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 암 환자 직업복귀 사례집 발간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정규직으로 일하다 26세에 유방암 진단을 받은 A씨는 업무 공백을 부담스러워하는 회사의 눈치에 마지못해 퇴사했다.
동시에 찾아온 시련에 좌절한 것도 잠시, 치료받으며 구직에 나서 재취업한 그는 "병은 우리 삶을 멈추는 게 아니라 잠시 쉬었다 가라는 신호를 주는 것"이라며 "암이 찾아왔어도 아직 인생은 남아있다"고 힘줘 말했다.
29세에 고환암 진단을 받은 B씨도 불편한 시선 등이 두려워 다니던 회사를 그만뒀다.
완치 불가 판정을 받고 시작한 항암을 이겨낸 후 휴대전화 수리점을 차려 지점을 3개로 늘린 그는 "일하니까 살아 있다고 느낄 수 있어 좋다"며 "두려움을 이겨내야 빛이 보인다"고 강조했다.
삼성서울병원이 28일 펴낸 사례집 '다시, 일'에는 이들처럼 일터에 복귀한 암 경험자 25명의 생생한 이야기가 담겼다.
병원이 지난 6월 문을 연 '암환자 삶의 질 연구소'의 첫 성과물이다.
암 환자들이 치료 과정에서 나타난 신체 변화와 부작용, 직장에서의 편견 등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감을 극복하고 일로 복귀한 사례들이 소개됐다.
암 진단을 계기로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일을 찾은 이들도 있다.
유방암과 치료 후 원래 하던 일 대신 뷰티숍을 차린 39세 환자는 "암 진단을 받은 순간은 절망스럽겠지만 이번 기회에 자신이 가보고 싶었던 길을 용기 내 가보라"고 조언한다.
백혈병이 두 번 재발해 오래 투병한 후 커피 로스팅 가게를 시작한 52세 환자는 병상에 있는 환자들을 향해 "우선 커튼을 과감하게 걷어 보라. 커튼 사이로 햇빛이 스며들 것"이라고 말했다.
조주희 삼성서울병원 암교육센터장은 이 책을 통해 "암 환자들의 직업 복귀가 단순한 경제적 필요를 넘어 사회적 역할과 삶의 의미를 재발견하는 중요한 과정임을 공감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mihy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