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정진상 친분' 주장…인허가 청탁 대가로 70억원대 수수
이재명 1심 재판에 영향 줄까…관련사건 중 대법서 첫 유죄 확정
(서울=연합뉴스) 황윤기 기자 =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의 '대관 로비스트'로 지목된 김인섭(70)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에게 징역 5년이 확정됐다.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된 김 전 대표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하고 63억5천700여만원의 추징을 명령한 원심판결을 28일 확정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특정범죄가중법 위반(알선수재)죄에서의 알선 행위, 알선에 관한 대가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김 전 대표는 2014년부터 지난해 3월까지 백현동 개발사업 인허가와 관련한 알선의 대가로 부동산 개발업체 아시아디벨로퍼 정바울 회장에게서 77억원을 수수하고, 5억원 상당의 공사장 식당 사업권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2006년 성남시장 선거 당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선거대책본부장으로 일한 이력이 있는 김 전 대표가 이 대표 및 그의 최측근 정진상 씨와 친분을 바탕으로 정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것으로 파악했다.
김씨는 백현동 개발사업이 추진되던 2014년 4월∼2015년 3월 정씨와 총 115차례 통화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김씨는 2014년 12월 정씨에게 "도시계획과에서 연구개발(R&D) 용지 비율을 너무 높게 요구하고 있어 사업을 할 수 없다"며 주거 용지 비율을 높여 달라고 요청했다.
2015년 2∼3월과 2016년 1월에는 정씨에게 "지구단위계획을 신속하게 추진·승인해주고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이 사건 사업에 참여하지 않도록 조치해달라"고 요구했다.
당초 용도변경 문제로 지지부진하던 백현동 개발사업이 김씨의 청탁으로 각종 특혜를 받으며 원활하게 추진됐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1심과 2심 법원은 김씨가 받은 돈 중 2억5천만원은 대여금이라고 보고 74억5천만원과 공사장 식당 사업권 부분은 유죄로 인정해 실형을 선고했다.
김씨는 법정에서 자신의 요구가 부당한 것이 아니었고 사업에 관한 '합리적 의견 개진'에 불과하다며 혐의를 부인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과 정진상 등과의 친분, 피고인이 사업에 관여하게 된 경위, 알선의 내용 및 성격 등에 비추어 볼 때 성남시 공무원의 직무 집행 공정성에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며 알선이 맞는다고 인정했다.
또 "특정범죄가중법상 알선은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에 관한 것이면 충분하고 반드시 위법, 부정행위일 필요는 없다"며 "용도변경 및 주거지 비율 확정, 성남도시개발공사를 사업에 참여시키지 않기로 한 성남시의 결정이 위법, 부당한 것이었는지 여부는 죄의 성립 여부에 영향을 줄 수 없다"고 했다.
알선수재는 공무원의 직무에 관해 알선해주는 대가로 금품이나 이익을 수수하거나 약속하는 경우 성립한다. 돈을 받으면 죄가 인정되고 실제로 구체적인 알선을 했는지, 알선이 성사된 것인지 등이 필수 요건은 아니다.
김씨가 불복했으나 대법원은 2심 판결에 잘못이 없다고 보고 이날 상고를 기각했다.
김씨 사건은 지난 대선을 앞두고 이 대표와 관련해 제기된 각종 특혜 의혹의 형사 재판 중 가장 처음으로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건이다.
백현동 개발 사업 과정에서 부정한 청탁이 있었고 이 대표의 측근에게 전달됐다는 의혹이 사실로 인정된 셈이어서 이 대표의 재판에도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김씨의 청탁이 실제로 사업에 영향을 끼쳤는지, 성남시의 결정이 부당한 것이었는지는 앞으로 재판에서 가려져야 할 영역이다.
이 대표는 2014년 4월∼2018년 3월 백현동 개발사업 과정에서 민간업자에게 특혜를 몰아줘 1천356억원의 이익을 독차지하게 하고,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혐의로 기소돼 1심 재판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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