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최동수 기자] 올 초부터 이어진 강달러 현상이 연말까지 지속되면서 달러보험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은행에서 보험을 계약하는 '방카슈랑스' 채널에서 달러 보험 판매가 눈에 띄게 증가하자 보험사들도 관련 마케팅 강화에 나섰다. 투자자들 역시 달러 보험을 새로운 재테크 수단으로 주목 중이다.
다만 업계에선 달러 보험 역시 위험 보장을 주목적으로 하는 보험 상품인 만큼 단기적인 수익을 목적으로 가입하는 것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환율 변동에 따라 예상할 수 없는 손실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2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이 지난 9월까지 판매한 달러 보험의 총판매액은 761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연간 판매액인 5679억원을 이미 훨씬 넘어선 수치다. 달러 보험 판매 건수도 2022년 1978건에서 올해 9월까지 5676건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판매는 원화로 진행되지만 보험료 납입과 보험금 수령이 모두 미국 달러로 이뤄지는 달러 보험은 일반 보험과 마찬가지로 종신보험이나 연금보험, 저축보험 등 다양한 종류가 있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외화 보험은 대부분 달러로 설계되어 있어 외화 보험을 달러 보험이라 일컫기도 한다.
보험사 관계자는 "최근 환율이 오르면서 달러보험에 대한 관심도 크게 높아졌다"며 "관련 상품을 판매하지 않는 보험사들도 상품 구성을 고려할 정도로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메트라이프생명.◇ 강달러 현상 유지되며 달러 보험 관심 ↑
달러보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판매도 늘고 있는 데에는 연말까지 이어지고 있는 강달러 현상이 주효했다. 연초 1200원대 후반에 형성됐던 원·달러 환율은 견조한 미국 경기와 러시아·우크라이나 긴장 지속에 지난달부터 꾸준히 상승했고 한 때 1400원까지 오르며 강달러 현상이 이어졌다.
이와 더불어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효과로 달러 강세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예금보다 높은 이율을 제공하고 환차익까지도 기대할 수 있는 달러 보험 역시 환율 오름세 효과가 호재로 작용하면서 수요가 몰렸다. 또 보험금 수령 시점의 환차익에 대해서는 과세를 하지 않는 세제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점 역시 달러 보험이 투자자들의 새로운 투자처로 선택되는 이유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집권 2기의 무역분쟁 심화와 관세 부과는 달러 강세를 지지하는 요인이다"라며 "미국 경제의 상대적 우위가 이어지는 동안 달러 강세는 지속될 것이고 달러 약세 전환은 내년 상반기 미국 고용시장 둔화를 확인하면서 점진적으로 나타날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보험사들 역시 이러한 니즈를 파악하고 달러 보험 상품을 출시하는 등 관련 마케팅에 나섰다. 현재 국내 보험시장에 달러 보험을 취급하는 보험사는 메트라이프생명, AIA생명, KB라이프 정도다. 특히 메트라이프생명은 지난 8월 달러연금보험 2종을 선보였다.
메트라이프생명의 '오늘의 달러연금보험'은 가입 시점의 공시이율을 20년간 확정된 금리로 제공한다. 보험 가입 시점부터 1년간은 납입 보험료에 따라 최대 연 1.5%의 초년도 보너스 적립이율도 더해진다. 메트라이프생명은 방카슈랑스 전용 달러연금보험 상품인 '더 베스트 초이스(The Best Choice) 달러연금보험'도 판매 중이다. 원화로만 판매되던 기존 상품을 달러로도 구성한 이 보험은 가입 시점의 공시이율이 5년 및 10년간 확정된 금리로 제공된다.
송영록 메트라이프생명 대표이사는 "기존 상품 라인업에 메트라이프 뉴욕 본사의 글로벌 역량을 더한 다양한 달러 보험 상품으로 고객들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AIA생명도 지난 7월 달러연금보험을 출시했다. 일시납 상품으로 가입 시점 금리로 10년간 확정 이자가 지급된다. 연금 강화형에 한해 계약일로부터 10년 후 일시납 보험료의 15%가 계약자적립액에 가산된다.
보험사 관계자는 "달러 보험이 현재의 이자율을 기준으로 5년 혹은 10년 후의 수익을 확정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라며 "향후 금리 추가 인하 전망이 우세함에 따라 많은 금융 소비자가 현재의 이자율로 자산을 묶어두기 위해 달러 보험에 가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장기적인 관점으로 접근해야 손실 줄일 수 있어
다만 일각에선 이러한 단기적인 환차익만 보고 달러 보험에 가입하면 추후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환율 변동에 따라 보험료와 보험금이 변동하는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 장기계약의 경우 보험의 특성상 해지 수수료가 높고 환율 변동 위험과 결합돼 중도 해지 시 큰 금전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료 납입기간 중 환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한다면 납입해야 하는 보험료 부담이 증가할 수 있다"며 "특히 납입 기간이 긴 장기 상품일수록 환율에 따른 보험료 변동성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보험금 수령 시점에 환율이 하락하면 보험금 규모 역시 감소할 수 있다는 점도 가입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 보험금 수령 시점이 먼 미래라면 환율 예측이 더욱 어려워지며 만기 시점에 기대했던 충분한 보장이 어려울 가능성이 있다.
보험사 관계자는 "달러 보험에 가입할 때 납입 기간이 길수록 환율 변동 위험에 더 크게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환차익을 노리고 가입하는 상품이라기보다는 장기적으로 달러 자산을 마련하는 것에 초점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