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에 늦어져…택배·배달, 수수료·서비스 축소 대책 분주(종합)

연합뉴스 2024-11-28 12:00:26

"소비자에게 지연 공지하고 라이더에 안전운전 당부"

이커머스기업과 배달앱들, 안전 고려해 서비스 범위 일시 축소

쿠팡플렉스, 일부 지역서 배송 건수 따라 최대 15만원 지급

'숨은 차 찾기'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차민지 전재훈 기자 = "오늘 점심때는 일 못 나간다고 봐야죠. 눈이 오토바이 바퀴 높이만큼 쌓였는데 하루 공쳤습니다."

전국에서 이틀째 많은 눈이 내리면서 도로 상황 악화로 일부 지역 택배·배달 서비스가 지연되고 있다. 이날 택배와 배달업자는 안전을 고려해 업무 차질이 불가피하고 소비자들은 적지 않은 불편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배달앱과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업체들은 라이더와 배송기사 안전을 위해 서비스 범위를 축소하거나 소비자들에게 배송 지연을 미리 알리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쿠팡은 배달 아르바이트 '쿠팡플렉스'의 배송 완료 건수에 따라 최대 15만원의 수수료를 추가 지급하기로 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28일 오전 8시 기준 적설을 보면 경기 용인 47.5㎝, 수원 43.0㎝, 군포 42.4㎝, 서울 관악구 41.2㎝ 등 경기 남부와 서울 남부권을 중심으로 곳곳에 성인 무릎 높이만큼의 눈이 쌓였다.

눈이 오면 도로가 미끄러워져 배달·배송 속도 지연이 불가피하다.

배달 라이더 A씨는 이날 오전 소매로 오토바이에 쌓인 눈을 치우면서 "눈이 이렇게 많이 쌓인 날에는 도로가 얼기 때문에 위험해서 일을 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 양천구의 한 마트 관계자는 "3만원 이상 구매하면 오토바이로 배달해주는데, 오늘은 폭설로 배달을 못 한다고 공지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러나 폭설 여파로 외출을 꺼리는 소비자들이 많아져 배달앱이나 이커머스 주문량은 늘어난다.

출근길 버스 기다리는 시민들

실제로 쿠팡의 로켓배송은 도로 상황이 안 좋은 일부 지역에서 배송이 지연됐다.

이날 오전 쿠팡 이천 지역에서는 물류센터로 오가는 셔틀버스와 간선차량이 한때 운행을 중단하기도 했다.

쿠팡은 이날 하루 일부 지역에서 쿠팡플렉스의 배송 건수에 따라 2만∼15만원의 추가 수수료를 지급하기로 했다.

눈이 많이 온 군포·수원·안양·용인 등의 지역은 21∼60건 배송시 2만원, 61∼90건 배송시 7만원, 91건 이상 배송시 15만원을 각각 추가 지급하는 식으로,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다.

쿠팡플렉스는 개인이 원하는 시간에 자신의 차량을 이용해 배송하는 아르바이트다. 쿠팡이 직고용한 쿠팡친구가 처리하지 못하는 물량을 건당 수수료를 받고 배송하는 역할을 한다.

SSG닷컴(쓱닷컴)의 새벽배송은 용인과 수지, 수원, 평촌, 안양 등 경기 남부지역에서 차질을 빚었다.

컬리 역시 경기 남부와 서울 일부 지역에서 배송 차질이 발생했다. 또 배송차량 확보가 어려워 운행차량 대수가 일부 줄었다.

CJ대한통운[000120]도 경기 남부 등 일부 지역 현장 시설물이 폭설로 정상 가동이 어려워졌고 간선·배송차량 운행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배달앱 상황도 마찬가지다.

배달의민족은 자사앱에 '기상악화로 배달이 늦어질 수 있다'는 배너를 띄웠다.

배달의민족은 특정 지역에 기상 상황이 크게 나빠질 경우 라이더 안전을 위해 배민1과 배민 B마트 서비스 범위를 축소 운영할 방침이다.

쿠팡이츠도 앱에 '현재 폭설로 주문이 증가해 일시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상점이 축소될 수 있다'는 공지를 올렸다.

쿠팡이츠는 실시간 폭설 지역 등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해 필요하다면 일시적 운영 중단 등의 조치도 고려할 예정이다.

쿠팡이츠 관계자는 "폭설, 도로 통제 등으로 배송이 불가한 일부 지역에서는 우회 배송을 하고, 배송이 지연되는 경우 고객에게 사전 안내 중"이라고 설명했다.

요기요도 전날 대부분의 지역에서 안전상의 이유로 배달을 중단했다. 배달 가능 범위도 10m 이내로 줄였다.

요기요 관계자는 "오늘도 폭설이 예상되는 만큼 비슷한 수준으로 운영될 계획"이라고 말했다.

눈 내린 출근길

택배 기사들이 모인 커뮤니티에서는 운행 차질과 안전을 걱정하는 글들이 연이어 올라왔다.

한 택배기사는 "혹시 몰라 아파트 바깥에 주차해놨는데, 눈이 많이 내려 나갈 수가 없다"며 "출근을 포기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택배기사는 "눈이 쌓여 길이 너무 미끄럽다. 스노체인이 없으면 차를 움직일 수 없을 정도"라며 "다른 택배기사들도 모두 긴장한 모습"이라고 말했다.

대형 물류센터인 허브와 지역 터미널 사이 배송을 담당하는 '간선 차량'이 들어오지 않고 있다는 글도 다수다.

배달·택배 업체들은 운전기사와 라이더의 안전 운전을 당부하고 있다. 아르바이트의 경우도 폭설로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 7월 경북 경산에서 폭우에 배송하던 쿠팡 카플렉스 기사가 급류에 휩쓸려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는 등 기상 악화 때 사고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배달의민족 관계자는 "라이더 대상으로 안전 운행을 유도하기 위한 알림과 가이드를 지속해서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쿠팡도 배송이 불가능한 여건에선 즉각 배송을 중단할 것을 배송기사들에게 안내하고 있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천재지변으로 인한 배송지연 시에는 택배기사들이 받는 불이익이 없다"며 "안전을 최우선으로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쓱닷컴과 컬리도 기사들에게 서행·안전 운전을 당부하고 있다.

noanoa@yna.co.kr, chacha@yna.co.kr, kez@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