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주와 협의 없어 재물손괴 인정…"긴급 철거·제거 사정도 없어"
(대전=연합뉴스) 이주형 기자 = 옛 충남도청사를 리모델링한다며 소유주인 충남도청의 허락도 없이 담장을 허물고 수령 수십 년의 향나무 100여그루를 베어버린 대전시 공무원에게 벌금형이 내려졌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 형사 6단독(김지영 판사)은 재물손괴 혐의로 기소된 대전시 간부급 공무원 A(57)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대전시 지역사회혁신팀장으로 도청사 리모델링 사업을 담당했던 A씨는 계약업체에 지시해 2020년 11월 24일부터 2021년 1월 24일까지 도청사와 부속건물 우체국 앞부터 정문까지 187m가량 담장을 무단으로 허물고 그 부근에 식재됐던 향나무 106그루를 베어버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사업 계획 당시인 2020년 6월께도 도청사 정문 좌우에 있던 향나무 73그루를 무단으로 대전 한밭수목원으로 옮기고, 그 과정에서 2그루를 폐기한 혐의도 받고 있다.
당시 대전시는 중구 선화동 옛 충남도청 의회 동과 부속건물을 증·개축해 회의·전시 공간 등으로 만드는 '소통 협력 공간 조성사업'을 추진했으나, 정작 소유주인 충남도와 협의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시가 충남도와 협의를 마친 것으로 알고 진행한 것으로, 철거와 관련해 문화체육관광부 승인도 받았다"며 "담장과 향나무가 보행자 안전을 위협해 철거 등은 정당행위였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대전시·충남도·문체부 공문과 관계자 조사 등을 종합하면 사전에 협의를 거쳤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고 당장 철거해야 할 만큼 위급하거나 긴급한 사정이었다고 인정되지도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경계목 역할로 쓰인 향나무의 가치가 크지 않았던 점, 피고에게 별다른 범죄 전력이 없으며 공무원으로 사업을 다소 무리하게 추진하다 벌어진 점 등을 종합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절차에 어긋난 공사로 국가 등록문화재인 옛 충남도청사를 지키던 향나무 100여그루가 잘려 나간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지역 시민·사회단체와 정치권에 파문이 일었다.
대전시는 2021년 2월 시장의 공식 사과에 이어 종합감사를 벌여 법 위반 사실을 확인하고 관계자를 징계 조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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