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자 연합 등 의결권 위임…이사회 구도 향배에 업계 촉각
(서울=연합뉴스) 유한주 기자 = 1년 가까이 경영권 분쟁을 지속 중인 한미약품그룹이 향후 이사회 구도를 결정할 표결을 진행한다.
28일 한미약품그룹은 서울 잠실 교통회관에서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008930]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당초 이날 임시 주총은 오전 10시에 시작될 예정이었으나 의결권 위임장 집계 등 과정이 오래 소요되며 개회가 지연되고 있다.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임종훈 대표 등 형제 측 가운데 임종훈 대표만 이날 임시 주총에 참석했다.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 임주현 부회장, 한미사이언스 개인 최대 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등 '3자 연합'도 의결권을 위임해 임시 주총장에 오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임시 주총 주요 안건은 정관상 이사 수를 기존 10명 이내에서 11명 이내로 확대하는 정관변경의 건, 기타비상무이사 신동국 선임 및 사내이사 임주현 선임의 건 등이다. 한미사이언스 측이 제안한 자본준비금 감액 안건도 상정됐다.
3자 연합이 정관변경과 신규 이사 선임을 통해 이사회를 재편하려 하고, 형제 측이 이를 부결시키려 하면서 양측은 1년 가까이 경영권 다툼을 이어오고 있다.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는 현재 3자 연합 측 4명, 형제 측 5명으로 구성돼 있다. 3자 연합은 이사 2명 신규 선임을 통해 이를 6대 5로 뒤집어 경영권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현재로서는 신규 이사 선임의 건은 통과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정관변경 건은 부결될 확률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한미사이언스에 따르면 지난달 주주명부 폐쇄 기준 3자 연합의 우호 지분이 33.78%로 형제 측의 25.62%를 앞선다.
여기에 지난 3월 정기주총에서 3자 연합 손을 들어준 가현문화재단(5.02%)과 임성기재단(3.07%)이 계속 우군 역할을 하고, 일부 친인척 및 소액주주 등이 3자 연합을 지지하면 3자 연합 측 우호 지분은 절반을 넘어설 수 있다. 전체 소액주주 지분은 23.25%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사이언스 지분 5.89%를 보유한 국민연금은 지난 26일 중립을 선언하고 임시 주총 당일 찬반 투표 비율대로 보유 지분을 나눠 행사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출석 주주의 과반수 찬성으로 통과되는 일반결의 안건인 이사 추가 선임의 건은 무난하게 통과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정관변경의 건은 문턱이 높다. 특별결의안인 탓에 출석 주주 3분의 2(약 66.7%) 이상 찬성을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임시 주총에서는 소액 주주의 표심이 어디로 향할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만약 특별결의 안건이 부결돼 이사회 정원이 10명으로 유지되고, 3자 연합 측 신규 이사가 선임되면 이사회 구도는 5대 5 동률이 된다.
이 경우 어느 한쪽도 이사회를 장악하지 못하면서 경영권 분쟁이 격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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