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해외공항 연쇄 여파…"인천행 못 뜨고 일본 공항서 노숙…항공사 직원은 퇴근"
"기내서 7시간 대기…전기 끊기고 일부 승객은 호흡곤란 호소"…"주먹구구식 대처" 지적
(영종도=연합뉴스) 최윤선 기자 = 이틀 연속 이어진 큰 눈에 인천공항 이용객들이 비행기 안에서 장시간 대기하는 등 큰 혼란이 벌어졌다.
지난 27일 미국 댈러스에서 입국한 승객 김모씨는 비행기가 착륙한 이후에도 약 7시간 동안 기내에 갇혀있던 끝에 내릴 수 있었다고 연합뉴스에 28일 전했다.
해외로 향하는 비행기가 폭설에 이륙하지 못하면서, 인천에 도착한 비행기를 댈 공간이 연쇄적으로 부족해진 탓으로 보인다.
김씨는 장시간 대기로 비행기의 비상 연료가 다 떨어지면서 비상 전등을 제외하고 환기 시스템, 난방 등이 모두 꺼졌다고 말했다.
이에 일부 승객이 호흡 곤란을 호소하며 산소마스크를 내려달라고 요청하더니 급기야 비상용 도구로 창문이라도 깨면 안 되냐고 호소했다는 것이다.
김씨는 "아이들도 울고 외국인 승객도 강하게 항의하는 등 폭동 일보 직전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베트남 하노이발 대한항공 KE442편의 승객들도 비슷한 피해를 겪었다.
이 비행기는 27일 오후 9시께 착륙했으나 주기장을 다른 비행기가 사용 중이라는 이유로 6시간 넘게 승객들을 기내에 남아 있도록 했다.
탑승객 이모씨는 연합뉴스에 "기내식을 1번 제공받은 게 전부였다"며 "전기도 끊긴 상황에서 항공사와 공항은 미온적으로만 대처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중국 선양발 대한항공 KE832편을 타고 입국한 박모씨도 전날 7시 25분에 착륙했지만 다섯 시간 넘게 기내에서 나가지 못했다.
박씨는 "기내에 있던 중국 동포들은 '중국인만 차별하는 게 아니냐'고 항의하기까지 했다"고 전했다.
일본 후쿠오카발 티웨이항공 TW9298편 탑승객 남궁모씨는 인천행 항공편이 여러 번 지연돼 현지 공항에서 다섯 시간 넘게 대기하다가 결국 결항 소식을 마주했다.
남궁씨는 "항공사 직원들은 모두 철수했다"며 "매뉴얼도 없는 주먹구구식 대처 때문에 수백명이 난방 중단된 공항에서 노숙한 상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기준 기상 악화 등의 사유로 승객을 기내에 태운 채로 장시간 조치가 지연된 항공편은 28편인 것으로 집계됐다.
ys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