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세계박람회 선투자금 3천658억 '상환금 폭탄'

연합뉴스 2024-11-28 10:00:12

여수광양항만공사 내년 상환 기한…"재투자나 상환 유예해달라" 호소

시설물 활용 실패 책임·'나쁜 선례' 지적도

여수세계박람회장

(여수=연합뉴스) 손상원 기자 = 애물단지 신세로 전락한 전남 여수 세계박람회장을 살려야 하는 여수광양항만공사가 3천600억원대 '상환금 폭탄' 앞에 놓였다.

여수광양항만공사가 상환해야 할 기한이 차츰 다가오지만, 당장 거액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아 지역 사회는 상환 유예를 호소하고 있다.

28일 전남 여수시와 지역 정가 등에 따르면 정부(해양수산부) 내년 예산안 중 세입 예산으로 여수 세계박람회 선투자금 3천658억원이 반영됐다.

2012 여수 세계박람회 개최 당시 정부에서 선투자한 금액을 내년에 돌려받겠다는 의미다.

선투자는 국제 행사 등 개최 시 총사업비 중 일부를 정부로부터 지원받고 이후 입장료 수입, 관련 시설 임대·매각 수익을 활용해 상환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해양수산부 고시에는 2025년까지 선투자금을 상환하도록 해 기한은 1년밖에 남지 않았다.

박람회장은 애초 재단법인이 운영했으나 2022년 11월 여수세계박람회 관리 및 사후 활용에 관한 특별법 개정으로 이듬해 5월 여수광양항만공사로 소유권이 넘어갔다.

여수광양항만공사는 막대한 '빚'도 함께 넘겨받아 졸지에 '채무자' 신세가 됐다.

항만공사는 올해 박람회장에 220억원을 투입했지만, 임대나 주차장 운영으로 거둔 수입은 70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람회장 시설 전체 매각도 추진했으나 마땅한 사업자가 나타나지 않아 공매가 5차례나 무산됐다.

항만공사는 상환할 예산을 마련하지 못해 채권을 발행할 경우 연간 이자만 166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여수 지역사회는 정부에 재출자, 상환 유예 등을 촉구했다.

시민들은 지난 8월 기획재정부 앞에서 항의 집회를 열기도 했다.

박람회장 사후 활용 마지막 기회가 될 마스터플랜이 확정·추진돼 수익을 창출할 때까지만이라도 상환을 미뤄야 한다는 요청도 나온다.

마스터플랜 용역은 지난해 6월 착수해 내년 말까지 진행된다.

일각에서는 행사가 끝나지 12년이 되도록 시설물 활용에 실패한 부담을 고스란히 지역 사회 전체가 떠안게 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항만공사 관계자는 "공사에서 2029년까지 추진하는 항만개발 사업 등에 연간 2천억원이 소요될 예정"이라며 "2030년부터 10년 분할 상환할 수 있도록 기획재정부에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입 예산이 그대로 확정되면 항만공사는 내년에 선투자금을 모두 상환해야 하지만, 국회 예산 심사에서 삭감되면 상환 유예 등 여지가 생긴다.

정부와 국민의힘은 국제 행사 등 개최 과정에서 투자, 손실 등 책임을 국가가 떠안는 '나쁜 선례'가 될 수 있어 상환이 약속대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지방 재정 부담 경감, 지역 발전 기반인 박람회장 활성화 등을 위해 예산 삭감을 주장하고 있다.

sangwon7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