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C 검사장, 미얀마 군정 수장 체포영장 청구

연합뉴스 2024-11-28 01:00:14

"로힝야족에 강제이주·탄압 반인륜범죄 책임"

ICC 검사장, 미얀마 군정 수장에 체포영장 청구

(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카림 칸 검사장이 27일(현지시간) 미얀마 군사정권 수장인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에 대해 소수민족 로힝야족을 상대로 반인륜 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칸 검사장은 이날 성명을 내고 "광범위하고 독립적이며 공정한 조사 결과 흘라잉 사령관 겸 대통령 대행이 반인륜 범죄에 대한 형사적 책임이 있다고 믿을 만한 합리적 근거가 있다고 결론 내렸다"고 밝혔다.

ICC 검사실은 2019년 로힝야족과 관련한 조사에 착수해 5년 만에 책임자에 대해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흘라잉 사령관은 2017년 8∼12월 이뤄진 로힝야족 강제이주와 탄압 등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로힝야족은 미얀마 서부 라카인주에 주로 거주하는 이슬람계 소수민족이다. 불교도가 다수인 미얀마에서 수년간 탄압받았다.

ICC 검사실이 집중 조사를 벌인 사건은 미얀마군이 2017년 8월 감행한 이른바 '로힝양족 소탕 작전'이다.

미얀마군은 당시 로힝야족 반군인 아라칸 로힝야 구원군(ARSA)이 대미얀마 항전을 선포하고 경찰초소를 공격하자 대규모 토벌에 나섰다. 흘라잉 사령관은 당시 이 작전의 책임자였다.

이로 인해 로힝야족 약 75만명이 방글라데시 남동부로 피신했고, 기존 로힝야족 난민이 주로 살던 방글라데시 콕스바자르에 약 100만명이 몰려 사는 거대 난민촌이 형성됐다.

살아남은 로힝야족 난민 다수는 미얀마군이 이 과정에서 대량 학살과 강간 등 범죄를 저질렀다고 피해를 호소해왔다.

칸 검사장은 흘라잉 사령관을 시작으로 다른 고위 당국자에 대한 체포영장 청구도 예고했다.

미얀마 군정은 이날 ICC 체포영장 청구에 대해 미얀마는 ICC 회원국이 아니라며 "ICC 결정을 인정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고 반발했다.

ICC 재판부가 체포영장을 발부할 경우 원칙적으로는 ICC 회원국 124개국은 체포 당사자가 자국을 방문하면 범죄 수배자를 체포해 헤이그 재판소로 인도해야 한다.

그러나 이를 이행하지 않아도 ICC가 강제할 수단이나 권한은 없다.

ICC 체포 대상자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지난 9월 ICC 회원국인 몽골을 국빈 방문했으나 오히려 몽골 정부의 극진한 환대를 받으면서 체포영장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지난 2021년 2월 쿠데타를 일으켜 아웅 산 수치 고문이 이끈 민주주의민족동맹(NLD) 정부를 축출하고 정권을 잡았다.

미얀마 군부는 반대 세력을 폭력으로 진압해왔으나 최근 소수민족 무장단체 등 반군 공세에 밀려 위기를 맞고 있다.

shine@yna.co.kr