이션 엄브렐라 아래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할 수 있는 만큼 아쉬움도 있고 기대도 있다”고 말했다.

추형욱 SK E&S 대표이사 사장 (사진=SK E&S)


그도 그럴 것이 SK이노베이션 자회사인 SK온이 계속 적자를 겪고 있는 가운데, 알짜 계열사인 SK E&S가 동원된 모양새로 업계는 평가했다. SK E&S는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1조3317억원, 영업이익률 11.9%을 기록하고, 올해 3월 말 기준으로는 3조2125억원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을 보유한 그룹의 대표 캐시카우였기 때문이다.

추 사장도 SK㈜에서 에너지 투자사업을 주도하고, 2021년 임원이 된 지 3년 만에 SK E&S 사장에 고속 승진한 인물이다. 그는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전날 SK이노베이션은 SK E&S 임원을 조기 교체하는 쇄신인사를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리밸런싱(구조조정) 작업 중 하나이겠지만, 실적 호조에도 조직슬림화 작업에 포함된 것. 임직원들은 합병 전부터 합병이 이뤄지면 인사이동과 성과급 축소 등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는데, 이러한 우려가 현실이 됐다.

SK E&S도 'SK이노베이션 E&S'라는 이름으로 사내독립기업(CIC)으로 바뀐다. E&S는 임원 축소와 함께 9개에 달하는 사업 부문도 대폭 줄일 전망이다. 경영조직은 통합하고, 수소·신재생에너지 등 미래 에너지 사업을 함께 관리하도록 변화될 것으로 알려졌다.

SK E&S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에서 이사회가 열린 것은 맞지만, 아직 인사와 관련해서 구체적으로 통보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