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의 매출 대비 유통 마진율, 피자의 두 배 육박
"프랜차이즈본부도, 유통 마진 축소 노력" 요구
(서울=연합뉴스) 전재훈 기자 = BBQ 매장을 운영 중인 A씨는 올해 중반 거래명세표를 보고 놀랐다. 올리브유 함량이 절반으로 줄어든 20리터(ℓ) 기름 한 통 가격이 약 9.4%(1만5천원) 올라서다.
A씨는 "해바라기유를 절반 섞어 만든 기름인데도, 올리브유를 100% 쓸 때보다 비싸다"며 "마트에서 직접 사서 반씩 섞어 쓰는 것이 훨씬 저렴하다. 본사가 기름 유통 마진이라도 줄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유통 마진은 가맹본부가 가맹점주에게 원·부자재를 시장 도매가격 이상으로 납품하면서 취하는 이윤으로 차액가맹금이라고도 불린다.
bhc치킨 가맹점주 B씨는 "치킨집 사장들이 힘들어하는 가장 큰 이유는 원가율이 높아서다. 그 배경에는 과도한 유통 마진이 있다"고 지적했다.
교촌치킨 가맹점주 C씨는 "치킨 상자부터 종이봉투, 탄산음료, 나무젓가락, 물티슈 등 필수 품목이 너무 많아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프랜차이즈업계에선 배달앱 플랫폼에 중개수수료를 더 내려달라고 요구하면서도, 한편에선 가맹본부들도 점주들을 위해 유통 마진 축소 등의 상생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 대형 치킨프랜차이즈 유통 마진, 가맹점 매출의 최대 17% 수준
28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남근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2020∼2022년 치킨 프랜차이즈 상위 6개 가맹본사의 유통 마진을 조사해보니 6개 가맹본사는 한 가맹점에서 매년 평균 5천468만원씩을 가져간다. 이는 전체 가맹점 평균 연매출의 10.8% 수준이다.
한 가맹본사의 유통 마진은 가맹점 매출의 17.2%를 차지했다.
이 가맹본사가 가맹점 한 곳에서 떼어가는 유통 마진은 연평균 약 1억원이다. 즉 가맹점주가 2만원짜리 치킨 한 마리를 팔 때마다 가맹본사는 3천440원씩을 가져가는 셈이다.
나머지 5개 가맹본사의 가맹점당 평균 유통 마진은 7천317만원, 6천542만원, 4천674만원, 3천355만원, 929만원 등 순으로 집계됐다.
공정위가 지난 4월 발표한 '2023년 가맹사업 현황 통계'를 보면 2022년 치킨의 매출 대비 유통 마진 비율은 8.2%로, 커피(6.8%), 제과·제빵(5.5%), 피자(4.2%), 한식(2.7%) 등 다른 외식업종보다 높다.
공정위는 "가맹본부의 일방적인 필수 품목 지정과 차액가맹금 수취로 가맹본부와 점주 간의 갈등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치킨 프랜차이즈의 유통 마진 비중이 높은 이유 중 하나는 '필수 품목'이 많기 때문이다.
가맹본사는 닭고기와 식용유, 쇼핑백 등 일부 품목을 필수 품목으로 정하고, 가맹점주가 이 물건을 가맹본부에서 구매하도록 계약을 맺는다.
공정위는 지난 9월 60계치킨 가맹본부인 장스푸드가 과도하게 많은 물품을 필수 품목으로 지정해 부당 이득을 취했다고 지적했다.
◇ 영업비용에 허리 휘는 점주들…가맹본사 실적은 양호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의 영업비용은 늘고 있다.
통계청 서비스업 조사에 따르면 치킨 전문점의 원재료비와 공과금, 인건비, 임대료 등 영업 비용은 지난 2020년 6조8천366억원에서 2022년 8조1천803억원으로 19.7% 늘었다.
이 기간 BBQ·bhc·교촌 등 치킨 3사 가맹점주의 평균 매출은 감소세를 보였다.
각 사가 공개한 정보공개서를 보면 BBQ 가맹점주 평균 매출은 2022년 4억3천200만원으로 2020년보다 27.3% 줄었다.
교촌치킨 가맹점주의 평균 매출도 2020년 7억4천500만원에서 작년 6억9천400만원으로 6.8% 감소했다. bhc치킨의 경우 2021년 6억3천200만원에서 작년 5억4천600만원으로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가맹본사의 실적은 비교적 양호한 흐름을 보였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보면 bhc치킨 매출은 작년 5천356억원으로 2020년보다 34.0%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1천203억원으로 7.4% 줄었다.
같은 기간 BBQ 본사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41.7%, 4.3%나 늘었다.
BBQ의 올해 매출은 5천억원을 넘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교촌치킨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3%, 15.8% 줄었다.
◇ 소비자와 자영업자들 "가맹본사도 상생 동참해라"
소비자 단체와 자영업자 단체들은 가맹본부도 유통 마진 축소 등의 상생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앞서 배달플랫폼과 입점업체들이 참여한 상생협의체는 지난 14일 중개수수료를 현행보다 일부 낮춘 차등수수료 도입을 담은 상생안을 마련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가맹점주가 부담하는 배달 비용이 걱정된다면, 프랜차이즈 본사도 이중가격제 도입을 검토하기 전에 가맹점이 부담하는 원료 가격이나 배달비와 같은 비용 경감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 관계자도 "가맹점주가 망하면 가맹본부도 망한다"며 "가맹본부가 필수 품목 대상과 유통 마진을 줄이는 등 점주 부담을 덜어주면서 상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대형 치킨 프랜차이즈를 중심으로 배달 치킨 가격을 매장 가격보다 올리는 이중가격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소비자 부담을 키운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한국외식산업협회는 점주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정부와 국회가 나서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외식산업협회 관계자는 "배달 수수료가 낮은 공공 배달앱을 육성하기 위해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며 "국회는 중개 수수료 상한을 정하는 입법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kez@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