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7년만 폭설서 빛난 'SUV 구조 동호회'…"사례비 안 받아요"
(서울=연합뉴스) 김연수 인턴기자 = "도움을 줄 수 있어 좋습니다. 눈이 계속 내리는 한 계속 구조활동을 나갈 겁니다."
올겨울 내린 첫눈이 서울과 수도권에 '눈폭탄'을 터뜨린 지난 27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사람 하나 살리러 왔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게시돼 화제가 됐다.
경기도 이천시 장호원 지역의 수로에 빠진 차를 구조하기 위해 스포츠유틸리티차(SUV) 6대가 출동해 구조에 성공했다는 내용이다.
해당 게시글을 올린 장모(27) 씨는 28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퇴근하고 강아지와 산책하러 나가려던 중 구조 요청 글을 네이버 카페에서 보게 됐다"며 "수로에 빠진 차에 도움이 필요해 보여 바로 장호원까지 가게 됐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네이버 카페는 지프(JEEP) 랭글러 동호회인 '랭글러매니아'다. 5만2천여명이 가입해 있다.
장씨는 '구조 요청'에 자택인 경기도 성남시 분당에서 장호원까지 약 1시간 30분을 달려갔다.
그는 "분당에서 출발해 광주와 이천까지만 해도 제설이 잘돼 있어 무리가 없었다"며 "하지만 사고 장소에 가까워질수록 국도에는 제설이 하나도 되어 있지 않아 중간에 포기할까도 생각했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사고차 운전자가 추위에 떨며 기다리고 있어 길이 험해도 포기하지 않고 달려갔다"고 덧붙였다.
사고 현장에 도착하니 농지 사이 수로에 빠진 차는 견인차로도 구조가 안되는 상황이었다고 장씨는 설명했다.
그는 "생각보다 수로가 깊고 좁았다"며 "랭글러 6대와 사고차를 서로 묶은 뒤 구조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사고차를 구조하기 위해 출동한 차 6대의 운전자 모두 같은 동호회 소속이었다.
장씨는 해당 동호회 회원들이 겨울철 폭설 시기 '자원봉사 구조대'로 활약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눈이 많이 내리는 '시즌 중'에는 아무 대가 없이 차량 구조에 나선다고 했다.
동호회 카페에 도움을 요청하는 글이 게시되면 사고 지점 주변에 있는 동호회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출동하는 방식이다.
장씨는 "기름값은 물론, 별도의 사례비를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도움을 줄 수 있기에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라며 구조 활동이 끝나면 회원들끼리 차 한잔 마시고 헤어진다고 덧붙였다.
전날 내린 눈은 서울에서는 117년 만의 기록적인 폭설이자 경기도 내 모든 지역에 대설특보를 발효시킨 '눈폭탄'으로 많은 차 사고를 유발했다.
장씨는 눈이 이어진 이날 오전 출근길에도 두 대의 차를 구조했다고 밝혔다.
그는 "오전 6시 출근하려고 나가보니 언덕길에서 미끄러지고 있는 차가 있었다"며 "경사가 심해 빙판길에서 미끄러지는 차를 줄에 묶어 끌어올렸다"고 말했다.
"눈이 오는 한 계속해서 구조를 나갈 생각입니다. 저뿐만 아니라 우리 동호회 다른 회원들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ys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