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화가야 역사 조명'…창녕군, 왕미마을·계성 고분 잇단 조사

연합뉴스 2024-11-28 17:00:35

국가유산청 매장 유산 발굴사업 선정…비화가야 최고 지배층 무덤 추정

왕미마을 고분

(창녕=연합뉴스) 김동민 기자 =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교동·송현동 고분군이 있는 경남 창녕군에서 비화가야 역사를 조명하는 발굴조사가 잇따른다.

창녕군은 오는 12월 2일 '창녕 대지면 왕산리 왕미마을 고분 긴급 발굴 조사 전문가 자문회의 및 현장 공개'를 진행한다고 28일 밝혔다.

이번 조사는 올해 국가유산청의 매장 유산 긴급 발굴사업 공모에 선정된 군이 동양문물연구원에 의뢰해 진행한다.

마을 이름과 동일한 왕미마을 고분은 마을 뒤편 야산에 단독으로 축조된 대형 고분으로 이 지역의 상징물과 같은 고분이다.

비화가야 멸망기인 6세기 중엽에 축조된 굴식돌방무덤(횡혈식석실)으로 확인됐다.

석실(고분 내 무덤) 규모는 길이 570㎝, 너비 230㎝, 높이 210㎝로 평면 형태의 장방형(내각이 모두 직각이고 가로세로 길이가 다른 네모꼴)이다.

석실을 덮은 봉분 규모는 직경 17m, 높이 4.3m로 가야 고분군 중에서도 대형 규모에 속한다.

청동 숟가락, 토기류(굽이 달린 항아리·굽다리접시·뚜껑), 철기류(작은 칼·도끼), 마구류(말띠꾸미개), 조개 장식 등이 출토됐다.

청동 숟가락

가야 고분에서 처음 확인된 청동 숟가락은 삼국시대 고분에서도 백제 무령왕릉 등 일부 고분군에서만 출토될 정도로 출토사례가 적다.

청동 숟가락이 확인된 고분은 삼국시대 대표적인 왕들의 고분으로, 왕미마을 고분 또한 비화가야 최고 지배층에 해당하는 사람의 무덤일 것으로 추정한다.

왕미마을 고분은 비화가야 멸망기 창녕의 중심 고분군인 교동과 송현동 고분군에서 벗어나 단독으로 축조된 것으로 향후 신라가 가야를 병합해 가는 과정에 중요한 자료를 제공할 것으로 군으로 추정했다.

경남 창녕 계성고분군 4호분

앞서 창녕군은 지난 26일 '계성면 계성고분군 4호분 및 주변 발굴 조사 전문가 자문회의 및 현장 공개'도 했다.

이 조사도 국가유산청 국가 유산 보수 정비사업으로 선정돼 경남연구원에 의뢰해 진행됐다.

계성고분군은 창녕 교동과 송현동 고분군과 함께 창녕지역 고대사를 알려줄 수 있는 핵심 유적으로 2019년 국가 유산 사적으로 지정됐다.

4호분은 하천 돌로 축조한 돌덧널무덤(수혈식석곽묘)으로, 무덤 안에 격벽(칸막이)을 두고 주인공 공간인 주곽과 부장 유물 공간인 부곽으로 구분됐다.

4호분 봉분 호석(봉분 둘레에 쌓은 돌) 직경은 20m 내외지만, 고암반대 축조기법(암반을 깎아 고분의 아랫부분을 조성)을 사용해 봉분이 더욱 크게 보이게 하는 특징이 있다.

4호분과 함께 조사된 19호분은 수혈식석곽묘로, 계성고분군 내 나무로 뚜껑을 한 대형 봉토분과 달리 돌을 뚜껑으로 사용했다.

출토유물로는 토기·철기·말갖춤새(재갈·발걸이·말띠드리개·말띠꾸미개·말방울) 등이 확인됐다.

이 조사에서는 4호분과 19호분 주변에 위치한 중소형의 7기 석곽묘도 함께 확인됐다.

창녕군 관계자는 "앞으로도 지역을 대표하는 고분에 대해 깊이 있게 조사해 비화가야 역사를 조명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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