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 시위 잇따라…지지층 이반 현상도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루마니아 대통령 선거 1차 투표에서 깜짝 1위를 차지한 극우 성향의 무소속 후보 컬린 제오르제스쿠(62)가 기존 입장을 일부 철회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는 전날 저녁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유럽연합(EU) 탈퇴를 원하지 않는다"며 "내가 원하는 건 무릎을 꿇거나 모든 걸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주관을 갖자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앞서 말했듯이 우리는 국익을 위해 모든 것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당초 여론조사에서 5% 안팎의 지지율로 주요 후보로조차 거론되지 않았었다.
하지만 젊은 세대가 주로 이용하는 소셜미디어(SNS) 틱톡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선거 전략으로 지난 24일 대선 1차 투표에서 22.94%의 득표율로 1위를 차지하는 이변을 일으켰다.
로이터 통신은 제오르제스쿠 후보에게 표를 던진 투표층의 대부분이 젊은 유권자와 재외국민이었다고 분석했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 학살에 가담한 혐의로 사형 선고를 받은 친나치 지도자 이온 안토네스쿠를 영웅이라고 했다가 당에서 제명당하는 등 여러 차례 구설에 오른 바 있다.
또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해 "조국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며 러시아를 지지하는 건 아니지만 러시아 문화에 친밀함을 느낀다고도 말해 논란을 빚었다.
2021년 인터뷰에선 루마니아 내 미군기지에 나토의 탄도 미사일 방어 체계가 배치된 것을 '외교의 수치'라고 비난하면서 러시아와 전쟁이 벌어지면 나토는 루마니아를 보호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루마니아에서 친러·반나토 성향의 극우 후보가 예상 밖 돌풍을 일으키자 서방 진영에선 우려가 커지고 있다. 루마니아 국내에서도 반대 시위가 잇따랐다.
전날 수도 부쿠레슈티 중심부에는 수백명의 시위대가 모여 "푸틴은 없다, 두려움은 없다, 유럽은 우리의 어머니", "젊은이들은 독재자에게 투표하지 말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다른 주요 도시에서도 시위가 열렸다.
지지층의 이반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인플루언서이자 사업가인 스테판 만다치는 전날 페이스북에 기성 정당이 싫어 제오르제스쿠 후보의 입장을 살펴보지도 않고 지지했다며 이에 대해 사과한다고 밝혔다.
다음달 8일 결선 투표를 앞두고 여론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제오르제스쿠 후보가 논란이 됐던 기존 입장에서 후퇴한 것으로 풀이된다.
제오르제스쿠 후보는 1차 투표에서 1위를 차지했지만 과반에 못 미치고 2위인 중도우파 야당 루마니아 구국연합(USR)의 엘레나 라스코니 대표(19.18%)와 격차가 크지 않아 당선을 장담하기 어렵다.
결선에서 제오르제스쿠와 양자 대결을 펼치는 라스코니는 부패 척결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운다. 그가 당선되면 루마니아 역대 첫 여성 대통령이 탄생한다.
changy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